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교사 유럽인권재판소 케이스
3. 해직 교사 포그트 Vogt 유럽인권재판소 케이스[1]
1.1. 교사에 대한 징계조치와 재판의 경과 과정
독일 국민 포그트는 1977년 교사직에 합격하고 1979년 정년 보장의 정식 교사로 임용되었다. 포그트는 중등학교에서 독일어와 불어를 가르쳤다. 1981년 작성된 교사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포그트의 교사 직무 수행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되었다. 1982년 7월 13일 지역교육위원회는 주공무원법 제61조2항에서 요구하는 공무원으로서 충성 의무 duty of political loyalty 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절차를 개시하였다. 징계 절차를 개시한지 4년이 지난 1986년 지역교육위원회는 포그트 교사가 헌법에 위배되는 DKP 정당을 지지하고 그 당원 활동을 전개한 사실은 국가와 공무원의 지속적 관계의 바탕인 신뢰 trust의 기초를 깨는 것이라며 교사 직무를 정지시켰고, 1987년 10월 15일 해임을 결정하였다. 징계 사유로 그녀가 1980년부터 독일공산당DKP 당원으로서 활발한 정치 활동에 관여하였고 1982년에 주선거에서 DKP당 후보로 출마한 것 그리고 정당 간부로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한 사실 등이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충성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을 들었다. 주행정법원은 위헌 정당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정치적 활동을 가담한 것은 공무원의 헌법에의 충성 의무 duty of political loyalty와 양립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DKP당은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따르는 정당이고 이는 독일의 자유민주적 헌법질서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무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공무원의 헌법에의 충성 의무는 전통적인 기본적 헌법원칙 중에 하나이고 이는 기본법 제33조5항에 규정되어 있다. 포그트는 1988년 주징계법원에 항소하였으나 1989년 기각당했다. 1989년 12월 22일 포그트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3명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1990년 8월 7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포그트의 DKP 가입과 활발한 정당 활동이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징계법원의 판결이 포그트가 DKP 당원이라는 사실과 DKP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확인된 사실에 따라 공무원의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고 내린 법원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포그트는 1991년 2월 13일 유럽인권재판소에 상고하였다. DKP당원으로서의 정치적 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사직에서 해임당한 것은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포그트의 제소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1992년 10월 19일 요건 심리를 열고 본안심리 진행을 결정했다.
1.2.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 내용
1990년 8월 7일 독일헌법재판소는 포그트의 독일공산당DKP 에의 가입과 당원 활동이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본법 제21조2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징계법원이 DKP정당의 목적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였다고 말했다. 포그트 자신은 DKP 정당의 정책을 변경하는 것에 찬성하였고 또 교사로서의 직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DKP당에 대한 정치적 충성심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입장에 비추어, 징계법원이 포그트가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계속해 나가는데 요구되는 신뢰 trust의 기초가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따라서 청구인의 해직은 헌법적 권리에 대하여 형평성 proportionality의 원칙을 위반한 정도라고 볼 수 없으며, 결론적으로 기본법 제33조제2항3항5항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유이었다.
1.3. 유럽인권재판소에서의 법적 쟁점
포그트는 자신이 DKP당원으로서 정치적 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교사직에서 해임한 조치는 협약에서 보호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정치적 자유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였다.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럽인권협약이 정한 보호받을 기본권에 대해서 침해행위가 일어났는지 여부를 우선 입증해내야 한다. 협약이 정한대로 보호받을 대상과 자격이 되고 또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일어났다고 해도 즉시 위법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협약에 열거된 침해사유에 합당하다면 침해행위는 용인될 수 있다.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유에는 그 침해행위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된 경우 prescribed by law, 합법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경우 legitimate aim,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경우 necessary in a democratic society, 이렇게 세 가지 경우에 해당될 때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에 대해 엄격한 법률 심리를 진행한다. 사회적 필요 social need에 의해서 꼭 필요한 정도로 침해 행위가 취해졌다고 한다면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서 기본권 침해 행위가 용인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교사를 해직시킨 정부 행위가 “강력한 사회적 필요” 요건에 부합되는지 그리고 “의도한 합법적인 목적에 견주어 형평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인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독일연방공화국의 당시 사정을 자세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독일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교사가 개인적인 자격으로 행한 사적인 일들이 헌법 질서에 위배되는지 그리고 징계 수단의 하나로 취해진 해직 조치가 공무원의 개인적인 자격으로 행한 일에 대해서 취해질 만큼 그렇게 중대한 것인지 공익과 사익 간에 형평성을 고려해서 타당한 것인지 여부가 법률 쟁점이었다.
1.4. 청구인의 주장
포그트가 중등학교 교사로 정식 임용된 후에도 적극적인 DKP 당원 활동을 그치지 않자 징계를 받았고 결국 해직되었다. 독일의 교육 당국과 법원은 독일공산당 DKP 당의 목표가 마르크스-레닌 노선을 따르는 등 독일의 자유민주적 헌법질서에 배치되는 바 이런 정당에서 고위직을 맡으면서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전개해 온 포그트 교사의 행위는 헌법에서 요구하는 공무원의 충성의무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포그트 교사는 전혀 생각을 달리 했다. 자신은 교사로서의 직분을 다했고 자신의 정치적 활동은 교사로서의 직분과는 관계없으며 단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위헌 정당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헌법재판소밖에 없는데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DKP 정당을 위헌 정당으로써 선언하거나 금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DKP 당원으로서 정당 활동을 수행한 것은 전적으로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2] 위헌적인 정당으로 판결한 것도 아닌 정당에 가입해서 정당활동을 합법적으로 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해직시킨 조치는 제10조 정치적 표현의 자유권을 침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3] 이러한 청구인의 주장 부분을 설명한 판결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55. 청구인은 침해 행위가 불가피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DKP 정당을 위헌 정당으로써 금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징계 조치”를 취한 근거가 되는 DKP 당원으로서 정당 활동은 합법적인 정당에서 합법적인 정치 활동이었으며 따라서 정치적 충성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정당의 추상적인 목적 abstract aims에 의해서 판단해서는 아니되고 다만 개인적인 행동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개인적 행동의 측면에서 보면 포그트가 결코 어떤 견책의 대상이 된 적도 없이 교사로서의 업무를 잘 수행했고 또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어떤 사상을 주입시키려고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직업적 본분 밖의 부분에서도 헌법에 위반될 anti-constitutional 만한 어떠한 진술도 결코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포그트의 정당 활동은 국내외적으로 서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또한 신파쇼주의에 투쟁하기 위한 자신의 신념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포그트는 DKP 정당 활동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말했다. 의견을 주장하고 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의 가장 핵심부분에 대해서 정부 당국은 자신과는 달리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그러한 신념을 포기할 것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여하튼 가장 무거운 수준의 징계를 내린 조치는 전적으로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징계 절차가 오랫 동안 끌어온 사실과 공무원의 정치적 충성의무에 관련된 규정을 다루는 방식이 각주마다 다르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자신을 꼭 해직시켜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1.5. 정부의 반론
독일 정부는 공무원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축소제약시키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무원은 정치적 충성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공무원에게 충성 의무를 부담시킨 법의 취지는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있다고 주장하며 그것은 합법적인 목적 범위내에 있으므로 위법이 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펼쳤다. 다시 말해 포그트 교사가 DKP 정당 활동을 활발하게 참여한 사실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DKP같이 헌법에 위배되는 정당과의 관계를 단절할 의무하고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독일정부는 주장했다. 이것은 한 마디로 공무원은 위헌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상 원칙이라는 주장이었다. 정부의 주장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54. 독일정부는 본안사건에서 국가가 누릴 재량의 범위를 판단할 때는 회원국이 협약을 체결할 당시 협약과 원안에서 국가의 공무원 임용권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다는 협약의 배경을 고려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독일정부는 공직 후보자가 만족시켜야 할 조건은 이미 정년 보장 지위에 임용된 공무원에게 적용될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독은 좌파나 우파를 불문하고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에 대항해서 투쟁해야 할 특별한 책임을 갖고 있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겪은 역사에 비추어 공무원에게 정치적 충성 의무를 부담시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공무원 제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방어할 수 있는 민주주의 democracy capable of defending itself”이론의 가장 핵심 토대에 속한다. 따라서 당원은 위헌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DKP 정당 같은 정당에 가담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전개해서는 아니된다. 포그트는 그 당시 정당의 목표가 서독의 자유 민주적 질서를 전복하는 것에 있었고 또한 동독과 소련 공산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던 그 당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었다. 포그트는 교사로서의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해서는 실제로 어떤 비판도 제기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로서 민주주의 기본적 가치를 전달하는 특별한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포그트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DKP 정당 활동을 계속했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바로 그러한 사실로 인해서 독일 당국은 포그트의 교사직을 잠정 정지시킬 수 밖에 없었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1.6. 판결 주문과 판결 이유 해설
유럽인권재판소는 1995년 9월 26일 판결에서 포그트 사건에 협약 제10조가 적용된다는 점은 17대2로, 제10조의 위반이 있다는 점은 10대 9로, 이 사건에 협약 제11조가 적용된다는 점은 만장일치로, 제11조의 위반이 있다는 점은 10대9로 확인하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또 협약 제50조에 따라 포그트는 1991년 2월 1일 교사로 복직되기 전의 해직 기간(1987년-1991년)에 대해서 금전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non-pecuniary damage에 대한 배상 그리고 소송 비용을 독일 정부가 부담할 것을 청구한 바 재판소는 독일 정부와 손해배상액을 합의할 것으로 권고하였고 이에 독일 정부는 청구인과 손해배상액을 합의하고 1995년 9월 26일 유럽인권재판소의 소송을 완전히 종결지었다. .
재판소의 판결 이유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중등학교 정식 교사 임용된 후에도 적극적인 당원 활동을 그치지 않자 징계를 받고 결국 해직되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포그트의 해직은 유럽인권협약 제10조를 위반하였다고 판결을 내렸다.
정년 보장의 공무원 신분이라고 해도 협약의 대상에서 배제되는것이 아니며 포그트 교사가 중등학교 교사로 임명되었다고 해서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권을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다. 기본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음이 인정되면 그 다음 수순으로 제10조2항에서 열거한 정당화 사유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논하게 된다. 침해 행위가 주공무원법의 법률 규정에 따라 취해졌고 또 독일 헌법 제정의 역사적인 배경을 고려해 보면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고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에는 합법적인 목적이 인정된다. 공무원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한 것은 합법적 목적을 존재한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재판소는 인정했다. “독일 공무원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기본법의 의미에 따른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할 것을 맹서하게 하고 적극적인 수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공무원이 헌법과 민주주의의 수호자 the civil service is the guarantor of the Constitution and democracy’라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독일에서는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데 그것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뼈아픈 경험 즉 나치즘의 망령을 겪은 것과 그 후 수립된 연방 공화국 헌법에서 ‘민주주의 그 자체를 방어할 능력을 갖는 민주주의 (방어적 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한 헌법을 제정하게 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요건은 침해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것인지 여부이었다. ‘강력한 사회적 필요 pressing social need’이 존재하였다면 용인될 수 있는데 여기에는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공무원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고려해 보면 공무원에게 신중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정당하지만 이 경우라도 협약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교사는 교사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수업 중이나 학교 밖에서 학생들에게 은밀하게 사상을 주입하려거나 또는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청구인은 어떤 비판도 나오지 않았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 교사로서의 업무 수행은 만족스러웠고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 또 하나 재판소가 확인한 사실은 DKP정당이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금지되지 않았고, 따라서 DKP 당원으로서의 정당 활동은 전적으로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 신분 이외의 교사직은 거의 구할 수가 없는 독일의 제도를 감안하면 정부의 일정 정도의 재량의 여지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중등학교 교사를 해직시킨 징계 조치는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1] Vogt v. Germany Case (Application no. 17851/91). http://hudoc.echr.coe.int/sites/eng/pages/search.aspx?i=001-58012.
[2] “The DKP had not been banned by the Federal Constitutional Court and that, consequently, the applicant's activities on its behalf were entirely lawful.”
[3] “[Her activities] had been lawful political activities for a lawful party and could not therefore amount to a failure to fulfil her duty of political loyal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