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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릉비 연구-제4권-역사혁명

삼국사기 문무왕 유조문과 당태종 유조문 비교설명-2

by 문무대왕 2025. 4. 22.
2 運往名存 古今一揆
奄歸大夜 何有恨焉
道存物往 人理同歸
掩乎元泉 夫亦何恨矣
  삼국사기는 당태종 유조문 가운데 道存物往人理同歸掩乎元泉夫亦何恨矣 구절을 運往名存古今一揆奄歸大夜何有恨焉으로 번역한 표현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당태종 유조문 道存物往人理同歸掩乎元泉夫亦何恨矣 부분의 뜻을 새겨보자. 道도는 법칙法則 법리法理 규율規律 도덕道德 도의道義 방법方法 기술技術 예술藝術 등의 뜻으로 이해된다. 또 道는 노자 장자 등 道家도가, 도교를 뜻한다. 도교가 종교 교파적으로 체계화된 때는 동한의 장도릉張道陵(34-156)이 오두미교를 개창한 때부터였다. 物물은 사물事物, 생물生物, 자신을 둘러싼 환경環境, 내용을 뜻하는 말이다. 道存物往(도존물왕)은 물건이나 환경은 변해도 그것을 규율하는 자연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철학으로 이해하면 자연법 Natural Law 사상이다. 자연법은 정치 체제, 사회나 국가의 변동과는 관계없이 우주법칙처럼 변함없이 존재하는 최상위법이 존재한다는 법철학사상이다. 도존물왕은 히포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과 맥락이 같다. 종교철학적으로 보면 神不滅論(신불멸론)이 되겠고,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庾信(유신)의 싯구 靈光巍然(영광외연)으로 표현되고, 문무왕의 표현으로 추측하자면 靈光不滅(영광불멸)이 될 것 같다. 또 장자의 말을 인용하면 薪盡火傳(신진화전)으로 표현된다. 장자莊子는 柴雖燒盡火種仍可留傳(시수소진화종잉가유전)으로 설명했는데, 땔나무는 불이 다 타고나면 사라지지만 불은 영원히 전해진다는 뜻에서 불굴의 정신이 이어지는 인류의 전통,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인류의 지식 승계 전통의 뜻을 함의하고 있는 말이다. 노자 장자는 떠났지만 그의 사상은 아직도 남아 영원히 전하고 있지 않는가? 
 
사마담의 논육가요지를 참조하라.[1]
 
뉴튼의 물리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조지 가모브의 빅뱅(Big Bang) 우주천체물리학 등을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人理인리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규율하는 도덕규범을 뜻한다. 장자莊子의 어부편에 其用于人理也事親則慈孝事君則忠貞의 설명이 나온다.

同歸동귀는 그 목표가 서로 같다, 같은 목적지에 이르다는 뜻이다.  

 
掩乎엄호는 사람 얼굴을 가리다의 뜻이다. 掩엄은 覆, , , 엄호 엄폐掩蔽의 뜻이다. 掩乎엄호는 사람이 죽음의 침상에서 죽으면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다.[2] 한편 엄호는 嚴乎엄호와 같은 뜻 儼然엄연하고 장중하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嚴乎는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嚴乎若國之有君其無私德의 의미를 참고하라.
 
元泉(원천)은 하늘나라 즉 碧落黃泉벽락황천을 뜻한다. 碧落벽락은 도교에서 만물의 기원인 하늘의 제일천, 碧霞滿空벽하만공을 지칭한다. 元泉의 동의어로는 淵泉연천, 深泉심천이 있다. 장자의 전자방에 入乎淵泉而不濡깊은 연못에 들어가도 물에 젖지 아니하며의 구절이 나온다. 列子열자의 黃帝황제편에 心如淵泉形如處女의 문장이 나온다. 원천은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지하의 하데스 개념 그리고 단테의 신곡에 파라다이스에 나오는 영원한 샘물 eterna fontana의 개념과 상통하는 말이지만, 지하 심연(abyss)의 개념과는 반대로 전도서 321절 “사람의 혼 (the spirit of man that goes upward)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땅으로 내려가는 것말씀과 궤를 같이하는 하늘나라 벽락황천의 개념으로 이해된다.[3]
 
이상과 같은 단어 풀이를 통해서 道存物往人理同歸掩乎元泉夫亦何恨矣 구절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세상의 보이는 것 모든 사물들은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진리의 도-자연법칙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인간 세상의 법칙과 인간의 도리는 그 근본이 우주만물의 법칙과 같이 돌아간다. 이제 하늘이 닫히는구나! 죽음은 하늘나라-본래의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것이 엄연한 진리이거늘! 내 어찌 무슨 여한이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텐가!
 
위의 같은 당태종 유조문의 설명 해석을 허리에 차고 삼국사기의 運往名存古今一揆奄歸大夜何有恨焉 구절을 번역하면, 이 문장은 당태종 유조의 道存物往人理同歸掩乎元泉夫亦何恨矣의 구절을 그대로 표절한 것 즉 그 의미를 불교적 용어로 바꾸어 표현한 것에 다름아님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의 이 구절은 국편위 번역대로, “운명은 가고 이름만 남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갑자기 긴 밤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찌 한스러움이 있겠는가?” 
 
運往名存은 국편위 번역과 같이운명은 가고 이름만 남는 것이라는 뜻으로 이것은 당태종 유조문의 道存物往의 의미를 유교적 또는 불교적 의미로 바꾼 표현에 해당한다. 道存物往(도존물왕)세상의 보이는 것 모든 사물들은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진리의 도는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삼국사기의 古今一揆(고금일규)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는 뜻인데, 당태종의 人理同歸(인리동귀)의 구절을 바꾸어 표현한 말임을 알 수 있다. 人理同歸라는 말은인간세상의 도리와 법칙 또한 우주만물의 법칙과 같이 움직인다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 태어난 모든 만물은 결국 죽는다는 엄연한 생사의 자연법칙에 따른다는 뜻이다. 사람이 태어나 죽는 과정은 모든 자연의 법칙과 같은 것이 아닌가? “黃帝四經”(황제사경)에 나오는 極而反 盛而衰 天之道也 人之理也구절에서 천도와 인도를 같이 설명한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라는 법제도를 헌법 명문 규정에 넣고자 할 때 한 가지로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만약 새로이 개념을 규정하고자 시도한다면 사방으로부터 들어오는 저항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道도와 名이름이 똑같은 의미인 것은 아니다. 장자에서 名者實之賓이라고 말했듯, 이름이란 열매를 맺기 위한 이끄는 가이드에 불과하다. 노자도덕경 제38장에서 말하듯, 도가 열매라면 그 열매를 맺기 위한 꽃에 해당한다. 진열된 꽃을 장미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장미의 향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익스피어가 노래했듯이.  맹자의 진심장에서 充實之謂美 充實而有光輝之謂大이라고 말했다. 선을 힘써 행해서 자기 몸에 가득 채운 것 그 충실함이 들어있는 사람을 미인美人이라 이르고, 충실함이 가득 차서 밖으로 광채가 드러나는 사람을 대인大人이라 이른다. 이를 명실상부라고 한다.
 
바벨탑이 분화 발전된 오늘날뿐만 아니라, 예전도 마찬가지였다. “사기의 저자 史聖(사성) 사마천의 운과 명에 대한 글-立名者行之極也을 참조하고 또 도와 명을 구분한 노자도덕경 제1장의 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영원 불변의 도가 아니며 이름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름은 영원 불변의 이름이 아니다-의 기본적 개념을 살펴 보면 그렇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 줄리엣의 유명한 대사에서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장미에게선 여전히 좋은 향기가 난다고 했고, 서로 다른 종교 여기서 도교 유교 불교는 인간을 구원하는 같은 목적이 있겠지만 각자 종교적 진리의 표현은 서로 믿는 바가 다르니, 당태종 유조의 道存物往人理同歸와 삼국사기의 運往名存古今一揆 이 두 표현은 종교적으로 믿는 바가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비슷한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일본어 ”(나고리)는 유물, 별리, , 이별의 슬픔, the sorrow of parting의 뜻이 있다.  충신장(忠臣藏)에서 “人は一代名は末代”의 표현이 나온다. “사람은 한번 살다가 죽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는 표현을人は一代名は末代을 쓰고 있다. “人は一代名は末代”, “ひとはいちだいなはまつだい”(히토하이치다이나와마쭈다이) 표현의 영어 번역은, “Man lasts but one lifetime, his name for all eternity.”
 
삼국사기의 何有恨焉은 당태종의 夫亦何恨矣을 그대로 차용한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서 당태종의 掩乎元泉엄호원천을 삼국사기는 奄歸大夜엄귀대야라고 바꾸어 놓았다. 국편위는 大夜대야를긴 밤으로만 번역해 놓고, 대야大夜가 불교적 의미임을 밝혀 놓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大夜는 불교 용어에 해당한다. 천주교에서 지옥과 천국에 들어가기 전 연옥이 있다는 교리를 설명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불교에서 사람이 죽을 때 대야로 들어간다고 여긴다. 大夜대야는 칠흙 같은 한 밤중이라는 뜻 이외에 긴 밤 長夜장야의 뜻으로 쓰이면 사람이 죽고 난 후 잠든 지하 세계를 뜻한다. 유신이 쓴 신도비에 爰在盛年先從大夜의 구절이 있다.
 
한편 서구적 표현을 보면, 단테의신곡마지막 부분에서 죽음을 영원한 샘물 eterna fontana으로 비유하였다. 이는 조지훈교수가 지은 고려대학교 호상비문虎像碑文 가운데 너 항상恒常 여기에 자유自由의 불을 밝히고 정의正義의 길을 달리고 진리眞理의 샘을 지키느니의 구절이 갖는 의미와 상통한다.[4]
 
당태종 유조의 元泉원천은 죽음은 근원으로 되돌아간다는 우리 전통적인 인생관에 해당한다.  당태종 유조의 道存物往人理同歸掩乎元泉夫亦何恨矣 구절은세상의 보이는 것 모든 사물들은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진리의 도는 변함없이 존재한다. 인간의 도리와 법칙 또한 우주만물의 법칙과 같이 움직인다.  나는 이제 하늘나라로 떠나간다! 죽음은 원래의 자연으로 엄연하게 되돌아가는 것! 그런데 내게 무슨 여한이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텐가!”의 뜻으로 해석된다. 당태종 유조의 道存物往人理同歸掩乎元泉夫亦何恨矣 구절은 한나라 제5대 황제 한문제漢文帝의 유언 중에 나오는 蓋天下萬物之萌生靡不有死死者天地之理物之自然者奚可甚哀 구절과 그 의미가 서로 통한다. 한문제의 이 구절의 뜻은천하 만물은 싹이 자라나 죽지 않는 것은 없는 법, 따라서 죽음은 인간세상의 이치요 우주만물의 자연스러운 원리이니 어찌 그리 심히 슬퍼할 것이 아니지 않는가?’


[1] 사마담, “論六家要旨”, “何事不成乃合大道混混冥冥光燿天下復反無名凡人所生者神也所託者形也神大用則竭形大勞則敝形神離則死死者不可復生離者不可復反故聖人重之由是觀之神者生之本也形者生之具也不先定其神而曰我有以治天下何由哉” “이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곳에 응용한다면 무슨 일이든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대도에 합치되어 원래의 혼돈상태가 된다. 천하를 밝히고 다시 무명으로 돌아간다. 대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정신이 있어서고, 의탁하게 하는 것은 육체이다. 정신은 지나치게 사용하면 고갈되고, 육체는 크게 수고로우면 망가진다. 육체와 정신이 떨어지게 되면 죽는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고, 떨어진 것은 다시 결합될 수 없기에 성인은 그것을 중시 여긴다. 이것으로 보건대, 정신은 생명의 근본이고, 육체는 생명의 수단이다. 그 정신과 육체를 먼저 고정하지 못하고서, ‘나는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 것은 무엇으로 말미암은 것인가?”, 한글 번역은 朴貞淑, “司馬談論六家要旨의 학술적 의의”, 인문학연구 제48, 327-328.

[2] 한편 掩乎엄호는 천으로 얼굴을 가려라의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투탕카멘의 데스마스크 Deathmask를 상기하라.  사람이 죽으면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다. 이 때가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커튼이 닫히고 이 슬픔이 극한으로 치밀어오르는 때를 상기하라. 또 한 순간은 입관하는 때와 묘지에 시신을 안장하고 흙으로 덮을 때이다. 슬픔과 애통이 가장 크게 밀려오는 순간이 망자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 때 내 얼굴을 가려라!라는 말은 장자나 디오니게세스가 말한대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라는 메시지가 된다.

[3] 천애, 벼랑끝에 서다, 千尋,, bottomless ravine, abyss

[4]조지훈, “고려대학교 호상비문 虎像碑文”, 부분 민족民族의 힘으로 민족民族의 꿈을 가꾸어 온 민족民族의 보람찬 대학大學이 있어 너 항상恒常 여기에 자유自由의 불을 밝히고 정의正義의 길을 달리고 진리眞理의 샘을 지키느니”. 그리고 창세기 9:5의 의미를 참조하라. “And surely your blood of your lives will I require; at the hand of every beast will I require it, and at the hand of man; at the hand of every man's brother will I require the life of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