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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2

필경사 바틀비-11 “나리의 하인, 양반나리, 나리의 하인입죠.” 그 사식업자가 앞치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깊이 조아리면서 말했다. “여기가 마음에 들기 바랍니다, 양반나리. -음- 넓고 터진 공간에다 -음- 서늘한 방들도 있고- 양반나리, 여기서 한동안 저희와 함께 머무르세요- 음- 기분좋게 지내십시오. 나리, 카트리트 부인의 개인 별실에서 카트리트 부부와 함께 만찬의 기쁨을 누리시면 어떻겠습니까?”[1] “난 오늘은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아요.” 바틀비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음식이 내 속에 맞지 않을 겁니다. 나는 만찬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안뜰의 맞은 편으로 천천히 움직여 가다, 막힌 벽을 마주 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거 어떻게 된 거요?” 사식업자는 당황한 듯 나를 노려.. 2025. 5. 9.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1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 나는 이제 장년에 접어든 사람이다.[1] 지난 삼십년간 종사해온 내 전문직업[2]의 성격상 나는 재미나고 다소 특이한 집단의 사람들을 좀 특별하게 접해 왔다. 내가 알기로는 이들에 대해 다룬 글은 여지껏 없는 것 같은데 바로 법률-문서필경사 또는 스크리브너[3]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나는 직업적으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이들을 많이 알고 지내왔고, 따라서 내가 마음만 동한다면 마음씨-좋은 양반들은 너털웃음을 짓거나, 다소 감상적인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전개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거나 들어서 알고 있는 필경사 중에 가장 이상한 바틀비의 삶에 관한 몇몇 구절만 남기고 다른 모든 필경사들에 관한 전기를 쓰는 일은 포기하고자 한.. 2025.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