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릉비 연구-제2권-비문 뒷면 해석

비문 뒷면 17행 해석-불세출 영웅의 조건

문무대왕 2025. 4. 2. 12:35

비문 뒷면  17행 문무에 모두 뛰어난 사람

 

  道德棲梧▨▨允武允文多才多藝憂入呑蛭尊▨▨▨

 

국편위 번역: “진실로 무용(武勇)하시고 진실로 대덕(大德) 있으시고, 다재다예(多才多藝) 하였네. 아랫사람을 생각하여 거머리마저 삼키시고,

 

 道德

 

우리들은 道德(도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마치 초등학교 시절의 도덕 교과서로 이해하려는 또는 그러한 윤리학이라는 개념으로 받아 들이려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노자의 정치철학에서의 도와 덕의 개념은 도덕 교과서 바른생활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뜻을 담고 있다. 도덕 시험을 치는데 윤리를 시험으로 알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도덕군자라는 사실을 시험을 쳐서 알아낼 수 있는가? 도덕을 4지선다형 객관식 시험문제로써 평가하고자 하는 순간 이미 도덕은 떠나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덕을 시험문제로 맞출 수 있다고 보는가? 사람의 인간됨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법인데 어찌 교실 책상 앞에 앉아서 4지선다형 시험문제 답안지로 그것을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소크라테스가 분명하게 밝혔듯이, 도와 덕은 시험 문제로 풀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개념이다.

 

道德 도덕 개념

老君指歸曰 太上之象 莫高乎道德 其次莫大乎神明 其次莫大乎太和 其次莫崇乎天地 其次莫著乎陰陽 其次莫明乎大聖 夫道德 所以可道而不可原也 神明 所以可存而不可伸也 太和 所以可體而不可化也 天地 所以可行而不可宣也 陰陽 所以可用而不可傳也 大聖 所以可觀而不可言也” (雲笈七籤, 卷一道德部 道德 서두 구절).

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다면, 道德의 부분의 결자를 도덕상을 취하여라는 뜻으로 추측하여 道德으로 해석하고 싶다. 건릉 술성기에 나오는 隱翠柏而成象 石呈永固 柏示無凋의 구절 표현을 참조한다면 쉽게 이해되리라. 翠柏(취백) 편백나무를 지칭하므로 편백나무 우거진 시골에 숨어 살면서 도와 덕이 요구하는 진상을 이루기를 노력했다는 뜻이 이 문장의 내용을 구성한다.  

 

棲梧   棲梧鳳飛 서오봉비

송 진부량의 싯구에 "嘗聞鳳棲梧 梧老鳳未棲표현이 나오고, 봉황은 오동나무 위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는 오동나무와 봉황의 관계를 감안해 볼 때 棲梧▨▨의 결자 부분은 棲梧鳳飛으로 메꾸어 볼 수 있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대로 夫鵷鶵[鳳凰] … 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둥지를 틀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으며, 감로수가 아니면 마시지를 않는다고 한다. 오동나무는 그 잎사귀가 매우 커서 무더운 햇볕을 가려주고 나무 그늘을 크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쉬어 가기 좋고 또 거문고를 만드는 주요 자재로 쓰이는 유용성 덕분에 또 무엇보다도 桐葉封弟”(동엽봉제)라는 숙어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왕으로부터 작위나 관직을 수여 받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오동나무의 상징성 때문에 은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나무이다. 오동나무와 작위 관직 수여의 상징적 뜻에 대해서는 당나라 유종원의 桐葉封弟辯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봉황새 또한 임금과 신하와의 관계를 논하는데 있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때를 기다리면서 고결한 삶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건릉 술성기에 나오는 棲息三禪 巡遊十地서식삼선 순유십지의 표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전촉세가에 鳳凰適至 舜之史 因幷記以爲美 後世因以 鳳來爲有道之應표현이 있는데, 이와 같이 순임금 때에 봉황이 나타나자 사관이 상서로운 일 아름다운 일로 기록해 놓았는데 후세에도 봉황이 나타나면 태평한 세상에 대한 응답으로 여기게 되었다.

棲梧▨▨에서 () 서식하다 머물다의 뜻, () 오동나무, () 봉황, () 날다의 뜻이니, 棲梧鳳飛(서오봉비)라는 표현은 봉황이 나는 오동나무 아래에 머무르며는 의미가 되는데, 이러한 글자 그대로의 뜻 보다는 비유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棲梧鳳飛(서오봉비) 나무를 둥지 삼아 야인 생활을 하며 끝내 세상 벼슬살이를 마다한 은자의 대명사 소부의 일화를 생각나게 한다.  戲樂嘉魚(희락가어) 같은 의미로 장자의 호량지유와 비슷한 뜻이고 耳聽琴聲(이청금성) 또한 이와 같다. 봉생탄금 등 다 비슷한 의미인데 곧 光風霽月(광풍제월)-인품이 고상하고 도량이 넓고 마음이 확 트인 그런 구도자의 삶을 살았다는 묘사가 들어가는 내용이다.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닌 곳 이외에는 함부로 둥지를 틀지 않으며, 진정한 구도자는 백 만 마리 개가 짖어도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아래 참조 그림은 오동나무 아래에서 살아가는 구도자의 삶의 모습을 그린 김득신의 出門看月圖.

 

김득신(金得臣), 出門看月圖(출문간월도), 화제: 一犬吠二犬吠 萬犬亦隨一犬吠 呼童出門看 月持梧桐第一枝, 한 마리 두 마리 개가 짖고 모든 개가 짖기에 아이를 불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하였더니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달이 걸렸단다.

 

允武允文

() 허락하다는 뜻이고, 윤허(允許)라는 말로 잘 알려진 낱말로써, 진실로 마땅히 이라는 뜻의 , 公平得當 의미를 갖고 있는 글자이다. 주로 允文允武(윤문윤무) 이와 같은 순서로 문무처럼 문이 먼저 나오는 것이 통상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당태종의 帝范(제범)서문에서도允武允文의 순서로 표현되었고 또 다른 여러 묘지명에서도 允武允文 표현이 확인된다. 문무왕의 경우 문사 가문의 출신이지만 진무대제로서 무사 출신 용맹한 가문 출신 무사-화랑 출신이기에 문보다 무를 앞서 내세워 표현한 것이 자연스럽다. 그가 삼국 통일의 가장 큰 공을 세웠으니 무가 문보다 더 앞서야 함은 옳은 표현인 것 아닐까? 윤문윤무는 뒤따르는 다재다예 표현처럼 비문에 칭송의 경칭적 표현으로 흔히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cliché이다. 

 

允文(윤문) 文德(문덕) 있다는 뜻으로, 정현은 시경의允文 文王 克開厥后구절을 풀이하였다. 한나라 진림의允信允文표현이 나온다. 允武윤무는 征伐정벌을 뜻하는 말이고, 일주서 允文于時允武 死思復生 生思復所구절에서 윤무允武 예시가 나온다. “윤문윤무는 시경의允文允武 昭假烈祖의 구절의 의미로 보아, 문예 능하고 무예에도 능한문무 모두 뛰어났다能文能武 뜻이다.

 

多才多藝 다재다예

다재는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한 능력이 뛰어난 사람, 다예는 예가 주로 技能기능,技術기술적인 방면에서 재능을 특출하게 발휘하는 것을 말하니 문무왕은 ‘학문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 분야에까지 뛰어났다’는 칭송의 표현인 것이다. 지금 시대는 전문화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전인교육의 덕분이었는지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한 특출난 사람들이 적지 않게 많이 나타났다. 서경에 “予仁若考能 多才多藝 能事鬼神”의 구절이 나온다.

 

人呑蛭 우인탄질

(탄질)에 관련된 고사성어-楚惠王 食寒 有蛭 恐司廚者獲罪 乃暗-의 의미로 쓰인 경우가 가의 신서, 구당서 요숭전, 자치통감 당현종기사 등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탄질)의 고사성어 의미는 잘 알려져 있다. 왜 그렇게 잘 알려져 있을까? 아마도 한식날과 청명절의 풍습에 관련된 일화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식절은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 한식은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는 날이다. 踏靑(답청)이라는 풍습이 이에 해당한다. 야외로 먼 길을 걸어서 조상 묘소를 찾는 날인데 예전에는 오늘날처럼 가스레인지가 발달된 것도 아니어서 스시나 김밥 등 차가운 음식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어릴 적 봄소풍을 갈 때 뜨거운 음식이 아니라 차가운 음식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서 떠났지 않았던가?

또 거머리는 야채에서 주로 발견되므로 육식이 아닌 야채 소식을 권장하는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초혜왕은 거머리가 붙어 있는 야채를 한 입에 삼켜 먹은 바람에 자신이 평소 앓고 있던 숙질이라는 병을 고치게 되었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사마천이 백이숙제편에서 꺼내 들었던 천도무친 상여선인” “황천무친 유덕시보의 개념이 초혜왕이 관련된 탄질의 고사성어에 들어 있는 핵심개념이다. 

거머리를 삼켰으면 배탈이 날 것이지만 배탈이 난 바람에 뱃속의 기생충이 빠져 나가 평소의 앓고 있던 질환이 치유되었다면, 그것은 뜻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초혜왕이 그것을 삼킨 이유는 자기 병을 치료하려고 먹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동정해서 행동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간 세상에서는 좋은 뜻으로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요, 또 그 반대로 설령 나쁜 의도라고 해도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생물학적으로 멘델의 돌연변이도 생기는 거고, 그래서 인간 세상에서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역사의 발전에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의 법칙’(unintended consequence)이 작동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우주만물과 우리 인생에 대해서 더욱 조심하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큰 권력을 쥔 천하의 제왕들이 왜 몹시 조심하고 경계하며 겸허한 자세를 유지했겠는가? 미래가 어찌될 지는 어느 누구라도 장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만물에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의 법칙이 숨어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화라고 여겼던 것이 복이 될 수 있고, 복이라고 여겼던 것이 화를 불러 오기도 한다. 새옹지마의 고사를 상기하라. 이렇게 화복이 같은 자리에서 뒤바뀌게 되고, 번갈아 가며 일어나니 마침내 그 끝이 어떻게 될 지를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고, 화복 또한 그렇다.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孰知其極노자도덕경 제58장의 구절은 바로 이러한 禍福相依화복동역의 인간 세상의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 수심이 들다, 울적해지다, 근심하다, 번민하다, 우려(憂慮)하다, 우환(憂患) 뜻이다. “人呑蛭부분에서 국편위는 으로 글자판독하였다. 유희해 또한 입자로 판독했다. 나는 이 글자 판독을 입에 들이 넣다라는 뜻의 () 아니라 사람인이라고 판단한다. 사람인 들어가다의 육안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차이점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혼란은 안내 글자를 써 아니면 로써 쓸 것인지의 여부, 우리나라 성씨 중 전씨의 사용 글자 사례에서 보여주다시피 정책적 사항에 해당되기도 한다. 온전할 전을 들입+임금왕 로 써야 하는지 아니면 사람인+임금 로 써야 하는지 다툼이 있다. 전씨종친회에서는 사람인+임금 으로 쓴다고 한다. 설문해자와 강희자전 그리고 간체자에서 쓰는 경우가 서로 다른데 이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유희해의 글자판독이 이해된다. 따라서 글자판독을 ”(우인)으로 받아들이는데 어떤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맥상 의미를 살피면 거머리를 입에 삼켜 넣다는 ()자가 이미 있으므로 굳이 같은 뜻의 입()을 쓸 이유가 없다. 따라서 憂人(우인) 즉 다른 사람들을 가엽게 생각하고 우려해서- 憂慮他人, 憂思, 憂念 우려타인의 뜻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그가 다른 사람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 心情憂傷人이었다는 말이 논리적으로 통한다. 실제로憂人”이라는 표현은 갈홍의 포박자에서恤急難而忘勞 以憂人己任者 篤人也”, 공자의 논어에서怨天憂人” 표현 등 많은 곳에서 발견되므로, “憂人呑蛭”로 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 

 

人呑蛭

(우인)은 다른 사람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고 우려해서, ()은 거머리, ()은 입에 삼켜 넣다는 뜻이다. 人呑蛭(우인탄질)은 초혜왕의 거머리를 삼킨 (탄질)의 고사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걱정하고 동정해서 인자하고 관용을 베푸는 사람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人呑蛭(우인탄질)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사기 상앙열전에 기술된대로, 상앙은 효공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秦之與魏 譬若人之有腹心疾 非魏 秦即”.

“진과 위의 관계는 마치 사람의 뱃속에 질병이 있는 것과 같아서, 위나라가 진나라를 섬기지 않으면, 진나라가 위나라를 삼켜야 합니다.”

 

▨▨▨   

▨▨▨의 결자 부분을 메꿀 수 있는 표현은 문색상 의미를 살려서 알아보자.

왕이 祭天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선조 제사를 함께 올리는 先祖配祭 配天(배천)이라고 하는데, 이는 尊祖”(존조)의 의미이다. 한서 교사지하에 王者尊其考 欲以配天 緣考之意 欲尊祖 推而上之 遂及始祖 是以 周公 郊祀 后稷 以配天구절이 나온다. 

尊崇王室(존숭왕실)의 표현과 같이 존경하고 숭상하는 의미의 尊崇(존숭)이라는 말이 있다. 무측천의 표현에 “尊父之敬雖週구절이 있다. 

尊師貴道(존사귀도)의 표현 또한 가능하다. 존사귀도의 의미는 제20행 귀도천신에 대한 설명 부분을 참조하라.

尊俎折沖

尊俎折沖(존조절충)은 연회석에서 술잔을 주고 받으며 담판(談判)으로써 상대방을 제압하다의 뜻이다. ()은 지위가 높은 것을 이르러, 尊長(존장), 尊貴(존귀), 존경(尊敬)하다의 단어가 있다. ()는 제사 지낼 때 제사 물건을 올려 놓는 제기를 말한다. 尊俎(존조)는 술이나 고기를 담는 그릇을 말하는 단어이고 그 확장적 의미로 술자리 酒宴(주연) 연회석을 뜻한다. 折沖(절충)은 적을 제압하고 승리하다-制敵取勝의 뜻이다. 전국책 제책齊策五에 “拔城于尊俎之間 折沖席上者也”, 안자춘추에 “善哉 不出尊俎之間 而折沖于千里之外 晏子之謂也”의 표현이 보인다. 훌륭하다! 연회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으면서도 천리 밖의 적을 꺾어 버린다고 했거늘 재상 안자를 두고 한 말 같다. (晏子春秋, 雜上十八).

 

17행 요약 정리

 

道德
()道德
인품이 고상하고 도량이 넓고 마음이 확 트인 그런 도인같은 사람이었다.
棲梧▨▨ 
-棲梧(鳳飛)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둥지를 틀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으며, 감로수가 아니면 마시지를 않는다고 하는데), 때를 기다리면서 고결한 삶을 살았다. 
允武允文 문예도 능하고 무예에도 능했으니 문무 모두 뛰어난 사람이었다.
多才多藝 학문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 분야에까지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人呑蛭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걱정하고 동정해서 인자하고 관용을 베풀었다.
▨▨▨-
(俎折沖)
(연회석에서 술잔을 주고 받으며 담판談判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고 제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