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릉비 연구-제4권-역사혁명

거짓과 사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인 행동이다

문무대왕 2025. 4. 23. 11:47

 

1. 거짓과 사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인 행동이다.

 

지록위마- 진시황제 유언장 조작 사건

 

외부의 적인가? 내부의 적인가? 누가 더 큰 문제인가?  창업과 수성의 어려움

 

진시황제 왕조를 멸망시키는 것은 호()

 

도참설(圖讖說) 즉 미래 예언서는 대개 비유적인 말로 쓰여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한 성격을 갖고 있다. ? 미래 예측의 영역은 어느 누구도 적확하게 제시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큰 인간의 힘으로는 정확한 미래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언서는 각자 나름대로 해석의 여지가 크고 넓게 열려 있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자의 해석의 자유를 던져준다. 진시황제는 胡()를 흉노로 해석했다. 이 해석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진시황제의 아들 중에 같은 글자로 시작되는 아들 이름이 호()로 시작된다는 것에 있었다. 바로 후계자 다툼을 벌였던 호해이다.

 

통일왕국을 건설하는 데 최대의 적은 호시탐탐 침략을 노리고 있는 외부의 적 흉노족이 맞긴 하지만 내부의 적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 내부의 적은 절대왕권에 대항하는 귀족 사대부계층 사족들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놓쳐서는 아니된다. 내부의 적 즉 기득권층 귀족 족벌을 대표하는 세력은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가 함께 힘을 합해 서로 짜고 황제의 유서를 위조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꼭두각시 황제를 내세운 괴뢰정권의 허수아비 황제 호해(胡亥)가 바로 그 胡()였다.

 

도참서는 예언서이기에 만약 그 예언을 누군가가 미리 알았더라면 즉 천기가 누설되었다면 도참설의 예언이 이루어질 수 없다. 중간에서 탄로나서 사전에 발각되고 따라서 새왕조를 꿈꾼 세력들은 무참히 살해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정은 의미가 없다. 역사는 이미 일어났던 과거의 사실을 다루기 때문이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라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과 같이 침묵은 항상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일까?  세익스피어 희곡리차드 3에 나오는 대사를 보자.

“그러니 참 이 세상은 정말 거꾸로 돌아가는 거지요!  이렇게 뻔히 사기치는 짓을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만 자기가 알고 그대로 감히 말했다가는 돌아올 피해가 무서워서 모두들 눈감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세상은 정말 사악한 세상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말도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세익스피어, “리차드 3”, 3 5).

 

이 대사에서와 같이, 지금은 불의와 불법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고, 그렇지만 누군들 설령 진실을 알고 있다 해도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기란 무척 어렵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는 자기 자신에게 해가 미칠 것을 모두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 오웰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거짓과 사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인 행동이다(In a time of universal deceit, telling the truth is a revolutionary act.) 

 

그런데 보라, 역사상 혁명이 일어난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혁명이 그렇게 쉽다면 누군들 성공하지 않았겠는가!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권력과 진실을 말하는 순진한 바보

 

솔직하게 진심을 말했다가는 까딱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이 험한 세상의 현실이지 않는가?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진솔하게 얘기하는 것을 일본말로바카쇼지키(馬鹿正直)”이라고 하는데 바카쇼지키는 사슴을 말이라고 지칭하는 고사성어의 의미대로 숨어 있는 그 의도를 알지 못하는 그런 바보스런 솔직함(stupidly honest), ‘우직스런이런 뜻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는 말이다. 여기서마록을 단어 뜻 그대로 번역하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고, 한자 고사성어지록위마의 유래를 알아야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指鹿爲馬(지록위마)는 사마천의 史記(사기)에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에서권력을 이용해 잘못된 것을 끝까지 우긴다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예컨대 정부가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 때 진실 규명을 외면하거나 단순 사고로 치장해 버리면서 정부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거짓말의 수단을 동원할 때 그것을 가르키는 의미로 쓰인다. 

 

정부의 변명이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격이라고 국민들은 알면서도 권력의 보복을 무서워하며 그냥 넘어가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권력은 외양을 치장하며 진실을 가릴 수 있는교묘한 거짓말(skillful lying)’을 부릴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을 가졌고, 또 그런 자원을 능수능란하게 가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따라서 만약 진실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자기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때로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어쩌면 자기 생명을 담보하는순진한 바보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고 말하는 것이순진한 바보에 해당하는가? 우리는 말하는 사람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을바보라고 부른다.

 

고사성어 지록위마의 유래를 살펴보자. 진시황제가 순례길 행차 도중 호수가에서 급사하자 환관 조고와 법가사상의 정책을 펴고 있던 승상 이사가 실권을 장악하고서, 진시황이 봉한 태자를 폐위하고 대신 미련한 아들 호해를 진시황제를 잇는 국왕의 자리에 앉히고 국정을 농단했다. 조고는 자신의 권력에 순종하지 않는 자들이 누구인지 떠보려고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했다. 이에 왕이 된 호해가 신하들을 쳐다보고 물었다. “승상도 농담을 하는가?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지록위마). 신하들이여, 그대들 눈에도 말처럼 보이는가?” 이 때 국왕의 물음에 대해서 사슴이라고 바른말을 한 신하들은 조고에게 모함을 당해 목숨을 잃었고, -言의외양’(pretence)을 보고 말이라고 대답한 즉 거짓말을 한 신하들은 살아남았다는 역사를 사마천은 기록하였다. 물론 얼마 못가서 조고는 새로이 등극한 다음 왕에 의해서 피살되고 말았다는 역사의 심판이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지록위마의 고사성어는 사람들의 말은 외양 속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숨은 뜻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한국사의 관련 사료는 거의 절대 다수가 漢文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학문적인 연구방법론에 따라 객관적으로 검토되고 그 객관성을 담보해 낼 수 있다.

 

객관성을 담보하는 첫걸음은 타인을 속이려는 잘못된 의도를 당장 그만 두어야 하고 또 자기 자신마저 속이려 드는 진실성을 해치는 행위가 더 이상 발붙일 없다는 사실을 냉엄하게 깨닫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다고 말한 링컨 대통령의 담대한 선언을 상기하라.[1]

 

왜 영국이 대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가? 그것은 일반 보통사람들까지 보통교육을 통하여 보통어인 영어로써 모든 진실을 탐구하고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경구는 정치학에만 적용되는 고전이 아니다. 푸코의 권력 이론으로 분명하게 규명되듯이 교육계 학계 또한 권력(power)을 행사한다. 교육자가 권력자로 행세하는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으면 좀 더 나은 세상 다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공정사회를 이룩할 수가 결코 없다. 



[1] 대개 링컨 대통령의 연설로 널리 알려진, “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no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위 영어문장은 옥스포드 인용문 사전에 실린 문장이다.  Bloomsbury 인용문 사전 (1991)에 실려 있는 문장은, “You can fool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and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but you can’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  일부 국민들을 오랜 세월 속이는 것도 가능하며, 전 국민을 잠시 속이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