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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 심판

누가 최종적인 헌법의 수호자인가

by 문무대왕 2025. 5. 2.

10.       누가 최종적인 헌법의 수호자인가?

 

공산당을 해산시키겠다는 방침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집권한 정부여당이 발의하고 야당의 동의를 얻어 의회를 통과하여 정식 발효된 공산당 해산 법률에 대해서, 그것도 국민 여론의 절대다수(80%까지 달했던)가 지지한 법률에 대해서 연방대법원이 원천적인 위헌 무효임을 선언한다는 것은 당시의 공산주의 위협이 극에 달한 국제적인 냉전 상황과 파업 사태 등 어지러운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가진 판결이었음은 분명하다.  공산당 케이스는 헌법 해석의 역할을 담당함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헌법 해석의 문제는 행정부의 행위에 대해 최종적으로 사법부가 통제하는 사법 심사 judicial review의 뛰어난 전통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호주공산당 케이스는 권력 분립the separation of powers과 법의 지배the rule of law에 관한 헌법 원칙을 재확인해 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판결이다.  비록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과 독일에서의 공산당 해산 판결과 비교해 보면 헌법 해석에 있어서 사법부 우위의 판례법 국가들의 뛰어난 법적 전통을 이해할 수 있다.

 

2차 대전 종전 후 보수당 정권으로 바뀌면서 대법원과 연방 정부와의 사이에 누가 더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대립하는 권력 게임의 양상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미국의 제퍼슨 정부 시대에 사법부의 독립의 가져온 위대한 판결인 미국연방대법원의 1803년 마버리 사건과 비견된다.  마버리 사건은 미국연방대법원은 사법부의 기초를 놓은 법원조직법의 법률 조항을 위헌무효임을 선언하며 (그 결과는 연방대법원 자신의 권한 일부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었다) 작은 이익을 희생해 가며 더 큰 사법부의 독립을 쟁취한 사건으로서 미국 대법원의 2백 년 역사를 통하여 길이 빛나는 전통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또 현재까지 살아 있는 법으로 남아 있다.  미국의 마버리 사건과 같이 호주의 공산당 해산 법률 위헌 무효 판결은 사법부의 독립과 권력 분립의 원칙, 법의 지배[1]에 자유민주주의 헌법 기초에 관한 빛나는 영광의 승리의 기록으로서 전통적인 사례로 널리 기억되고 있다.  만약 호주대법원이 (독일의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이) 공산당 해산 법률에 대해서 합헌의 결정을 내렸다면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영미 판례법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정당 해산 법률의 합헌성을 인정해 준 오명의 역사를 남기게 되었을 것이다.  대법원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행정부가 정치적 힘을 가장 높이 발휘했던 시기에 나타난 공산당 해산 심판 사례에서 확인해 주었다.[2]  행정부와 입법부의 모든 행위는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심사 대상이 된다는 사법 심사 제도의 전통은 사법부의 독립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호주 공산당 케이스를 “획기적인 epochal” 판결이라고 칭송하는 이유는 분명하다.[3]  호주 대법원은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동의하고 상하원 양원을 통과하여 정치적인 합의를 이룬 그 법률에 대해서, 그것도 80%[4]에 이를 정도로 절대 다수의 국민 여론이 찬성하고 지지했던 공산당 해산 법률에 대해서 단호하게 위헌무효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 위헌 무효의 판결은 당시 소련 공산주의 위협이 극에 달했던 국제 정세와 매카시즘이 정점으로 치닫던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하고 또 미국과 독일에서의 정당 해산 판결을 비교해 보면 담대한 판결이었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와 같은 담대한 판결은 판례법 국가에서의 제도적 전통과 대법관의 양심이 아니고서는 감히 이뤄낼 수가 없을 영광된 승리의 기록” (사후적으로 추존하는 의미가 아니라 당시 실제로 적용되었다는 의미)으로써 길이 남을 역사적인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결론을 대신하여 원터톤의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공산당 정당 해산 심판 케이스에서 가장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자유권은 법원이 최후의 수호자인 ‘법의 지배’ 원칙을 공평무사하게 적용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록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사법부에 맡겨진 마땅한 권한을 엄숙히 행사하는 불편부당하고 불굴의 용기를 가진 법원이 독재정권을 막아내는 최후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매디슨이 멋지게 설계한 ‘견제와 균형 checks and balances’의 헌법 이론-즉 국가 통치 체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3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 ‘스스로 통제된다’는 것-을 적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사법부 독립의 원칙은 갈등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곳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이끄는 오로지 검증된 안내자는 바로 엄격하고 확실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법의 지배’ 원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5]

 

 



[1] 빙햄 대법관 법의 지배 개념 정의 참조. “To what extent is it consistent with the proper function of a court interpreting the Constitution to go beyond their essential, and generally agreed content, as a guide to the meaning of that text?  This is a perennial problem, which may have significance in relation to the powers of the Parliament concerning judicial review of administrative action.The rule of law is not enforced by an army.  It depends upon public confidence in lawfully constituted authority.  The judiciary claims the ultimate capacity to decide what the law is.  Public confidence demands that the rule of law be respected, above all, by the judiciary.” Gleeson 대법원장, 법원과 법의 지배 원칙, http://www.hcourt.gov.au/assets/publications/speeches/former-justices/gleesoncj/cj_ruleoflaw.htm.

[2] 사법부가 정치의 위력 앞에 굴복해 온 유럽 대륙법 국가들과는 비교된다.

[3] “Reputation as a fearless defender of liberty under law was never higher.”

[4] 1951 6월 실시된 갤럽 여론 조사에서 공산당 해산 법률에 대한 찬성 여론은 80%에 달했다. Douglas, R., "A Smallish Blow for Liberty? The Significance of the Communist Party Case", (2001) 27(2) Monash University Law Review 253, at 253.

[5] Winterton, Australian Constitutional Landmarks, CUP, 2003, at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