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의원의 정부 비판 발언 내용과 의원 자격 상실-본드 의원 케이스
(1) 헌법 준수 의무와 의원 자격 심사-본드 의원 사건의 개요
줄리안 본드 Bond는 흑인이고 당시 인권 단체 소속 직원이었다. 그는 평화주의자로서 전쟁반대론자이었다. 1965년 의원 선거 이후 본드는 소속 인권단체가 미국의 베트남전쟁 정책과 전쟁 파병 군인 징병제를 비판하는 것을 지지했다. 본드는 흑인이 백인에 비해서 “차별받는 열등 시민”[1]으로 취급되는 한 전쟁에 참가할 이유도 없고 또 자신은 전쟁반대론자로서 당연히 베트남전쟁 등 모든 전쟁을 거부하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 준수 의무에 위반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지아주 하원은 본드가 주헌법과 연방헌법을 진정으로 준수한다는 것을 선서할 수 없다는 것[2]을 보여주는 것임으로, 따라서 본드는 의원 자격이 없다고 그의 의원 취임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본드는 지방법원에 입법부의 취임 저지 행위를 무효로 돌리는 소를 제기했고, 지방법원이 이를 거부하자 법률 규정[3]에 따라 연방대법원에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본드의 의견 표명 행위는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 징병제 반대 “선동 incitement”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주 하원의 의원 자격 박탈 조치는 본드에게 주어진 수정헌법 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 무효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4]
이 본드 사건은 의원으로 취임하기 이전의 행위가 법적 쟁점의 대상이었으므로 의원의 면책특권 적용의 문제는 검토되지 않았다. 본드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의원의 언론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입법부의 제정 법률이 일반 국민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 수준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5] 입법부가 의원 자격 기준을 정할 자유는 가지고 있지만, 의원이라고 해서 일반국민들이 누리는 언론 자유 수준보다 더 제한할 수는 없다고 연방대법원은 말했다.
연방대법원은 입법부가 의원 자격 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의원의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을 두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6] “공공 정책에 대한 토론은 무제한적이고, 활발하고,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7]는 뉴욕 타임즈[8] 판례에서 확인한 언론 자유의 기준을 재확인해 주었다.
(2) 판결 이유
웨렌 대법원장 판결 이유[9]
“본안 사건의 쟁점은 조지아주 하원이 하원의원에 정식으로 당선된 상고인 본드를 그가 행한 발언과 그의 기고문이 베트남에 대한 연방정부 정책과 징병제 법률을 비판하였다는 사실을 이유로 그의 의원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되는지 여부에 있다. 법정 소송에 이르게 된 사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연방대법원에 상고하기 까지 그간의 사정과 기록들을 모두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판결문에는 본드 의원의 정부 비판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언론 인터뷰 발언 내용 등을 장황하게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분량이 많아서 그대로 전부 옮기기에는 지면관계상 어려움으로 그의 정부 비판 발언 일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자유 선거를 보장할 미국 정부의 능력이나 또 그럴 의도라도 있는지를 의문시한다. 우리는 전세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미국정부의 구호는 미국의 냉전 정책의 실시에 따르지도 않고 또 따르기를 거부하는 해방 운동을 분쇄하려는 위선적인 가면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 나는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 전쟁은 세계 공산주의(누구나 아는 다른 어떤 표현이든)를 저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서로 싸우는 전쟁에는 본질적으로 반대하게 되었다. … 세계 공산주의를 저지하기 위해서 싸우고, 국제 공산주의를 신장시키기 위해 싸우고, 또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미국을 반대하는 만큼 그와 똑같이 베트남에서 전쟁을 벌이는 베트콩을 반대한다. 나는 단지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을 뿐이다. 만약 내가 북베트남에서 산다면 미국의 언론 자유와 동일한 정도를 누릴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북베트남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난 지금 여기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
주 정부가 의원들에게 일반 국민들보다 더 높은 충성 의무 기준을 정하는 것이 헌법상 정당화된다고 주장하면서 주정부가 수정헌법 1조에서 보호하는 자유권을 제약하려면 만약 이러한 발언들이 일반 국민에 의해 행해졌다면 허용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주정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요구되지 않는 것이지만 의원들에게는 헌법을 지지한다는 선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상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의 차이점은 비록 주정부가 의원들에게 정부 헌법 제도에 대한 충성 선서를 요구하는 것이 일리는 있을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그 선서가 주정부 또는 국가 정책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토론할 의원의 자격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의제 정치 체제에서 수정헌법 1조의 명백한 기능은 의원들이 정책 문제에 대한 의견 발표를 하는 것을 가장 크게 자유 반경으로 허용한다는 점이다.
수정헌법 1조가 지켜내고자 하는 핵심은 뉴욕타임즈 판례 판결이유에서 설명하고 있는 바대로 “공공 정책에 대한 토론은 무제한적이고, 활발하고,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10]는 점이다.[11] 본드의 발언들은 헌법상 보호 영역의 바깥에 해당된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뉴욕타임즈 케이스에서 확립된 법원칙이 해결해 준다고 판단한다. 언론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숨쉴 공간[12]이 필요하므로 잘못된 발언도 마땅히 보호되어야만 하는 것처럼 공공 정책을 비판하고 밑받침하는 발언은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주정부는 국가 운영에 관한 자유 토론을 장려하는 법정책은 단지 국민이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에 한해서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뉴욕타임즈 케이스의 법원칙이 의원의 발언에까지 연장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고 반론을 펼쳤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케이스나 또는 다른 판례와 구별될 마땅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정부 비판에 대해서 의원보다 국민을 더 크게 보호한다고 해서 공공 정책의 완전 토론에 대한 일반국민의 관심이 더 기대된다고 보기 힘들다. 의원들은 논쟁의 대상이 될만한 정치적 문제들에 자신의 입장을 취할 의무를 지고 있는데 이로써 지역구 유권자들은 의원들로부터 완전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고 또 의원들이 의원직을 잘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의원들은 자신들을 대표자로 선출한 사람들로부터 국가적 토론사항에 대해 의견을 위임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정부가 본드 당선자에게 그의 발언을 문제삼아 의원 자격을 박탈하려는 것은 수정헌법 1조에서 보호하는 언론 자유의 개인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한다.
[1] “second class citizen" 이 말은 당시 미국에서 백인과 차별대우받는 흑인의 열악한 정치적 사회적 지위와 상태를 지칭하였다.
[2] “Bond could not in good faith take an oath to support the State and Federal Constitutions.” Bond v. Flyd 385 U.S. 116 (1966).
[3] 28 USC § 1253.
[4] Bond v. Flyd 385 U.S. 116 (1966), at 133-134.
[5] Ibid, at 132-133.
[6] Ibid, at 135-136.
[7] “Thus, we consider this case against the background of a profound national commitment to the principle that debate on public issues should be uninhibited, robust, and wide-open, and that it may well include vehement, caustic, and sometimes unpleasantly sharp attacks on government and public officials." [D]ebate on public issues should be uninhibited, robust, and wide-open."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at 270.
[8]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1964).
[9] Bond v. Flyd 385 U.S. 116 (1966).
[10] "[D]ebate on public issues should be uninhibited, robust, and wide-open."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at 270.
[11] “공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은 무제한적이고,활발하고, 광범위하게 열러 있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정부와 공직자에 대해서 격렬하고, 신랄하며, 때로는 유쾌하지 못한 날카로운 공격을 포함할 수 있다.”
[12] Breathing space
'정당 해산 심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소송 (0) | 2025.05.01 |
---|---|
공직자에 대한 비판의 자유-뉴욕타임스 케이스 (1) | 2025.05.01 |
국기를 불태운 행동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1) | 2025.05.01 |
정치적 표현의 자유-브랜든버그 케이스 (1) | 2025.05.01 |
사상의 자유와 공무원의 충성 의무 (4) | 2025.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