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국 공산당 불법화 법률에 대한 헌법 재판
3.1. 미국 공산당 대 반정부활동통제위원회 사건 Communist Party of USA v SACB
(1). 사건 개요
Communist Party of the United States v. SACB 367 U.S. 1 (1961)
1960년 10월 11-12일 변론, 1961년 6월5일 판결
정당 해산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판례법국가 미국에서 연방의회는 공산당을 해산시키는 것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특별법률들을 제정하고 정비하였다.[1] 1940년 스미드 법률에 이어서 1950년 한국전이 발발한 그해 8월에 국가안전법을 제정하고 공산주의자들의 반정부 활동을 조사하는 “반정부활동통제위원회(SACB)” 정부조사위원회를 설치하였다.
1950년 ISA법률에 의해 공산활동단체에 해당되는 단체는 법무부에 등록을 하도록 강제했다. 등록명령을 위반한 단체에는 최고 10,000 달러의 벌금, 개인에는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만약 해당단체가 등록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법무부는 SACB위원회에 회부하여 이 정부위원회에서 청문회 조사 과정을 통해서 결정하고 등록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SACB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연방항소법원에 사법심사를 제기할 수 있었다.
1950년 11월 법무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SACB위원회는 미국공산당에 대한 조사 청문회 활동을 개시하였다. 활동은 51년 4월 23일부터 1952년 8월까지 1년 이상 계속되었다. 청문회는 다수의 증인들로부터 직접적인 증언을 들었고 방대한 분량의 문서 서류 증거들에 의존했다. SACB는 251 페이지에 달하는 결론 보고서를 작성하고 1953년 미국공산당CPUSA은 “공산주의 활동 단체”임을 확인하고서 법률에 따라 공산주의 활동 불법단체로 등록할 것을 명령내렸다. 이에 대해 공산당은 SACB의 결론을 부정하고 연방항소법원에 사법심사를 제기했다. 사법심사 제도는 정부가 내린 사실 발견과 확인 작업부터 완전히 새로이 내릴 수 있는 제도이다. 공산당은 항소법원에서 SACB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정부측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뒤집는 법정 소송을 진행했다. 공산당은 공산당을 불법단체로 확인한 국가안전법률(ISA)은 위헌법률임을 주장하였다. ISA법률이 통과된 후 11년 만인 1961년 6월 5일 연방대법원은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1) 법률 쟁점
l 미국공산당을 불법화하는 조항이 사법절차 없이 특정인을 처벌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
l 반정부활동통제법률상의 등록 조항이 언론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1조를 제약하여 위헌에 해당되는지 여부
l 당간부들에게 등록 의무를 부과한 규정이 수정헌법 제5조가 보호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l 맥카란 법률 조항들이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하여 위헌에 해당되는지 여부
l 법률에서 공산주의 활동 단체로써 미리 규정한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 요건을 위반하여 위헌에 해당되는지 여부
l SACB위원회의 공산당에 대한 편견이 심하여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2) 판결 주문
a. 항소법원과 SACB위원회가, 공산당은 소련에 의해 “실질적으로 지시, 조종받고 또는 통제 받았다”는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법률 해석을 잘못 적용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사실을 확인 결정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범하지 아니하였다.
b. 항소법원과 SACB위원회는, 미국공산당은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목표를 실현하려고 기본적으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법률 해석을 잘못 적용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사실을 확인 결정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범하지 아니하였다.
c. 등록 조항의 결과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등록 규정 그 자체가 사법절차 없이 특정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원칙을 위반하는 조치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d. 공산주의 활동 단체의 간부와 구성원들의 주소와 성명, 인쇄 시설 등 법무부에 등록하도록 한 등록 조항의 위헌성 여부는 현재 시점에서 위헌성의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므로 연방대법원은 이 부분에서 판단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e. 등록조항은 헌법상에 보장되는 언론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에 해당되지 않는다.
f. 공산당 간부들에게 등록과 또 등록시 서명하게 한 규정이 수정헌법 제5조 를 위반한 위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현재 소송 단계에서 제기되기에는 아직 이른 문제이므로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법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g. 1954년 법률은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 절차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다.
(3) 판결 이유-다수 의견 (프랑크프루터 대법관)[2]
1961년 판결문만 하여도 202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판결이유를 보면 실질적인 위헌성 판단 부분에 대해서는 결론을 회피하고 판결 이유의 많은 부분을 법기술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어 판결문 읽기는 지루하고 또 결론 도출의 법논리가 명쾌하지 않는 부분이 많이 나타난다. 당시 법률 규정이 부분적으로 꽤 수정되어 온 법률 개정의 역사를 감안하면 즉 당시 법률이 정당 해산을 명령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또 불이익의 박탈을 구체적으로 시도하는 수준이었으므로 법기술적인 측면에서 의회의 입법권을 정면으로 거부하기에는 쉽지 않는 상황이 존재했다. 법률 제정 직후부터 10년의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수많은 중간재판이 전개되어 온 재판 과정과 또 공산당 간부들이 관련된 형사 재판에서의 판결들을 함께 고려해야 미국 공산당 해산 심판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
프랑크프루터 대법관의 다수의견을 부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SACB법률은 사법절차 없이 특정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법률은 특정 단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체가 연관되어 있거나 연관되어 있지 않은 열거된 활동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입법부가 미리 규정한 대로 처벌을 하기 위해서 한 개인을 골라내는 것은 그 개인의 이름을 특정하거나 또는 행동-왜냐하면 이것은 과거의 행동에 해당되기에 특정인을 지정하는 것으로 작동될 수 밖에 없으므로-을 특정하든지 간에 그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하지만 SACB법률은 그러한 부류의 법률이 아니다. 그 법률은. 어떤 단체가 특정 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지시, 지배, 통제하에 놓여 있고 또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운영되고 있음이 법률안이 공포된 이후에 발견된 경우 그 단체의 등록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또한 그 법률은 법률에서 규제하고 있는 행동을 매우 특별하게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확률적으로[3] 법률에서 규정한대로 속할 단체는 매우 적을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소급입법처벌의 법률이 아니다. 의회는 행위가 여러 사람들이든 또는 한 사람만이 결부되어 있든지 간에 공공의 복리에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법률의 시행으로 법률로 규제된 행동에 결부된 사람들이, 많던 적던 간에, 그들 자신들의 현재의 행동들을 나타낸 과정을 단순히 변경함으로써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면 권리 박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의회가 세계 공산주의 운동을 관장하고 있는 외국의 영향력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통제되는 단체 그리고 필요하다면 무슨 수단을 쓰던지 간에 현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 일당 국가 독재 정권을 수립하려는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로 움직이는 단체에 대해서 등록을 강제하고 또 당원 명부 등을 포함해서 정보 제출을 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상 금지된다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공산당은 주장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그러한 수정헌법 1조상 그러한 금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만약 금지된다고 한다면 SACB법률의 개정안과 또 민주주의의 실현을 보장하려는 법률의 큰 취지를 우습게 만들어 버릴 지 모른다. ….
등록 전까지 간여한 당간부나 당원들의 명단을 작성하게 한 조항은 현재의 당원과 당간부의 명부를 작성해야 할 의무를 회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타당한 수단에 해당된다. 단체가 당간부와 당원의 가명을 작성해야 할 등록 조항 또한 합헌이라는 것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재정 보고 의무 조항이나 단체나 단체의 소속원이 소유하거나 또는 통제하고 있는 모든 출판 인쇄소의 명부를 보고해야 할 조항 역시 수정헌법 1조가 보호하는 언론의 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공산주의활동단체의 금융 거래와 이 단체가 관계하는 출판 매체의 실체를 공개해야 할 공개 의무는 법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필요하고 또 외국의 지배하에 있는 단체들이 단체의 성격, 본질, 연결고리에 대한 배경 정보를 올바르게 나타내어 일반이 그 단체들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공개하도록 한 것으로 보았기에 의회가 부당하게 규정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
단체가 등록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지정된 직원이 등록 서류를 제출하게 한 조항에 대한 위헌성의 반론은 현재 소송 단계에서 제기하기에는 때이른 주장이라고 보여진다. 그러한 조항들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사항들은 당이 등록을 거부하기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그러한 조항들의 적용 여부는 전적으로 미래에 일어날지 모를 사항이고 추측 예단에 해당된다. …
연방대법원은 SACB법률의 강제진술 규정이 법무부의 위임 명령과 진술서 양식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는 반론 또한 현재 시점에서 때이른 주장이라고 판단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형사상의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진술거부특권은 일반적으로 형사 사건에 관련되어 유죄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할 특정 개인이 행사하여야 할 특권인 것이다. … 진술을 하여야 할 당간부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서 연방대법원으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연방대법원은 이전의 판결에서 외국의 공산주의 독재정권에 의해 지시받고, 특별히 정해진 목표들을 가지고 있고, 전세계적인 공산주의자 단체를 매개로 하여 전 세계에 걸쳐 공산주의 국가 독재 정권을 수립하고자 하는 등 세계 공산주의 운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회가 확인한 것은 SACB위윈회가 재확인해야 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SACB법률은 적법절차를 위반한 조항이 없다고 판단한다. …
법무부장관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특정 단체에 대해서 등록 명령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법률에 의해 적절한 것인지 여부는 다음 기회에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
의회가 미국에 공산주의 이념을 전파하고자 하는 개인들, ‘공산주의자 모임’, ‘공산주의자 운동’, 공산주의자 단체가 존재한다고 법률 조항에 선언한 내용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보장한 공산당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문구를 엄밀히 따져보면, 의회의 사실 확인 내용은 SACB에 대한 특정 소송에서 있어서 그 결과를 강제하거나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문구들을 보면 미국내의 단 하나의 공산주의자 활동 단체가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미국공산당을 특정한 것도 아니다.
공산주의자 통제 법률의 제2조 사실 확인이 공산당에게 선입견을 가한 위헌 조항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 이 법률들이 현재 이 소송의 당시 중간재판 단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한없는 의무에 따라서 의회가 필요하다고 간주한 법률의 한 부분에 해당된다. …
공산당이 제기한 다른 헌법상의 쟁점들에 대해서 세심하게 판단해 본 결과 자세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이 법률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불필요하다.
법률 제7조에 의해 법무부장관이 미국공산당을 공산주의자활동 단체로 등록할 것을 강제한 조항이 헌법상 금지되는 사항이 아니다.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을 확정한다.”
(4) 판결 이유-소수 의견-블랙 대법관 반대 의견
블랙 대법관은 국내안전법률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의 반대 의견의 결론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내 판단으로는 미국의 국가 안전은 국민들에게 정부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주입하려고 시도하는 것 대신 국민들의 애정에 의존함으로써 보다 용이하게 보장될 것이다. 공산당은 미국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수 그룹에 불과하였다. 공산당의 당원수는 정부가 법률의 힘을 통해서 공산당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시도하기 이전부터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는 미국 국민들의 절대 다수는 공산당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과 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공산당 후보들에게 보여준 태도에서 명백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위험한 사상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참된 미국적인 방법이다. 물론 그러한 방법이 폭력적인 행위와 반역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완전무결한 방법은 아니다. 미국을 건국한 헌법 기초자들은 미국 헌법에 우리들이 따르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구별 지어 놓았다. 그들은 정부에 현재 법을 위반한 명백한 행위들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정부에게 부여하였지만, 국민들의 의견을 옹호하는 것에 불과한 것에 대해 국민들을 처벌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았다.
결론을 내리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미국에서 미국인들의 관습과 사고에 전적으로 낯설은 이념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쓰일 지도 모를 공산주의자들과 또 그들에게 동정적인 사람들의 주장들이 그런 소수당을 불법화하는 법률(-이런 탄압 법률이 헌법상 타당한 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하는)보다 미국의 국내 안보에 훨씬 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소수자들이 소수자를 탄압하는 법률의 위험성보다 위험이 크지 않는 이유는 공산당과 그 지지자들은 단지 정부 체제에 급격한 변화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근거에 의해서 위험한 사상을 가진 국민을 처벌하고자 하는 그런 시류를 타는 형사 정책은 안타깝게도 국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곤경에 처한 세계 정세 속에서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훨씬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국민들의 힘과 생각을 쏟아 붇는 것을 막을 지도 모른다.
나의 의견으로는 항소법원의 결정을 파기하고 그래서 국민들이 자유와 정의를 진실로 보전하려는 민주 정부(지구상에 마지막 최선의 희망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정부 형태[4])에 언제나 충성을 다할 것임을 완전하게 믿고서 공산주의자들도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미국 국민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옹호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판결 이유-소수 의견- 다글라스 대법관 반대의견[5]
다글라스 대법관의 반대의견 가운데 결론 부분만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전제군주정을 옹호했던 토마스 홉스까지도 이러한 묵비권을 그의 “리바이어던 Leviathan”에서 다음과 같이 옹호했다. “무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할 목적의 무력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계약은 언제나 무효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어느 누구도 죽음, 상처, 투옥, 권리를 양도하는 것이 마지막 수단인 상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타고난 권리를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면령의 보장 없이, 자신을 범죄를 스스로 고발해야 할 의무는 마찬가지 이유로 무효다. 왜냐하면 자신 스스로가 재판관인 곳 즉 자연 상태에서는 자기 자신을 고발할 이유가 없으며 계약 국가에서 고발은 처벌이 수반되는데, 이것은 무력으로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에 구속되지 않는다.”[6]
…
공산당을 강제적으로 등록하게 할 수는 있다고 해도, 공산당을 대신해서 등록을 하는 당대표자나 직원인 사람 그 누구에게도 면책특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진술서에 서명을 강제하거나 당간부와 당원의 명부 공개를 강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지 모른다. 왜 강제 등록 법률이 제정되었는가? 그것은 의회가 (이전 또는 현재의) 꿩 먹고 알 먹기 식으로 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내 견해로는 의회가 외국에 지배 조종당하는 단체가 선전을 퍼트리고 선동 행위를 하거나 미국내에서 정치를 하는 경우 그 단체가 가진 모든 것에 대해 완전 공개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진술하게끔 하는 법률 제정을 하고 그 법률에 따라 완전 공개를 강제하게는 할 수 없다는 것은 수정헌법 제5조가 금지하기 때문이다. 등록 서류를 제출한다는 것으로 증거를 제출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등록은 당간부나 직원이 행정부나 입법부가 행하는 조사 과정에서 증언을 하는 것에 해당된다. 단체의 직원, 대표자, 당원을 범죄자로 결부시키는 강제적인 진술 증거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력과 강제력은 연방 법 집행 기관들에게 사용이 금지된 불법적인 수단이다. 강요된 자백이 금기시되는 이유는 적대적인 정권하에서 자유를 수호하려고 한 소수자 그룹이 당해온 오래된 역사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비록 멸시를 받을지 모르는 소수자 그룹 모두를 보호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6) 정당을 불법화한 법률의 위헌성 여부
1950년 8월 의회를 통과한 국가안전법률에 대해 트루만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했지만 이 법률은 의회에서 재의결되어 1950년 9월 23일 법률로 공포되었다.
ISA법률에 따라 만약 어떤 단체가 공산활동단체로 판정되면 이 단체는 법무부에 간부와 회원의 주소, 성명 등을 등록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은 국가 안전법에 따라 공산당을 법무부에 등록할 경우 공산당이 정부 전복을 기도한 범죄단체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옴으로 이것은 형사사건에서 진술거부권을 보호하고 있는 수정헌법 제5조에 위반되는 위헌법률임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5대4의 다수의견으로 헌법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법률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고 했지만 연방대법원은 개별구체적 사건들의 판결에서 이 법률의 효과를 부정하게 됨으로써 SACB위원회는 유명무실하게 되었고 1972년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공산당을 불법단체화하려는 법률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미국과 소련의 냉전 대결의 과정으로써 역사적인 조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3.2. 1956년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 Communist Party of the United States v. SACB
사실 개요
Communist Party of the United States v. Subversive Activities Control Board 351 US 115 (1956)
1956년 5월30일 판결
1950년 맥카란 법률에 의해 공산활동단체에 해당되는 단체는 법무부에 등록을 하도록 강제했다. 등록명령을 위반한 단체에는 최고 10,000 달러의 벌금, 개인에는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만약 해당단체가 등록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법무부는 SACB위원회에 회부하여 이 정부위원회에서 청문회 조사 과정을 통해서 결정하고 등록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SACB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연방항소법원에 사법심사를 제기할 수 있었다.
1950년 11월 법무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SACB위원회는 미국공산당조사 청문회 활동을 개시하였다. 활동은 51년 4월 23일부터 1952년 8월까지 1년 이상 계속되었다. 청문회는 다수의 증인들로부터 직접적인 증언을 들었고 방대한 분량의 문서 서류 증거들에 의존했다. SACB는 251 페이지에 달하는 결론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산당을 법률에 따라 공산주의 활동단체로 등록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은 SACB의 결론을 부정하고 연방항소법원에 사법심사를 제기했다.
사법심사는 정부가 내린 사실 발견과 확인 작업부터 완전히 새로이 내릴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공산당은 항소법원에서 SACB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정부측 주요 증인들의 증언을 뒤집는 법정 소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측 주요 증인들의 위증이 들어났고, 공산당을 공산당활동단체로 결론내린 SACB의 절차에 법적 하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SACB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하였고 맥카란 법률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공산당은 항소법원의 결정을 파기 환송해 달라고 연방대법원에서 상고를 하였다.
여기서 법적 쟁점은 반정부정부활동통제법률의 합헌성 여부, SACB위원회가 사실 확인을 내리는데 있어서 새로운 법정증거들을 고려해야 되는지 여부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증인들의 위증은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며 6대3의 다수 의견으로 파기환송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 이유문의 주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판결 이유- 다수 의견[7]
“위증을 했다는 주장이 명백하게 받아들여진 세 증인들의 증언이 위원회가 넘어야 할 쟁점들과 관련하여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다른 법적 쟁점들을 암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증거는 서류상의 증거들로 이루어졌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증인의 증언은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서류상 증거들은 또한 공산당 활동에 연결되어 있고 또 증언을 통한 위원회의 궁극적인 사실 확인에도 관련되어 있으며, 또 그러한 증언에는 세 증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 이러한 사실들은 법률에서 정한 여덟 가지 기준에 따라 사실 확인을 한 것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고 또 직접적인 인용을 하지 않는 곳에서도 세 증인들에 의해 증거가 위원회의 사실 확인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니었다고 간주할 수 없다. …
이 법정 소송은 의회가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고 자유 미국의 법제도를 지키기 위해서’ 제정한 법률에 근거한 것이다. 완전무결하게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사법제도의 가장 소중한 부분임은 분명하다. … 사법 원칙의 준수는 미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다. 연방대법원은 모든 연방 법원의 소송에 대해서 감독 기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그것은 공정한 재판이 명백하게 구현되도록 하는 것으로써 공정한 재판 원칙을 배척하는 주장은 극히 비이성적이거나 무모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 위증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위원회가 결론을 내릴 때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법정 소송 절차 과정에서 새로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법률에 따라 그런 새로운 증거들을 위원회가 다시 고려하여야 한다는 공산당의 주장을 대법원은 받아들인다.
SACB위원회로 다시 환송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쟁점은 작은 범위의 문제이고 SACB위원회는 공산당의 요구를 대해 큰 폭의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파기 환송하는 목적은 위원회가 하자 없는 증거에 입각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점에서 위원회는 공산당이 주장하는 진실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서 확인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세 증인들의 증언이 위증으로 밝혀지는 경우 그러한 증언은 증거로 채택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공산당의 주장들을 진실하다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별도의 추가 청문회 없이 위증은 증거에서 삭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어떤 경우이든 위원회는 애매모호하다는 주장을 깨끗이 해명하고 완전한 증거에 입각하여 원래의 결정을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1] 매카시즘의 영향으로 공산당 세력은 크게 위축되었다. 공산당 당원 추종자 수는 1947년 8만3천명에서 1954년 2만5천명으로 크게 감소하였다는 통계가 있다.
[2] 판결문 Communist Party v. SACB - 367 U.S. 1 (1961), at 4-116.
[3] 가능성 possibility과 개연성 probability possible과 probable이란 말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둘 다 “가능성”으로 번역될 수 있으나 정확한 법적 개념은 약간 차이가 난다. “probable”은 있음직한 그러나 확실하지는 않는다는 “확률”의 뜻을 가진다. 일상적인 표현 중에 “확률은 적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와 같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를 나타낸다.
[4] 역주. "last best hope of earth 마지막이자 최선의 희망"이 표현은 자유의 신성한 임무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최선의 희망이고 또 바로 그 나라가 미국이라고 말한 링컨의 유명한 연설문에 나온 문구다. “우리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최선의 희망을 품위 있게 구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꼴사납게 그 희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We shall nobly save, or meanly lose, the last, best hope on earth.” 미국은 자유를 위해서 목숨 걸고 싸웠고, 전쟁 가운데 하나님의 가호로 지켜낸 가장 소중한 것이 자유라는 것이다. 자유를 지켜내기란 쉽지 않을 위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함을 믿는 확신을 가진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 것이다.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의 임무이고 또 그러한 정부 체제가 바로 미국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소수자의 자유를 끝까지 지켜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이다.
[5] 판결문 at 170-202.
[6] 역주. 홉스는 개인의 안전을 담보로 국가가 자신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것이지만 어떤 개인도 자신에게 위해를 끼치는 폭력에 저항해서는 안된다는 계약은 동의할 수 없는 원초적인 문제라고 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살아남는 안전이 최고이기에 자신의 신체에 폭력적인 위협이 가해질 경우 국가의 강제력에 대항해 저항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글라스 대법관의 견해로는 개인의 자유권을 모두 위임받은 전제군주정아래에서도 국가가 개인에게 자백을 강요할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7] Communist Party of the United States v. Subversive Activities Control Board 351 US 11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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