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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릉비 연구-제2권-비문 뒷면 해석

비문 뒷면 제3행 해석-불의의 사고로 서거하다

by 문무대왕 2025. 4. 2.

비문 뒷면 제3

                宮前寢時年五十六          궁 앞채에서 돌아가시니, 그 때 나이는 56세였다. (국편위 번역)

                宮前寢時年五十六 결자부분에 들어갈 내용을 추측해 메꾸어 본다면,

(하늘의 뜻을 받아 근본을 지켜 내고자, 평생 올곧은 생각을 견지하고, 세상일에 초연하면서, 오로지 지극정성으로 득도하여, 하늘의 뜻을 실천하려는 큰 뜻을 품고), 적폐로 피폐해진 바깥 세상을 바르게 펴고자, 친히 동정서벌 무력원정을 나서면서, (바람결에 머리를 말리고 눈비로 몸을 씻으며, 차가운 밥 먹으며 따뜻한 방 안에서 편히 자보지도 못했는데) 아아!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하늘도 무심하지요! (문무대왕께서 소나무 우거진) 행궁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때 문무대왕의 나이는 향년 56세이었습니다.

 

   宮前寢

正寢정침-壽命終結正寢

국편위는 宮前寢부분을 궁 앞채에서 돌아가시니으로 번역했는데, 이런 해석은 큰 오류를 범했다. “□▨前寢”은궁 앞채에서 돌아가시니의 뜻이 아니다. “궁 앞채라면 궁전이 아니라는 말인가? “궁 앞채라면 궁전 앞의 민가라는 뜻인가? “궁 앞채라는 표현이 우리말로 이해가 되는가? 문법에도 어법에도 맞지 않는 표현이지 않는가? 임금이 사는 곳이 궁전인데 무슨 얼토당토않게 궁 앞채에서 돌아가셨다는 말로 번역한단 말인가? 

 

正寢정침

壽終正寢(수종정침)이라는 말은 마지막 목숨을 자기 집 정실에서 거두었다는 의미이다. 正寢(정침) 路寢(로침)이라고도 말한다. 춘추공양전에 나오는 구절의 의미와 같이, 路寢(로침) 왕이 일을 처리하는 곳을 지칭하는 말로써 보통 사람들의 의미로는 자기 집의 거실(居室), 정실(正室) 지칭한다. 자기 집에서 죽었다는 말은 병이나 다른 의외의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자연사(自然死亡)했다는 말 즉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는 의미이다.

前寢(전침)前朝後寢”(전조후침)의 표현을 연상시키는데, 전조후침은  風水寶地(풍수보지) 즉 풍수상 최고 길지를 의미한다. 예기 월령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寢廟畢備 前曰廟 後曰寢 以廟 是接神之處 故在前 衣冠所藏之處 對廟爲卑 故在後”; ()() 다 갖추어졌다고 말하는데 그 중에 앞에 있는 것을 묘라 하고 뒤에 있는 것을 침이라 한다. 묘는 신과 접촉하는 곳으로 높기 때문에 앞에 있고 침은 의관을 보관하는 곳으로 묘에 비해 낮기 때문에 뒤에 있다.

 

前寢(전침)의 의미

전침과 정침의 의미에 대한 위와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무왕릉비문에서의前寢의 뜻을 해석해 보자. 비문에서의 궁전은 “□□▨前寢구절은 前寢”(전침)이라고 말한 것은 正寢”(정침)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정침이란 壽命終結正寢, 즉 자기의 평소 자던 침대에서 조용히 목숨을 거둔다는 것을 말한다. 

前寢”(전침)은 문무왕은 자기 집 즉 궁전의 정실에서 조용하게 숨을 거둔 壽終正寢”(수종정침)을 하지 못하고 갑자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떴다는 죽음의 원인을 시사해 주는 말이다.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즉 자연사가 아니라 병이나 다른 의외의 사고사로 서거했다는 의미이다. 자연사가 아닌 병사나 사고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비문 뒷면 제19행의 黃熊表崇 俄隨風燭 忽   -의 문장으로 보충 설명된다. 황웅표수아수풍촉홀  이 비문 구절은 좋지 못한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를 알려 주는 황웅 귀신이 나타나더니, 갑자기 바람 앞에 촛불이 꺼지고, 홀연히 (별빛이 떨어지더니 그만 운명하셨다)’ 뜻으로 육십갑자도 지나지 않는 56세에갑자기 서거했다는 의미이다.

 

죽음의 원인- 자연사가 아니라 枉死(왕사)-사고사

사람의 영혼은 (정침)이면 하늘로 승천한다는 죽음관이 지배하였다. 사람의 자연 수명은 백세까지 (실제로는 한 수 부족한 것으로 이해하므로 90세 이상을 사는 경우를 천수를 누렸다고 본다) 사는 그것을 천수라고 말한다. 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 억울한 죽음이라는 관념이 있는데, 백세를 살지 못하는 경우란 전쟁이 나서 죽거나 또는 전염병 역병 기타 질병으로 죽는 것, 또는 살해되거나 불의의 사고사를 당하는 경우이다. 정침이 아닌 불의의 사고사를 당하는 경우를 枉死”(왕사)라고 부른다. 인간은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고독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니라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다. 따라서 억울한 개인적인 사고사를 당한 개인의 죽음이 공동체 전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원한이 전체 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는 어떤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수명상 백수를 누리는 것을 천수라고 볼 때 그 이전인 56세에 세상을 떠났다면 아마도 질병이나 사고사나 전쟁 등 불의의 사고사 흉사로 사망했음을 시사한다. 국가의 왕이 갑자기 홀연히 세상을 서거했다고 비문에서 말하고 있음으로 문무왕은 殉職’(순직)에 해당한다.  

 

공간적 개념

 

”은 앞뒤 전후(前後)관계라고 말할 때의 시간적 개념뿐만 아니라 전은 전면前面 나서다, 전방前方 앞쪽에 무엇이 보이다 앞으로 나아가다 전진前進하다, 앞 길이 창창하다 전도前途유망하다 이런 쓰임새처럼 공간적 개념을 포함하는 전은 시공간적 개념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비문 이 3행의宮前은 궁글자 이전의 글자들이 마멸되어서 사라지고宮前寢궁전침 이 글자들만 남아 있기 때문에 이 결자 부분을 보충하여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침은 잠자다 수면 하다 침실寢室 취침 就寢 들다 휴식 平息 취하다, 제왕의 분묘 陵寢릉침이라는 말의 뜻이 있다. 寢궁침은 제왕의 사는 궁전 宮殿, 제왕이 수면 휴식睡眠休息 취하는 뜻의 단어이다.

 

離宮

이궁(離宮) 수도 서울이외의 왕이 시간을 보내는 곳 즉 별장을 의미한다.  宮前寢부분의 결자 부분을 보충하여 추측 해석한다면, “() 前寢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궁은 행궁行宮이나 營宮영궁이나 車營거궁 등의 다른 동의어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문무왕은 자기 집의 路寢로침 거실居室 정실正室에서 서거한 것이 아니라 별장-이곳은 문무왕의 장골처로 삼국유사에 기재된 경주 감포의 감은사와 이견대가 위치한 곳으로 해석된다-에서 갑자기 서거했다는 사실을 함의하고 있다. 

 

時年五十六

시년은 향년(享年)과 같은 말이다. “日前在睡夢中壽終正寢 享年九十같은 표현이 한 예이다. 五十六 글자 이후의 결자 부분은 향년 56세이었다의 뜻으로 “”글자일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으나 꼭 세()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세자 없이도 56세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기에선 “孔子年七十三, 而孔子年六十矣”이라고 기록했다. 향년 몇세라고 흔히 표현하지만 향년이라는 미칭 또한 굳이 필기할 필요성은 없다. 유비가 죽음의 병상에서 말했듯이 사람이 50세를 넘기고 죽으면 요절이라고 부르지 않고 천수를 다했다고 여긴다. 享年 누릴 향자이니 살만큼 살았다 즉 천수를 다했다는 뜻으로 쓰는 경사라는 의미를 상기하라.

문무대왕이 東征西伐(동정서벌)하면서, 바람결에 머리를 말리고 빗물로 목욕하며-櫛風沐雨(즐풍목우), 뜨거운 음식 대신 차가운 한식 먹어가면서 따뜻한 방은커녕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가며-食不暇飽 席不暇暖 그렇게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몸바쳐 살았는데 하늘도 무심하지요 이게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말인가요 대왕이 홀연히 승하하셨습니다. 

 

3행 요약

(歲次辛巳) 신사년 (681)
()宮前寢 병영 막사 행궁에서 문무대왕이 갑자기 서거하셨다.
時年五十六 이 때 향년 56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