필경사 바틀비 주해서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 영어 원문 읽기가 난해한 이유

문무대왕 2025. 5. 8. 12:49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영어 원문 읽기가 난해한 이유

 

법과 문화-언어의 의미와 표현-시대성과 역사성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는 난해한 글이라고들 말한다.[1]  그 이유는?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다루고 있는 법원칙과 사건들은 19세기 중반 당시 미국의 사정뿐만 아니라 로마시대와 영국의 역사적 사건에까지 걸쳐 있고 또 언어학. 신학, 역사, 화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같다.  따라서 영미국의 역사와 문화와 당시 시대적 배경과 구체적인 사건들을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제대로 읽혀질 것같다.

 

진실의 발견, 사색의 향연, 심사숙고의 조건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는 법철학적, 신학적, 과학적 논쟁을 포함하여 많은 논쟁 거리를 다루고 있다.[2]  자유의지와 선택, 자유와 구속, 공익과 사익, 이기심과 양심, 자기이익추구와 자선 등 인간 본성상 핵심적인 개념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바틀비와 화자인 변호사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그리고 글속에 등장하는 키케로, 마리우스, 프리스틀리 등 여러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은 대부분 혁명과 개혁에 관한 논쟁적인 controversy 성격을 갖고 있다.  논쟁적인 사건의 경우 대개 진실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이면에 숨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진실을 발견하는 길이 평탄하지 않고 힘들다는 점에서 대개 사람들은 안이하고 편안한 자세로 기존의 통설에 기울고 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영미국에서 논쟁적인 사건들은 우리와는 다른 역사와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또는 지식과 경험이 다른 사실로 인해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이해를 하는데 있어서 곤란함을 겪을 수 있다. 

 

다양한 표현 기법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수사학적 표현 기법인 직유 은유 환유 제유 등 다양한 비유법이 구사되고 있다.  인유법이 쓰인 문장이나 수사적 표현을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축자 해석 또는 번역을 시도하는 경우 오역 또는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행간의 숨은 뜻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언어, 문화, 역사, 시각 차이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의 언어의 의미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나타날 수 있다.[3]  또 역사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문맥속에 들어 있는 속 깊은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서로 사랑하라”-이 성경의 말씀을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보통 말하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로 사랑하라는 이 단순한 말을 모르는 사람이야 아무도 없겠지만 정확하게 그 의미를 분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리라.  황금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려면 필연주의 철학, 공리주의 사상,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아담 스미스의 정치 경제학 등 서로 관련된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고, 또 황금률과 월 스트리트의 핵심적 가치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금률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III 3장을 참조하라.)

 

황금률이란?-대안(alternative)을 제시하는 새로운 이론

 

인간의 삶 가운데 의도와 표현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겉보기와 속내가 다르고, 의도와 표현이 달라서, 오해가 생기고,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일은 대개 그 일이 지나고 나야 본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법, 사람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되고, 인생은 나이가 들어서야 이해가 되고,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까지 다 듣고 나야 서로 얽히고 설킨 사건들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4]-헤겔의 이 유명한 말을 다시금 생각해 보자.  일반인의 생각에서는 바틀비의 무모한 투쟁은 한낱 풀 한 포기의 가치도 되지 못할 만큼 값어치 없는 죽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영미국의 발전을 가져온 원천적 철학에 해당하는 필연주의 결정론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죽음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것이고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화자인 변호사가 바틀비의 죽음을 보고서 세상의 왕과 고관대신들과 함께 잠들었다!”고 독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휴양지처럼 아늑한 사무실에서 부자 고객들의 일을 처리해주고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던 월 스트리트의 성공 변호사가 지금까지의 안락한 자기 만족의 삶에서 벗어나 인간 사회 전체를 향한 깊은 동정심과 뜨거운 인류동포애를 발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바로 바틀비의 무모한 투쟁에서 비롯되었음을 볼 때 바틀비의 죽음은 왕과 대법관들의 죽음에 비견될 수 있다.  사람의 헛되지 않는 죽음의 의미를 통해서 인간 전체의 삶이 개선되고 또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것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는 말했다.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죽는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케인즈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설파했다.  먼바다 항해를 하다가 폭풍우를 만나면 살아남을 방도를 즉시 강구해야 한다.  폭풍우는 결국 그칠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했다가는 난파당하고 말 것이다.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자유방임주의 사고로는 무너진 시장을 치유해 낼 수 없었다.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죽는다."-이 말은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려면 거둬들인 세금보다 더 많이 지출함으로써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케인즈의 경제이론을 설명해 주는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경제학자에게는 경제학의 논리로 쓰임새가 따로 있을 수 있고 또 누가 그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가 있는데 보수적인 견해인지 아니면 진보적인 견해인지 여부는 문맥에 따라 결정된다. 

 

아담 스미스, 케인즈, 마르크스 등 인간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해 준 위대한 이론은 기존의 이론에 대항해서 새로운 각도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함으로써 태어났다.  구약에서 신약으로 세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예수의 황금률을 보자.  황금률 Golden Rule원래의 original’ 것에 기반을 두고 새롭게 등장한 2 secondary’ 원칙이고, 기존의 주류에서파생된 derivative’ 원칙이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이론에 대항해서새로운 대안 alternative’을 제시하는 원칙이다.  황금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시대정신과 역사정신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언급되는 많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 아스토르 Astor, 아담스 Adams, 바이런 Byron, 키케로 Cicero, 콜트 Colt, 에드워즈 Edwards, 왕과 대법관 Kings and Counselors, 마리우스 Marius, 먼로 Monroe, 페트라 Petra, 프리스틀리 Priestley, 싱싱 Sing-Sing, 스피첸버그 Spitzenbergs, 툼스 Tombs, 트리니티 교회 Trinity Church등은 구체적 사건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정확한 의미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대로 뉴욕의 형무소 감옥을 속칭 “The Tombs”이라고 부르는데, womb tomb “이란 단어는 음운과 철자법 (orthographically and phonetically)으로 서로 연결된.  “bomb” (본문에서 의사당 폭파 기도 사건 Gunpowder plot”이 암시되고 화염불꽃 등이 묘사되는데) 폭탄을 뜻하고 같은 음율 rhyme로 연결된.  또 복지국가 건설 구호로 잘 알려진 관용어구 요람에서 무덤까지 from cradle to grave와 같은 뜻을 가진 관용어구 뱃속에서 무덤까지 fromwombto tomb”와 연결되는데 이 관용어구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from birth to death”를 의미한.  Womb은 태아가 자라는 엄마 뱃속을 말하고 tomb은 사람이 죽어 묻히는 무덤을 말한다.  아이를 밴 엄마의 배와 무덤의 솟아오른 모습이 서로 비슷하다.  사실 tomb의 어원은 솟아오르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무덤과도 같은 감옥에 새싹이 돋아남을 묘사하고 있는 것과 구빈원에 대한 묘사 등에서 태아에서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모든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존엄하다는 생각과 국민의 삶의 개선에 대한 국가의 원초적인 책임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바틀비와 키케로를 연결하는 끈은 신출나기’‘신인’‘새내기의 개념일 것이다.  바틀비와 키케로는 키케로가 평민에서 귀족으로 신분이 상승한 신흥 지배층이라는 배경과 바틀비가 신규 이민자라는 사정은 새내기 novus homo’의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해석은 키케로와 로마 시대 역사를 살핀 연후에야 비로소 두 사건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5]

 

통합과 역동성의 가치에 대한 이해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속의 두 주인공격은 변호사 사무소 직원인 바틀비와 화자인 변호사인데 책 제목인 “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 Wall Street”만을 보고서 바틀비 필경사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을 것으로 여길 지도 모르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6]  바틀비의 직업은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확한 의미를 제공하는 하나의 도구로 쓰인 즉 대립적 이야기의 전개 장치에 해당한다.  바틀비는 상대방인 변호사가 변화되는 과정과 그 중요성을 극대화하는 대칭적 구도에 놓여 있다.  반대로 화자인 변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가 단독적인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자인 변호사는 자신의 얘기를 하지만 그 중심내용은 상대방인 부하 직원에게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바틀비와 변호사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보다는 이 두 사람과의 관계 relationship’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7][8][9]

 

바틀비와 화자 이들을 각각 별개의 위치에서 이해하려는 경우 (대륙법국가의 프로이트, 라캉, 지젝 등 정신분석학 이론가들이 이런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계의 역동성을 놓치기 쉽고, 바틀비를 소외된 노동자의 전형으로 분석하거나[10] 화자인 변호사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는 분석이[11] 주된 흐름을 형성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비평들이 나름 훌륭한 분석을 해놓고 있긴 하지만 분석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관계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고용 계약관계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직업 윤리 의무까지 확장적으로 살펴 볼 여지가 있고, 자유 의지와 구속에 관한 필연주의 결정론으로 분석될 수 있는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 사이에 전개되는 역동적인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때, 키케로와 프리스틀리 등 열거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에서 서로 공유하는 의미들이 찾아진다. 

 

멜빌의 이야기속에 담긴 자유 의지와 공감의 원리 등의 주제는 프리스틀리의 필연주의 경험철학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고 또 (이 글 가운데 아담 스미스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대한 이해를 요구할 것이다.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의 이야기 전개 구도는 진리를 찾아내고 사회 발전을 이끄는 정-- thesis-antithesis-synthesis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시사해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문에서 구사하는 비유, 인유, 상징, 암시된 개념 등에 대해서 보다 자세한 주해를 달아야할 필요성이 존재하였다.  주해의 분량이 많아서 각주로써 읽기에 불편한 경우는 별도의 독립적인 글로 III부에 배치하였다.

 

 

 



[1] “Melville's Bartleby is conceivably one of the most enigmatic characters in all of American literature. In fact, libraries abound with books, treatises, and articles by scholars, literary critics, lawyers, and psychologists, all of whom, in a manner reminiscent of Melville's narrator, struggle to decipher the scrivener's strange "disorder." Ronner, A., “The Learned-Helpless Lawyer: Clinical Legal Education and Therapeutic Jurisprudence as Antidotes to Bartleby’s Syndrome”, 24 Touro L. Rev. 601 (2008), at 605.

[2] 가이 팍스 사건이 일어난 1605, 킹제임스성경이 출간된 1611, 갈릴레오가 개량 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천체 관측 보고서 출간 1610, 네덜란드의 Arminian 알미니안주의자들이칼빈의 예정론에 대항하여 5개 조항의 항변서를 제출한 1610, 종교 전쟁 (1618년 개시), 유럽 각국의 동인도회사 설립 (영국 1600), 당시는 언어 문화 예술적으로는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기였고, 산업혁명에 앞서 코페르니쿠스적인 혁명의 시기였다. 

[3] “What I gained from my reading is a troublesome sense of the vastly different meanings scholars find in ‘Bartleby.'” “First a scholar assumes that ‘Bartleby’ has meaning, perhaps even a meaning. Then he reads other interpretations of ‘Bartleby,’ only to find them inadequate explanations of the tale.”

[4]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ammerung ihren Flug.”

[5] 다음과 같은 한 평자의 의견을 참조하라. “First a scholar assumes that ‘Bartleby’ has meaning, perhaps even a meaning. Then he reads other interpretations of ‘Bartleby,’ only to find them inadequate explanations of the tale.” It is this seemingly logical search for meaning that causes much of the critical chaos around “Bartleby.” It assumes that Melville himself set out to create a single unified theme or to convey moral or meaning.”

[6]바틀비 스토리에서 화자인 변호사가 말하는 “I”, “my” 단어는 500번이 넘게 나오는데 비해, 바틀비를 나타내는 “You’ 단어의 사용 횟수는 그것의 1/5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제목이 바틀비-the scrivener”이어서 주인공이 외양적으로는 바틀비인 것 같이 여겨질지 모르지만 실제 내용은 바틀비가 아니라 화자인 변호사라는 것을 표현빈도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문학에서는 작가가 문화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을 내세워 문화적 가치나 사회적 관계를 설명하려는 경우가 많음을 볼 때 바틀비나 또는 그의 직업이 갖는 의미보다는 변호사와 바틀비와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파악되어야 할 것 같다.  이들의 관계는 월 스트리트 이야기 A Tale of Wall Street”라는 부제가 말해 준다.

[7] Patrick W, “Melville’s Bartleby and the Doctrine of Necessity”, American Literature (1969), 41: 39-54.

[8] 필연주의 경험철학론에서 세상은 다른 것들과 서로 연결 고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발적인 사건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고, 인과론에 따라 필연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각 부분은 상호 의존하는데 그림 퍼즐 놀이처럼 고리가 하나도 빠지면 안되기 때문에 서로가 꼭 필요한 ‘necessary’ 부분을 이룬다.  ‘Necessity’는 다른 부분과의 밀접한 관계 connection가 강조된다.  필연을 근대 과학 철학 용어로 순수 이성, 선험적인 가정, rational, pure, a priori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9] 니퍼즈와 터키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데, “Nippers”“Turkey” 이름에서 “nip and tuck”라는 말이 연상된다.  “nip and tuck”는 막상막하, 용호상박의 뜻을 가진 관용어구이다.  별개의 단어가 서로 관계를 맺게 되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10] Barnett, "Bartleby as Alienated Worker," Studies in Short Fiction 1 (1974)1, 379-85.

[11] Springer, “Bartleby and the Terror of Limitation”, PMLA, LXXX, 420-428. (1965); Stein, “Bartleby: The Christian Conscience”, Melville Annual, 104-112, (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