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앞면 9행 해석-승의자 승덕자
9행 承意者 승의자 & 承德者 승덕자
□□□□□□□□□□□□□□□挹宀舍謙乃聖哲之奇容㤙以撫人寬以御物□□者全知其際承德者咸識其隣聲溢間河□
국편위 번역: ▨▨사회(▨▨舍誨)는 곧 성철(聖哲)의 뛰어난 모습이라, 은혜로써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너그러움으로써 사물을 다스리니, … 한 자는 그 시기를 알고, 덕을 이어받은 사람은 모두 그 이웃을 알아보니, 그 명성이 한하(閒河)에까지 넘쳤다. …
추홍희 번역:
挹宀舍謙 乃聖哲之奇 | 겸손함은 성현철인들에게서 보여지는 특이한 점인데, 그는 매우 겸손하였으니 성인철현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
容㤙以撫人 寬以御物 | 그는 남을 용서하고 포용하고 받아들여서, 정성껏 키워주는 은혜를 베풀었으며, 임금님 자신에게 속하는 물건에도 관대하게 대해 남들에게 후하게 베풀었다. |
□□者皆知其際 | 그가 남의 뜻을 받들고 베푸는 사람 즉 승의자(承意者)임은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
承德者咸識其隣 | 그가 승덕자(承德者) 즉 많은 은사와 덕택을 받은 사람임은 이웃나라들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
聲溢間河□ | 그의 명성은 바다를 건너 멀리 장안 낙양까지 알려졌다. |
挹□舍謙 乃聖哲之奇
▨挹□舍□의 결자를 다수의 판독자가 謙, 誨으로 판독하고 또 그 앞에 나오는 挹(읍)자를 고려하면, “挹□舍□” 부분의 의미는 謙遜(겸손)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모아진다. 挹(읍)은 퍼주다, 양보하다, 겸양하다의 뜻의 글자이다. 挹降, 欽挹, 謙挹, 挹挹이란 단어들은 모두 이와 같은 뜻을 나타낸다. 이런 의미의 挹읍은 寄托기탁하다 寄付기부하다 뜻의 寄(기)글자하고 어울려 의미를 강조하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 舍(사)는 기숙사, 병영 막사 등의 말에서 알다시피, 사치와 화려함을 거부하고 작은 집에서 검소하게 살아간다는 뜻이 있고 또 보시布施, 시사施舍의 말과 같이 의연금을 내다, 희사하다(give alms)의 뜻이 있다. 또 舍弟, 舍親의 경우처럼 겸사謙辭로도 쓰이는 말이다.
그러면 “挹□舍□” 부분을 “挹寄舍謙”으로 메꾸어질 수 있는데 이 말은 희사하다, 기부하다, 겸손을 보이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남에게 퍼주고 보시하고 희사하고도 극도로 겸양하고 겸손을 보이는 그런 면은 사실 보통 사람이 하지 못하는 특이한 점에 속하지 않는가? 빌 게이츠 같은 특출한 사람 정도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들, 남을 돕는 마음, 겸손한 사람들은 분명히 보통 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그 무언가 특별한 것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는가? 겸손함은 성현철인들에게서 보여지는 특이한 점인데, 그는 매우 겸손하여서 성인철현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겸손함이란 자기가 손(損)해 볼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말한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魯陽公與韓构難 戰酣日暮 援戈而撝之 日爲之反三舍”, “拱揖指撝 而天下响應 此用兵之上也” 등의 구절이나 역(易)경에서의 “無不利 撝謙” 표현 등이 겸손함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겸손함이란 그 다음에 나오는 문장인 聖哲之奇(성철지기) 즉 성인이나 철현들에게서 나오는 어쩌면 범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성인철현들의 특출함이기도 하다. 聖哲(성철)은 성인과 철인을 합한 말이다. 성현철인들이란 남들이 그들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인데 왜 정작 자신들은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런 덕망이 높고 도를 닦은 성인철현들일수록 겸손함을 갖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성현철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은혜를 베품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아우르는 지혜의 철학을 실천해 낸 사람들이 아닌가?
撫(무)는 위무하고 안아주고 아우르다의 뜻이다. 용서와 은혜를 베푸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을 아우르고 포용할 수 있으며 또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엄연한 인간사회의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우리 속담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것 아닌가?
비문 8행에서 후손에게 크나큰 자산을 물려줄 만큼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송을 자자하게 했는데, 비문 9행에서 말하는 의미를 음미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성인군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말한다.
容㤙以撫人
容恩以撫人(용은이무인)은 容人(용인)과 恩撫(은무)라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 바, 容人(용인)은 사람을 받아들이다, 타인을 용서하고, 포용하다의 뜻을 지닌 단어이고, 撫(무)는 위문(慰問)하다, 돌보고 보호하다,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다, 키워주다의 뜻을 가진 낱말이고, 撫育(무육)은 사람을 정성껏 키우고 육성해 주는 은혜를 뜻하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容恩以撫人의 뜻은 남을 용서하고 포용하고 받아들여서, 정성껏 키워주는 은혜를 베풀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恩撫(은무)는 키워 주신 은혜-撫育之恩을 뜻하는 말이다. 진서(晉書) 유요(劉曜)전의 “妾少養於叔 恩撫甚隆 無以報德” 구절에 나온다.
寬以御物
御物(어물)은 임금님에게 속하는 물건을 뜻하는 단어이고, 寬(관)은 관용을 뜻하는 말이므로, 寬以御物(관이어물)은 제왕인 자신이 가진 것에는 관대하게 대했다는 것 즉 남에게 많이 그리고 크게 베풀다 후하게 베풀었다는 뜻이다.
국편위는 “寬以御物”을 “너그러움으로써 사물을 다스리니”으로 번역 해석했는데, 여기서 “御物”(어물)이란 단어를 썼기 때문에 “사물을 다스리다”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御物(어물)은 제왕의 물건, 국왕에게 속하는 왕의 개인 소유물, 帝王專用之物을 말한다. 나라 것이 다 왕에 속한다는 즉 전부가 국가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고대 당시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왕 또한 한 개인의 신분으로서 자신의 소유 물건이 따로 있었고, 왕실 재산과는 별개의 자기 소유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시경의 “普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온 하늘 아래 왕의 영토가 아님이 없고, 온 나라의 영토 안에 왕의 신하가 아님이 없다- (보천지하 막비왕토 솔토지빈 막비왕신)의 구절은 공자의 천하주유의 사실을 고려한다면 올바른 개념이 아닐 것이다.
承德者咸識其隣(승덕자함식기린)은 그가 承德者(승덕자)-즉 덕을 많이 받은 사람이란 것은 그 이웃나라 사람들까지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편위는 이 구절을 “덕을 이어받은 사람은 모두 그 이웃을 알아보니”으로 번역 해석하였다. 하지만 국편위 번역은 낱말 해석은 물론이거니와 문구 해석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 구문의 문법을 무시한 잘못된 번역이다.
咸識에서 咸(함)은 모두 전부, 識식은 인식하다 지식 알게 되다의 뜻으로 영어의 (know, recognize, be aware of) 뜻이다. 그러므로 承德者咸識其隣은 그가 승덕자라는 그 사실은 이웃나라에게까지 다 알려 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승덕(承德)은 많은 덕택-은사를 받았다는 의미를 뜻하는 단어이다. 咸(함)은 모두 다, 識(식)은 인식하다 즉 잘 알고 있다, 鄰(린)은 그 인접한 이웃나라들을 의미하니, 그가 은혜를 받은 사람 즉 덕이 큰 사람-덕망 높은 사람임은 이웃나라 사람들에까지 잘 알려졌던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국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덕을 스스로 실천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하니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덕을 실천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知其際
寬以御物 구절 다음에 이어지는 결자 부분 “□□□□知其際”의 4글자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承德者咸識其隣의 7글자와 댓구적인 의미로 쓰였음이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자 부분을 “承意者”(승의자)라는 말로 메꾸어진다.
승의(承意)는 모두를 받아들인다 즉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준다는 뜻이고, 또 마음으로 먼저 받아 들이고 기꺼이 모신다는 뜻이니 그가 승의자라는 사실은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承意(승의)에 대한 문장은 장자외물편과 사기 급정열전 등에서 찾아진다.
“彼教不學 承意不彼”(莊子, 外物), 성현영의 소 “稟承教意以導性 而眞道素圓 不彼教也”, “天子置公卿輔弼之臣 寧令從諛承意陷主于不義乎” (史記, 汲鄭列傳).
承은 받다, 받들다의 뜻이고, 따라서 承意(승의)는 뜻을 받드는 것-秉承意旨 즉 남의 뜻을 받들고 남에게 먼저 주고 베푸는 것-을 말하고, 승덕(承德)승덕은 그 결과 자신이 돌려 받는 것 즉 이어받는 것-은사와 덕택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承意者皆)知其際 承德者咸識其隣 |
皆은 댓구적 위치에 있는 글자 咸(함)의 의미가 ‘모두 다’의 뜻이므로, 같은 뜻의 글자인 皆(개) 글자가 적절하다. “皆知”(개지)는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는 뜻의 단어이다.
국편위는 “□□□□知其際” 부분을 “한 자는 그 시기를 알고”으로 번역 해석했는데, 이것은 옳은 해석이 아니다. 여기서 “際”(제)는 交界 地方 국경 지방을 지칭하는 말이다. 끝없이 펼쳐진 곳을 바라보며 일망무제(一望無際)라는 표현을 쓰는데, 여기의 무제(無際)는 무변무제(無邊無際) 즉 경계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없이 넓다는 의미하고 같은 뜻으로 쓰였다. 비문앞면 3행에서 동서남북 국경선을 제시한 구절 “東拒開梧之境 南鄰(八)桂之(際 海)接”에서의 “際”의 의미하고 같이, 교계 변경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際(제)글자가 생사존망지제라는 표현에서 알다시피 시기 시후(時候)라는 뜻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서 국편위처럼 “그 시기를 알고”라고 번역하면 전후 구절의 문맥상 의미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된다. 특히 댓구적 병렬적으로 위치한 앞뒤 구절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국편위 번역은 생뚱맞이 번역으로 잘못되었음이 분명하다.
특히 “皆知”개지는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는 뜻의 단어임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국편위 번역처럼 “한 자는 그 시기를 알고”가 아니라, ‘국내의 사람들 모두가 그가 덕을 먼저 베푼 사람임을 다 알고 있다’는 의미가 올바른 해석이다.
“其際”라는 말은 댓구적 위치에서 쓰인 “其隣”(기린)-그 이웃나라-까지라는 의미와 댓구로 쓰여서 ‘그 국경선 내’ 즉 국내를 지칭한다. 승의자개지기제는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숭덕자함기린은 숭덕자라는 사실은 이웃나라에까지 알려졌다는 의미가 된다.
聲溢間河□
溢(일)은 넘쳐 흐르다, 분출하다의 뜻으로 성일은 분익(噴溢)과 비슷한 말이고, 만약 글자판독을 閒河(한하)로 하면 한하는 한수이북, 한강이남 등에서와 같이 한수, 한강과 같은 말이므로 오늘날의 한강으로 대체할 수 있다. 聲溢閒河(성익한하)하면 그의 名聲(명성)은 閒河(한강)을 넘어섰다는 뜻으로 편하게 새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글자판독을 유희의 판독에 따라서 間河(간하)라고 판독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편위는 閒河(한하)로 글자판독하였으나 유희애는 間河(간하)로 판독했다. 한하閒河는 글자가 간하間河과 비슷하다. 하지만 유희해의 판독에 따라 한하가 아니라 間河(간하)라고 판독하는 것이 옳게 보인다.
“河間”(하간)이란 명칭이 우공(禹貢)과 수경주(水经注)에 나타난다. 하간이란 말은 김해평야처럼 강의 하류에 형성되는 삼각지 지역을 말한다. 하간지河間地는 인접한 두 강이 서로 만나는 지역에서 두 강 사이에 솟아오른 철형凸形 지형의 강가의 언덕 지역을 이른다. 강 하구의 삼각주나 고수부지처럼 강 수면보다 더 높이 솟아 오른 지역을 말하니 하간을 넘친다는 표현을 강둑을 넘쳐났다는 표현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황하가 동해로 흘러가는 평탄습지 지역이 하간에 속한다. 이 곳에 봉지를 받았던 하간왕(河間獻王) 유덕이 생각난다.
間河는 장자(莊子) 칙양의 “丘山積卑而為高 江河 合水而為大”의 표현에 비추어 범람하는 큰 강을 말하는 시적 표현인 것으로 보이지만, 양자강의 최대 지류로써 중국의 무한시에서 양자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한수 漢水가 연상되고 또 당나라 때 수도였던 낙양을 통과하는 강 이름이 間河(간하)이었음을 고찰해 보면, ‘문무왕의 명성은 당시 중국의 수도 낙양까지 알려졌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河(하)는 큰 물 즉 바다로 새길 수 있으므로 間河(간하)는 陸間河(육간하) 陸間海(육간해) 즉 육지와 바다에 낀 지중해 같은 황해, 동해(중국의 입장에서)의 뜻이 된다. 河(하)는 銀河(은하)수를 연상시키므로 불후의 이름을 남겼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聲溢間河(성일간하)의 명성이 자자했다는 의미는 사마천의 임소경서에 나오는 “此人皆身至王侯將相 聲聞鄰國” (차인개신지왕후장상 성문린국) 구절의 표현의 의미와 같다: “이런 사람들은 각각 황제·제후·장군·제상의 자리에 올라 이웃나라까지 명성을 떨쳤던 사람들이었다”.
9행 번역 요약
□挹宀舍□ 挹(寄)舍(謙) |
그는 희사하고 기부하고 겸손함을 보이며 살았다. |
乃聖哲之奇 | 그런 것은 성현철인들에게서 보여지는 특이한 점인데, (그는 매우 겸손하여서) 성인철현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
容㤙以撫人 | 남을 용서하고 포용하고 받아들여서, 정성껏 키워주는 은혜를 베풀었다. |
寬以御物 |
자기 가진 것에는 관대하게 대했고, 남에게 후하게 베풀었다. |
(承意)者(全)知其際 | 모든 사람들을 정성껏 받들고 기꺼이 모시는 승의자라는 사실은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
承德者咸識其隣 |
남에게 먼저 주고 베푼 결과로 은사와 덕택을 입은 승덕자라는 사실은 이웃나라 사람들에게까지 다 알려지게 되었다. |
聲溢間河□ | 그의 명성은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낙양에까지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