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해산 심판

생각하기의 중요성

문무대왕 2025. 5. 2. 10:59

생각하기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Thinking

 

“Thinking is critical to being a lawyer.”  법조인에게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다.  만약 법조인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그대로 따른다고 한다면 법조인의 존재는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고 또 그 존재 의미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조직에서도 반대나 비판 의견을 듣기 위해서 수 없이 회의를 열고 있지 않는가?   하물며 반대파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정치와 법의 세계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견해를 있는 그대로 따른다고 한다면 자기자신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 있겠는가?  

 

정치와 법은 맞은 편에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같은 성격을 갖고 있고, 상대방이 존재하기 때문에 토론의 자유를 강제적으로 막아서는 아니된다.  이에 대한 고전적인 논거로써 유명한 JS 밀의 “자유론”을 다시 읽어 보자: “만약 전체 인구 가운데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하나하나 제외시키다 보면 결국 자기 한 사람만 남게 될 것이므로 집권자가 국민의 말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1]  그리고 독일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서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당은 정치적 결사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각계 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국민 일반이 정치나 국가 작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현대의 대의제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분명하게 확인되다시피, 인간 세계의 본질에서 권력 추구의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정치적인 반대파 또는 정당이 소멸되거나 제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2]  더욱이 현대 사회의 현실은 다양성과 관용성과 포용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만약 민주국가에서 이러한 가치를 배제한다면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가 존재할 바탕이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독일헌법재판소가 밝힌대로, 정당에 대한 법적 분쟁은 가장 최고의 난제 중에 속하는데, 이러한 난제 중의 난제인 정치단체 해산 문제가 어찌 알렉산더의 단칼로 처리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할 꺼리와 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조사 연구를 시작하고 내용을 간추리고 정리했다.  찬반이 있는 토론의 제도에서나 또는 문제해결의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논문이라면 최소한 단정적인 결론을 제시함이 중요하겠으나 이 책은 저자가 별도로 결론을 제시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을 보면 판결문을 번역 소개하고 있는데 그 판결문 속에 제시된 결론 이상 더 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고 또 이 책은 생각할 꺼리를 주는 통찰적 소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한국에서 자세하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정당 해산 헌법 재판 사례를 보다 자세하게 소개하고 또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판례법 국가들의 정당 해산 헌법 재판 사건을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의 파시스트 독재 정권과 공산주의 독재 정권의 침투를 막아 내는 최선의 방안과 그 역사적 과정을 설명해 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을 통해서, 현재 한국의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사안들인 의원 지위 회복 소송, 전교조 법외 노조화, 노조단체 등의 법적 지위,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정당의 기본권의 보장 등의 본질적 사건들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논리를 연계 발견할 수 있는 확장적인 성격의 책의 내용임을 말하고 싶다.

 

왜 우리들에게 비판적인 사고하기가 필요한가?  어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한 마디 발언이라도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비판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민주 사회에서 새로운 사고와 비판의 능력을 갖추기를 포기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한없이 고민하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법조인의 태도를 갖춘 사람이라면 한 마디 비판적인 견해를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지를 이해하리라.

 

이 책은 전투적 민주주의사상의 자유시장론이라는 두 대척점에 서 있는 제도와 견해를 다루고 있어 본문에서 소개된 미국 연방 대법원[3] 판결문 중 블랙 대법관의 반대 의견을 인용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 소수의견의 영어 원문은 이 책의 부록으로 포함하였다.

 

내 판단으로는, 미국의 국가 안전은 국민들에게 정부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주입하려고 시도하는 것 대신 국민들의 애정에 의존함으로써 보다 용이하게 보장될 것이다.  공산당은 미국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수 그룹에 불과하였다.  공산당의 당원수는 정부가 법률의 힘을 통해서 공산당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시도하기 이전부터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는 미국 국민들의 절대 다수는 공산당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과 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공산당 후보들에게 보여준 태도에서 명백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위험한 사상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참된 미국적인 방법이다.  물론 그러한 방법이 폭력적인 행위와 반역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완전무결한 방법은 아니다.  미국을 건국한 헌법 기초자들은 미국 헌법에 우리들이 따르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구별 지어 놓았다.  그들은 정부에 현재 법을 위반한 명백한 행위들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정부에게 부여하였지만, 국민들의 의견을 옹호하는 것에 불과한 것에 대해 국민을 처벌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았다.  결론을 내리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미국에서 미국인들의 관습과 사고에 전적으로 낯설은 이념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쓰일 지도 모를 공산주의자들과 또 그들에게 동정적인 사람들의 주장들이 그런 소수당을 불법화하는 법률(-이런 탄압 법률이 헌법상 타당한 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하는)보다 미국의 국내 안보에 훨씬 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소수자들이 소수자를 탄압하는 법률의 위험성보다 위험이 크지 않는 이유는 공산당과 그 지지자들은 단지 정부 체제에 급격한 변화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근거에 의해서 위험한 사상을 가진 국민을 처벌하고자 하는 그런 시류를 타는 형사 정책은 안타깝게도 국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곤경에 처한 세계 정세 속에서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훨씬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국민들의 힘과 생각을 쏟아 붇는 것을 막을 지도 모른다.”

 

 

 



[1] JS MILL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의 근거로써 다음을 들었다: “① 의견이 틀렸다거나 또는 해롭다는 사실은 개인의 의견 표현을 가로막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왜냐면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것도 또 다른 개인의 의견일 수 있기 때문에 의견 표현으로 명백한 위험이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의견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② 개인의 의견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일부 제한이라는 말은 수사학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모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것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막을지도 모른다.  ③ 표현의 자유에 있어 내용에 대한 제한은 없어야 하며 다만 방식에 대해서는 제한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2] 이러한 저자의 신념에 의해서 이 책의 내용을 구상하고 정리했다.

[3] Communist Party of the United States v. SACB 367 U.S. 1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