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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 심판

독일사회주의제국당(SRP) 해산 사건

by 문무대왕 2025. 5. 1.

 

1. 독일사회주의제국당(SRP) 해산 사건

독일연방헌법재판소 1952년 10월 23일 판결 BVerfGE 2, 1

 

1.1. 사실 개요

1.1.1.      심판 청구 배경

히틀러의 나치 정당을 추종하는 극우파 소수 정당인 DKP-DRP 1949 8월 총선에서 402명이 정수인 연방의회에 정당비례대표로써 5명의 의원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후 내부분열로 의원당선자 중 한명인 돌스 Dorls[1] 등이 주축이 되어 1949년 10월 독일사회주의제국당(SRP)을 창당하고 그 후 다른 한 명의 연방의원이 가담하여 SRP정당의 연방의회 의원수는 2명이 되었다.  SRP당의장은 돌스가 맡았으나 실질적인 SRP당의 얼굴은 1944년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모의를 사전에 분쇄하여 유명해진 히틀러 추종자 레메르 장군이었다.  SRP당의 주요 당간부들 또한 히틀러의 나치당 출신이었다.[2]  극우파 SRP정당은 북극해에 닿아 있는 독일 북부지역에 위치한 리더작센주가 주된 지지 기반이었고 리더작센주에서 1951년 5월 실시된 주의회 의원선거에서는 총투표의 약 11%의 지지율을 얻어 주의회 의원 16명을 당선시켰다.  SRP당의 주요 방계 조직으로 제국전선(RF), SRP여성동맹, 제국소년단(RJ) 등이 있었다.

 

당시 공공연하게 나치 핵심임을 밝힌 레메르 장군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져 갔고, 그에 따라 SRP의 정치적 위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독일 정부는 1951년 5월 4일 기본법 21조2항에 따라 “SRP 정당의 목적과 당원의 활동이 특히 선거인들에게 테러 행위를 시도함으로써 자유 민주 헌법 질서를 침해하려는 기도”가 존재하고 또 기본법 9조2항에 따라 정당의 방계조직 제국전선RF을 금지시키겠다고 정부 방침을 밝혔다.[3]  독일 정부는 1951년 11월 19일에 SRP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을 연방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1.1.2. 심판 청구 이유와 청구 주문

 

독일 행정부는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이유로써 SRP 정당의 내부 조직 질서가 민주주의 원칙들을 위반하여 운영되고 있고 또 1인 독재자가 지배하는 국가전체주의 정당과 동일하게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이는 기본법 21조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해산 사유에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이를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명령을 청구하였다.  독일 정부의 SRP 정당 해산 청구 주문은 다음과 같았다: 1. SRP정당은 위헌이다.  2. SRP와 그에 관련된 그 모든 하위 조직들은 해산된다.  3. SRP와 그 하위 조직들(특히 제국전선, 청년동맹, 여성동맹을 포함하여)의 대체 조직이나 위장 조직은 금지된다.  4. SRP과 하위조직의 재산은 공익 목적으로 몰수된다.[4]

 

1.1.3. SRP 반론 요지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자 이에 대한 SRP의 주요 반론 논거는 다음과 같았다.

            연방헌법재판소법[5]상 퇴임 재판관의 후임이 선임되고 있지 않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재판부 구성은 위법이다.[6]

            기본법 21조의 정당조항은 3항에서 말하는 대로 구체적인 법률의 제정이 있기 전까지 직접 적용될 수 없다.

            SRP 정당의 내부 질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았고 또 다른 정당들도 나치당원들을 가입시켰다.[7]

            SRP 정당에 대한 강제 해산은 국민 자치와 다수결 원리에 의해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이것은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은 국민 주권과 국민 자치 원칙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서 획득되는데 국민의 정치 의사 형성을 막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게 된다는 논리로써, SRP의 반론 중에서 강력한 논거에 해당하였다.[8]민주주의 체제란 국민 자치 원칙에 따라 누구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고 또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이 민주적인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면 어떤 정당-심지어는 반민주적인 체제를 옹호하는 정당까지도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인 바, SRP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여 선거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하나의 정당인 이상 특정 정당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의원은 국민 개개인의 의사의 합으로써 전체 국민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정당의 해산 여부하고는 관계없이 의원직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9]

 

1.1.4. 법적 쟁점

 

자유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는 정당 설립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를 헌법상으로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은 정치적 결사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자유 선거에 참여하여 정권을 획득한다.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현실은 정당 정치[10]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 원칙에서 국가가 어느 특정 정당을 강제로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은 실로 매우 곤혹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자기 의사 결정에 따라 정당 설립은 자유라고 전제해 놓고서 다른 한편으론 어떤 정당을 배제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결과일 것이다.  또한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임과 동시에 소속 정당에 기율되는 이중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 해산 심판은 난해한 영역에 속한다.[11]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당의 행위가 민주주의 질서에 얼마만큼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때 위헌정당으로 판단되는가?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험이 실재적으로 현존해야 하는가?  아니면 위헌정당으로 확인될 정도의 단순한 개연성만 존재하면 되는가?  정당이 단지 강령 또는 정당의 운영이 반민주적이어도 위헌정당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어떤 정당을 반민주적이 정당 또는 위헌정당으로 볼만한 어떤 객관적인 조건들이 존재하는가?  현존의 정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정당이 거기에 해당되는가?  어떤 정당이 불법적인 활동을 옹호하는 정당인가?  단순히 미래의 막연한 때가 오면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할 의도를 가진 정당도 해산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쟁점들은 민주·대의·정당 정치에 대해서 근본적인 헌법상 쟁점을 던져주는 난해한 영역에 속한다.[12]

 

1.1.5. SRP 정당 해산 판결 주문

 

“I.1 SRP는 위헌이다.

I.2. SRP는 해산된다.

I.3. SRP와 같은 대체조직을 조직하거나 또 현재의 조직을 대체조직으로 계속 유지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I.4SRP의원은 SRP 정당의 공천으로 선출되었거나 또는 판결 선고 당시 SRP정당에 소속된 의원의 연방의회와 주의회 의원직은 결원 보충됨이 없이 즉시 상실된다.  해당 의회의 법정 의원 정수는 상실된 의원직의 수만큼 줄어든다.  의회 의결의 효력은 이로써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13]

I.5. SRP의 재산은 독일연방공화국의 공공의 이익 목적으로 몰수한다.

II. 각주내무성 장관들에게 주문 1.2 와 1.3의 명령을 집행할 권한을 위임한다.  그 범위 내에서 그들에게는 모든 경찰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이 부여된다.  재산의 몰수는 연방내무성 장관에게 위임한다.  연방내무성 장관은 각주내무성 장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III. 이 판결과 판결의 집행에 관한 모든 조치에 고의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는 연방헌법재판소법 47조와 42조에 따라 6월 이상의 금고에 처한다.”[14]


1.2. 판결 이유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52년 10월 23일 다음과 같은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절차적 하자와 실질적 사법 정의 실현 관계

퇴임재판관의 후임재판관이 연방헌법재판소법 5조3항에 규정된 기간 내에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부의 구성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퇴임재판관은 그 법률규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설령 사소한 절차적인 잘못이 있다고 해도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하고 법의 지배 원칙을 따르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절차에 실질적인 장애를 준 것이 아니다.[15]

 

정당의 헌법상 특별한 지위

 

자유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한 헌법상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당은 일반적인 정치결사단체하고는 달리 헌법상 보다 강하게 보호받는 특수적인 지위[16]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당이 자유 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철폐하고자 하는 정치 세력이 헌법상 정당 규정의 지위를 보호막으로 삼아서 다른 혜택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헌법질서의 모순을 가져오게 된다는 측면에서 헌법상 위헌정당 심판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헌법상 정당을 보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는 이 규정은 일견 서로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정당의 금지는, 비록 정당금지의 요건을 엄격하게 정함으로써 되도록 민주적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목적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은 개방적인 민주적 정치과정의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자기결정권과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하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기본적인 가치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형성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가진 국민들이 자유로운 선거에서 결정을 하는 정권의 형성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미리 앞서서 어느 정치 세력을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강제로 축출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반민주주의적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 해산 금지 제도는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17]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헌법 장치

 

자유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는 정치적 의견의 표현과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국민 기본권으로써 보호한다.  한편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주권의 원칙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여 다수결의 투표로써 정권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적 현실은 선거일 이전에 정당을 조직하고 정당을 통해서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민주정치의 이론과 현실에서 정당 설립과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1949년 독일헌법 기초자들은 이러한 결론을 완전하게 반영할 것인지 아니면 히틀러의 나치 일당독재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제한을 두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에 근거하든 정당을 결성할 완전한 자유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일반 원칙인지 또 민주적인 다수결의 방법으로 민주주의 국가 정치체제를 폐지하는 것을 추구하는 정당은 정치적 의사 형성의 마당에서 강제로 제외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이다.  또한 정부가 문제 있는 야당을 말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론 위헌 정당의 활동을 막을 수단을 강구한 것이다.  이러한 정당 활동을 막는 권한을 남용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또 위헌정당의 요건에 해당되는지를 확인하는 사실문제에까지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18]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갖는 특별한 중요성 때문에 만약 정당을 정치의 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것이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구체적인 사건에서[19] 위헌정당으로 확인될 때는 “오로지 정당이 헌법에 구체화된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가치들을 철폐하려고 기도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헌법적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20]

 

정당은 정치적 결사 단체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기본법 9조에 의거하여 행정부의 규제의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이 정치적 결사 단체의 수준에서 정당으로 그 수준과 위치가 격상되면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정당의 지위로 인해서 정당은 결사단체하고는 다르게 특별히 헌법상의 보호를 받게 된다.

 

정당 해산 제도의 위험성

 

기본법 21조2항의 정당 해산 제도는 21조1항에서 정당을 헌법상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 해산 제도는 필연적으로 “21조2항과 자유로운 정치 활동의 기본적 권리”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의 사이에 일정한 긴장관계가 일어나게 된다.  정당 해산은 민주국가의 정당성의 근간인 민주주의 체제의 정치적 개방성에 대해서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된다.  민주국가에서 정당이 선거에 참여하여 정권이 탄생되는 정치적 현실에서 강제적인 정당 해산 제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정치적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정당 조직 운영과 민주주의 원칙

 

민주국가에서 정권은 정당을 통해서 창출되므로 정당의 운영과 조직 자체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내부적 요건은 정당 정치의 근간이자 토대를 이룬다.  정당은 기본법 21조1항이 요구하는 민주주의 원칙들에 의해 조직을 운용하여야 한다.  정당의 민주적 구성과 운용 요건은 강제 규정이므로 정당이 민주적인 정당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그 정당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압수 수색을 통해 얻는 증거-당지도부가 당원을 모집할 때 서신 교환 등을 분석한 결과 SRP 당 주요 간부들은 모두 히틀러의 나치당원이었고 또한 핵심 간부 출신이었다.[21]  또 이들은 히틀러의 나치당을 부활시키려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22]

 

SRP는 당원과 그 추종자들의 행위에서 기본적 인권과 법치국가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이들에게서 반유대주의의 재건 활동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SRP의 내부 조직 질서는 민주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반민주적인 정당임이 드러났다.  즉 SRP는 당원의 민주적 의사 참여가 봉쇄된 하향식 명령 체계의 1인 지배 독재 정당이며, 정당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고, 당원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등 이러한 사실로 볼 때 민주주의 정당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당원 가입에 제한을 두었으며, 당원에 대한 추방 절차는 나치당과 동일하였다.

 

SRP당의 강령, 프로그램, 내부 조직 등이 나치 일당 전체주의 국가 이념의 히틀러의 나치당(NSDAP)과 본질적으로 유사하고 또 SRP 스스로 나치당의 후신 successor 정당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23]에 근거하여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철폐하고자 하는 기도가 확인된다.[24]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

 

헌법재판소는 국민 자치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다 보니 히틀러 나치 독재 정권의 출현을 막지 못했었다는 독일의 정당 정치 현실을 반성하고 (판결문에서 히틀러의 나치 일당독재 전체주의 국가 체제의 역사를 자세하게 거론하였다) 정당 해산 제도의 법적 타당성을 단호하게 제시하였다.  정당 해산 제도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패망한 이후 1949년 독일기본법에 처음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정당 설립의 자유를 인정했던 바이마르 공화국에도 정당 해산 제도가 존재했다.[25]  기본 21조는 헌법질서의 실정법화된 근본 규범 normative order으로써 가치 중립적인[26]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고 일당독재 체제인 국가전체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 제도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SRP의 반박에 대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주기 위해서 ‘헌법 질서 constitutional order’와 구별되는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 free democratic basic order’에 대한 법적 개념을 정의했다.[27]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란 모든 공권력은 법의 지배를 엄격하게 따르고 또 어떠한 폭력이나 자의성을 배격하고 또 자유와 평등과 다수의사 원칙에 따른 국민의 자기 결정권에 기반하는 질서를 말한다.  이 질서의 기본 원칙으로는 최소한 다음의 요소들이 포함된다: 헌법에 구체화된 기본적 인권의 존중, 무엇보다 생명권과 인격의 자유 형성권, 국민 주권, 권력 분립, 정부의 책임성, 법에 따른 행정, 사법부 독립, 복수 정당의 원리와 모든 정당의 기회 평등과 헌법 범위내에서 야당의 구성권과 활동권.[28]

 

특별법 우선 적용

기본법 212항은 3항의 단서 규정 (연방법률에 의한 상세한 규율을 예정하는)과는 상관없이 정당에 대해서 직접 가능하다.  또 이 정당조항은 92항에서 다루고 있는 결사단체하고는 별도로 정당에 대해서 특별하게 다룬 조항으로써 특별법lex specialis 우선 원칙에 따라 정당에 대해서는 21조가 적용된다.[29]

 

정당의 방계조직은 정당의 핵심부와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정당의 정책을 지원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써 흔히 정당 산하의 청년단체 등이 그 예이다.  방계조직은 정당이 아니므로 정당 보호 조항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  방계조직의 법적 운명은 정당의 운명과 무관하다.  정당의 특수조직(예컨대 정당의 지역단체)은 당원들로 구성되어 정당의 강령과 정책을 구현해 나가는 정당내부의 조직이므로 정당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조직은 정당의 강제 해산과 법적 운명을 같이한다.

 

정당이라면 212항에 의해 즉시 해산될 수 있다.  21조에 따른 정당이 아니라면 92[30]에 따라 일반 결사단체의 해산 법리에 따르게 될 것이다.  즉 일반 결사 단체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부에 의해 해산 명령이 가능하다.[31]

 

헌법재판소 명령의 집행력

 

기본법의 정당 해산 규정은 직접 적용될 수 있는 법이다.  21조1항에서 정당의 내부 조직이 민주주의 원칙들을 위반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정당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 규정에 근거하여 즉시 법적 효력을 갖는 정당 해산 집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32]  헌법재판소의 명령은 사법부의 본질적인 권한과 성격에 의거하여 즉시 효력을 나타낸다.  기본법 21조는 근본 규범 조항이고, 다른 법률의 제정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즉시 정당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대한 집행권을 경찰에게 위임하였다.[33]

 

정당 해산과 동시에 의원직도 상실되어야 하는가?

 

정당의 위헌성이 확인되고 이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해당 정당의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은 즉시 상실된다.

 

헌법재판소는 21조의 정당 조항에 근거하여 즉시 효력을 갖는 의원직 상실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집행명령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정당의 비례대표제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와 “정당의 대리인”으로서의 지위 즉 두 가지 지위[34]를 동시에 갖고 있는 관계로 정당 해산시 정당의 비례대표제 의원의 신분 유지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SRP는 의원은 총선에서 자유로운 국민들로부터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전 국민의 대표자”이므로 정당해산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것은 기본법 38[35]와 충돌된다고 반박하였다. 

 

하지만 정당의 위헌성이 확인되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해산 정당의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은 즉시 상실된다.  이러한 의원직 상실이라는 결론은 다음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당 해산으로 정치적 의사 형성의 헌법적 보호 장치에서 배제되는 경우 이에 대해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당이 미리 자진 해산해 버리는 경우 헌법재판소의 해산 명령이 실효성을 거둘 수가 없을 것인 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이란 금지된 정당이 헌법상 보호받는 헌법 기관으로써 정치적 의사 형성을 금지하는 것에 있음으로 정당 해산이 되는 순간 해산정당의 소속 의원은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봄이 타당하다.[36]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의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직접 그러한 정치적 활동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헌법기관인 정당으로써 활동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결사단체로서 그러한 정치적인 활동과 전파 노력까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개입하여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 해산은 금지된 정당이 헌법 기관의 지위를 갖고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기관인 의원직은 동시에 상실된다.

 

 



[1] 돌스는 1952년 10월 23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명령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였고 그 후 나치범죄에 대해 형사처벌되었다.

[2] BVerfGE 2, 1 at 23-25.  SRP 주요 간부들과 그들의 행적을 자세히 열거하였다.

[3] BVerfGE 2, 1 at 6.

[4] BVerfGE 2, 1 at 6-7.

[6] 위헌 정당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에서 헌법재판소법률의 절차적 위법을 지적하는 것은 위헌문제를 보다 하위인 법률문제로 낮춘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반론으로 보기 어렵다.

[7] BVerfGE 2, 1 at 39.  다른 정당도 SRP와 유사한 잘못이 있는데 유독 SRP만 차별한다는 항변 논거는, 예컨대 다른 음주운전자들도 많이 있는데 왜 자신만 특별히 처벌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반박하는 예처럼, 법적으로 뛰어난 반론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SRP같이 하나의 정당인 경우 현실적 정치적 과정에서 강력한 논리가 될 수 있다.  어떤 한 정당을 정권 획득의 과정에서 강제로 배제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어떤 정당 또한 배척할 수 있다는 현실 정치적 논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다른 정당들도 나치당원을 가입시켰기 때문에 SRP정당만 차별하면 안된다는 반론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SRP정당은 나치당원을 가입시킨 것은 나치당의 이념을 유지하고 선전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위헌정당이 된다고 판시했다.

[8] 자유주의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 정당의 가치와 그 평가는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결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거를 통한 국민의 정치적 결정에 따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여기서 누가 최후의 심판자의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당 해산에 대한 남용의 위험성을 제거하고자 헌법재판소가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또 위헌정당에 대한 사실확인에서부터 법리 판단까지 헌법재판소가 맡도록 해 놓은 것이다.

[9] SRP의 연방의회 의원이었던 돌스 의원은 극우파 정당에 의해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당선된 후 당 내부 분열로 인해서 새로이 SRP정당 창당에 가담하였다.

[10] 정당 국가 party state 독일어 표현은 Parteienstaat. ‘정당 정치는 영미국의 대의제 의회민주주의 정치 체제와 독일식의 국가관이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의회 정치국민 주권 popular sovereignty’대의제 민주주의 representative democracy’ 원칙에 기반한다. 반면 독일전통의 국가주의 체제는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있어서의 대리인으로 이해하고 정당비례대표제를 채택하였다. 영미국의 정치현실에서도 정당 정치가 중심으로 자리잡아서 정당이 정치적 의사 형성의 과정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나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아닌 순수한 대의제 원형을 지키고 있으므로 독일의정당 국가개념과는 구별된다.

[11] 나치 일당독재 국가전체주의 정권을 경험한 뼈아픈 역사를 가진 독일과는 다른 정치 제도와 법문화를 가진 영국의 한 언론 주간지가 SRP 사건을 바라보는 기사를 참조해 보면 정당해산 심판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에 대한 관점을 생생히 파악할 수 있다.  The Spectator, “Germany’s New Democracy” 1952.7.25. 기사 참조.

[12] Kommers, at 286.

[13] 정당 해산과 동시에 의원직도 상실된다는 판결주문은 1956 KPD 판결 주문과는 조금 약간 다르다.  왜냐면 당시 SRP는 의원을 보유한 반면 KPD는 정당 해산에 따라 의원직 상실 문제가 걸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공산당은 1949년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한 것을 제외하고 이후 한 번도 의원을 당선시키지 못했다.

[14] BVerfGE 2, 1 at 2-3.

[15] BVerfGE 2, 1 at 10.  “Da die Vorschriften über die Besetzung der Gerichte nicht in erster Linie dem Interesse der Prozeßbeteiligten dienen, sondern dem rechtsstaatlichen Anliegen einer geordneten Rechtspflege schlechthin, ist die nicht vorschriftsmäßige Besetzung eines Gerichts immer ein wesentlicher Mangel des Verfahrens.”

[16] “[Political Parties] are also integral parts of our constitutional structure and our constitutionally political life.” 1 BVerfGE 208, 240-41 (1952).

[17] BVerfGE 2, 1 at 10.

[18] BVerfGE 2, 1 at 11-12.

[19] “Ob dieser Schluß berechtigt ist, muß im Einzelfall geprüft werden.” “Die gleichsam "abstrakte" Feststellung einer demokratischen Grundsätzen nicht entsprechenden inneren Ordnung würde für sich allein jedoch nicht genügen.” 정당이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할 때에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위헌정당이 되지 않는다.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철폐하려는 시도가 구체적인 증거로 확인되어야 가능하다. BVerfGE 2, 1 at 13-14.

[20] BVerfGE 2, 1 at 13-14. 오로지정당이헌법에구체화된자유민주주의기본질서에서가장중요한기본적인가치들을철폐하려고기도하는경우 eine Partei nur dann aus dem politischen Leben ausgeschaltet werden darf, wenn sie die obersten Grundsätze der freiheitlichen Demokratie ablehnt.”

[21] 헌법재판소는 히틀러의 나치당(NSDAP)의 역사적인 사실과 활동내역을 매우 자세하게 분석하여 판결문에 밝혔다.

[22] BVerfGE 2, 1 at 40.  SRP의 당 내부질서와 운영은 나치당과 판박이로 판명되었다. “Diese Praxis folgt genau dem Verfahren in der NSDAP:” at 44.

[23] BVerfGE 2, 1 at 10-15.

[24] BVerfGE 2, 1 at 44-47.

[25] Franz P, Unconstitutional and Outlawed Political Parties: A German-American Comparison, 5 B.C. Intl & Comp.L.Rev. 51(1982), http://lawdigitalcommons.bc.edu/iclr/vol5/iss1/3, at 55-56.

[26] 독일어 표현은 “eine wertgebundene Ordnung.” 이 말은 가치중립적인 질서가 아니라 일당독재 체제에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헌법재판소는 설명했다. “Dieser Grundordnung liegt letztlich nach der im Grundgesetz getroffenen verfassungspolitischen Entscheidung die Vorstellung zugrunde, daß der Mensch in der Schöpfungsordnung einen eigenen selbständigen Wert besitzt und Freiheit und Gleichheit dauernde Grundwerte der staatlichen Einheit sind. Daher ist die Grundordnung eine wertgebundene Ordnung. Sie ist das Gegenteil des totalen Staates, der als ausschließliche Herrschaftsmacht Menschenwürde, Freiheit und Gleichheit ablehnt.” BVerfGE 2, 1 at 12.

[27] 독일어 원문은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  영어 번역 “liberal-democratic constitutional order” 또는 “free democratic basic order”으로 표현된다.  7장의 헌법용어 설명 부분을 참조하라.

[28] “an order that establishes public powers that are bound by the rule of law and that exclude any violence or arbitrariness, and that are based on the self-determination of the people according to the will of the majority as well as freedom and equality.  The foundational principles of this order include at least the following: the respect for the human rights established in the Basic Law, above all the right to life and free development of personality, popular sovereignty, the division of powers, government accountability, the subjection of administrative powers to the law, the independence of judges, the principle of party pluralism and the equality of chances for all parties and their right, within the limits of the constitution, to the formation and exercise of an opposition.” BVerfGE 2, 1 at 12.  영어 번역은 Capoccia, Militant Democracy, Oxford, at 211.  이와 같은 개념 규정은 1956 KPD 케이스 (BVerfGE 5, 85 (1956) at 139)에서 재확인하였다.

[29] BVerfGE 2, 1 at 13-14.

[30]헌법 질서Verfassungsmiissige Ordnung’라는 말은 기본법 92항에나온다: "Organizations which have goals or activities running counter to the criminal laws, or which direct themselves against the constitutional order, or against internationally acknowledged principles are prohibited."

[31] BVerfGE 2, 1 at 13.

[32]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의 고유 권한으로서 집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명령은 사법부의 본질적인 고유권한에 따라 즉시 효력을 발휘하고, 헌법재판소가 추상적 법률도 위헌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면, 법률에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법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33] H 6 부분, BVerfGE 2, 1 at 78-79.

[34] “Seite soll aber der Abgeordnete, der doch in aller Regel über eine Partei sein Mandat erhält, als Vertreter des Gesamtvolkes und nicht als Repräsentant seiner Partei.”, “das besondere Spannungsverhältnis erkennbar, das in der Doppelstellung des Abgeordneten als Vertreters des gesamten Volkes und zugleich als Exponenten einer konkreten Parteiorganisation liegt.” BVerfGE 2, 1 at 72. 의원의 지위가 정당의 대리인 agent인지 아니면 전체 국민의 대표자 representatives of the entire people로서의 지위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기본법은 다만 38조에서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자이며 위임과 명령에 구속되지 않고, 오직 그의 양심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전체 국민의 대표자로서가 아니라 정당의 대리인으로서 파악한 결과 의원은 정당해산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본 것 같다. 

[35] 기본법 38조1항: “독일연방의회의 의원은 보통, 직접, 자유, 평등, 비밀선거로 선출된다.  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자이며 위임과 명령에 구속되지 않고, 오직 그의 양심에 따른다. Members of the German Bundestag shall be elected in general, direct, free, equal and secret elections. They shall be representatives of the whole people, not bound by orders or instructions, and responsible only to their conscience.”

[36] “When by a judgment of the Constitutional Court a political party's ideas are found to fall short of the prerequisites for participation in the formation of the popular political will, the mere dissolution of the party's organizational apparatus, which was meant to further these goals, cannot truly implement the court's judgment. Rather, it is the intent of the Court's sentence to exclude the ideas themselves from the process of the formation of the political will.”  영어 번역: Franz P, Unconstitutional and Outlawed Political Parties: A German-American Comparison, 5 B.C. Intl & Comp.L.Rev.51(1982), http://lawdigitalcommons.bc.edu/iclr/vol5/iss1/3, at 58. BVerfGE 2, 1 at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