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행 피 흘리는 것을 멎게 하고 소리없이 낫게 하는 치유의 권능
▨▨▨▨▨▨▨▨▨▨▨▨▨▨大王思術深長風姿英拔量同江海威若雷霆▨地▨▨▨方卷蹟停烽罷候萬里澄氛克勤開▨」
국편위 번역: … 대왕은 생각하심이 깊고 멀었으며, 풍채가 뛰어났고, 도량은 하해와 같았으며 위엄은 우뢰와 같았다. … ▨은 바야흐로 자취를 거두고 봉화는 멎고 척후는 파해지니, 만리의 맑은 기운은 부지런히 … 를 열었다. …
추홍희 해석: 문무대왕은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는 그 방법이 매우 깊고 넓었으며 멀리까지를 내다보았다. 그의 풍채와 자태는 모란꽃 봉오리같이 출중하게 뛰어났다. 사람됨의 그릇 크기는 장강과 동해만큼 크고 넓었다. 그의 권위와 위엄은 마치 천지를 진동하는 우뢰와 벼락 천둥 소리같이 크고 엄해 보였다. 피 흘리는 것을 멎게 하고, 소리 없이 낫게 하는 치유의 권능을 가졌다. 천리만방의 검은 먹구름도 일거에 쓸어 버릴 만큼 큰 파워를 가졌다. 봉화불은 멈추고 척후병은 그만 돌아가니, 맑고 깨끗한 평화의 기운이 저 멀리 만리까지 불어서, 사람들은 농업과 잠업 등 오로지 자기 맡은 바 일에만 힘쓰게 되었고, 그리하여 나라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었다.
7행 구절에 대해서 띄어쓰기로 공간재비치하면 다음과 같다.
大王 思術深長 風姿英拔 量同江海 威若雷霆 □地□□ □方卷蹟 停烽罷候 萬里澄氛 克勤開□
□□大王
(文武)大王 문무대왕
思術深長
思術(사술)은 생각하는 깊이와 방법, 深長(심장)은 ‘뜻을 깊이 새겨보다’는 뜻으로 尋味(심미)와 같고, 뒷면 명에 나오는 欽味(흠미)하고 같은 말이다. 의미심장(意味深長)-깊은 뜻이 들어 있다, 耐人尋味(내인심미)의 단어 뜻에서 쉽게 알 수 있으므로, 思術深長(사술심장)은 문무대왕은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는 방법이 매우 깊고 넓었으며 멀리까지 내다보았다’는 뜻이다.
風姿英拔 풍자영발
風姿(풍자)는 풍채, 신채(神采)하고 같은 말이고, 英拔(영발)은 出衆(출중)하다의 뜻이다. 진서에 “操行殊異 神采英拔” 구절이 나오는데 이같은 의미이다.
風姿英拔(풍자영발)은 그의 풍채와 자태는 모란꽃 장미꽃 봉오리같이 남보란듯이 출중하게 뛰어났다는 뜻이다.
量同江海
同量(동량)은 같은 그릇 同等器量, 等量의 뜻이다. 양동은 그릇 크기 수량을 의미하므로, 양동강해의 뜻은 그의 사람됨의 그릇 크기는 장강과 동해만큼 크고 넓었다.
威若雷霆
威(위)는 위엄, 권위에 대한 위력을, 若(약)은 비교격으로 마치, 雷霆(뢰정)은 천둥 벼락치는 소리를 뜻하니, 위약뢰정(威若雷霆)은, 그의 권위와 위엄은 마치 천지를 진동하는 우뢰와 벼락 천둥 소리같이 크고 엄해 보였다. 雷霆(뢰정)은 당태종의 제범 농무편의 “威可懼也 則中華懾軏 如履刃而戴雷霆” 구절에서도 나온다.
□地□□ □方卷蹟
威若雷霆▨地▨▨▨方卷蹟-열두자 가운데 결자 부분을 글의 행간의 뜻을 유추하여 추측상상하여 메꾸어 보면, 한나라 고대 문헌에도 나타나는‘雷霆所擊萬鈞’, ‘儀態萬方’ (“北風吹白云 萬里渡河汾”-唐 蘇頲, 汾上驚秋)의 의미와, 격외(格外)-각별히, 유달리, 부들부들 떨게 하다- 發抖(발두)의 뜻을 갖고 있는 格地地(격지지)라는 단어를 추측해 낼 수 있는데, 그리하면 威若雷霆▨地▨▨▨方卷蹟의 빈칸은 다음과 같은 단어들로 채워진다.
威若雷霆 格地地云 萬方卷蹟, 이 구절을 해석하면, 그의 권위와 위엄은 마치 천지를 진동하는 우뢰와 벼락 천둥 소리같이 크고, 천리만방에 흩어진 구름도 일소에 쓸어 버릴만큼 큰 힘이 있어 보였다.
권(卷)은 책 권자의 글자로 잘 알려진 뜻이지만 그 이외에 여러 가지 뜻이 있는 바, 여기서는 뒤에 이어지는 글자인 蹟(적)이 흔적을 뜻하는 글자이므로 석권(席卷)하다의 뜻으로 여겨지고, 따라서 권적(卷蹟)은 매트를 일거에 말아 쓸어 버리다, 청소하다의 의미로 해석하여, 천리에 걸쳐 떠 있는 구름-萬方云이 되고, 그 구름 흔적-蹟을 일거에 말아버린다-卷는 뜻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현대의 일기예보 기상학에서 구름의 이동은 매우 큰 관심과 비중을 차지하는데, 새털구름을 권운, 조개구름을 권적운, 무리구름을 권층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참조하라.
한편 약간 달리 해석하면, 卷(권)은 권토중래(捲土重來)에서의 뜻에서와 같이, 파도가 일렁이고 용솟음치는 모습을 말하는 掀起(흔기), 翻騰(번등)의 뜻이 있으므로, 만방에서 비구름이 일거에 몰려오듯이 그처럼 무섭다는 뜻으로 해석되겠다. 우뢰가 치고 천둥 소리가 칠 때는 먹구름이 비구름이 몰려 올 때이므로 이와같이 해석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 권(卷)자에 대해서 新華字典이나 漢語大字典을 참조하면 이같은 뜻이 들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威若雷霆 이 부분은 무서운 권위와 위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는 문장인데, 권위에 대한 도전은 엄한 형벌로 다스려질 것이고, 한편 구름 운雲자는 남의 말을 인용하는 引文, 전거하다의 云의 뜻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詩云’은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뜻한다. 흰구름을 뜻하는 백운白雲이란 단어는 고대 전설의 황제 시대 때 형벌과 감옥을 담당하는 관리를 지칭했던 말이기도 하였다.
白云(백운)은 黃帝(황제) 시기에 刑獄官, 후대에 刑官의 별칭으로 쓰였다. “黃帝 云師云名 顏師古 注引 漢 應劭 曰 黃帝 受命有云瑞 故以云紀事也 由是而言 故春官為青云 夏官為縉云 秋官為白云 冬官為黑云 中官為黃云” (漢書, 百官公卿表上).
□方卷蹟
가의의 과진론(過秦論)에 나오는 “席卷天下”(석권천하)라는 말은 힘이 강대해서 전국을 제압하는 것을 이른다. 석권천하는 四方八方席卷이라는 말과 같으니, “方席卷而橫行 見王師之有征”이라는 구절의 의미를 참작하여 “外方卷跡”(외방권적)이라는 말을 생각해 낼 수 있다. 外方은 먼 곳, 외지를 뜻하는 말로 원방, 팔방의 단어로 대체된다. 八方風雨(팔방풍우)는 질풍처럼 소나기가 퍼붓는 모습을 일컫는 말인데, 비먹구름처럼 갑자기 표변하는 모습을 비유한다. 비먹구름을 갑자기 몰고 올 그럴 파워를 가졌다는 뜻이다.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퍼붓게 한다는 의미가 전후 문맥상 연결되므로 ▨地▨▨ ▨方卷蹟 결자 부분을 “黄地暗化” “八方卷蹟”으로 연결하여 메꾸어 볼 수 있다. 팔방권적은 “천리만방의 검은 먹구름도 일거에 쓸어 버릴 만큼 큰 파워를 가졌다”.
黄地를 地黄으로 해석하면 피 흘리는 것을 멎게하는 약초이므로,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암화(暗化)의 치유적 권능과 파워풀한 권위를 비유한다. 이 부분은 그의 위엄과 권위가 그토록 크고 엄하고 무섭다는 의미를 시적표현으로 묘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停烽罷候
봉화불-烽은 멈추고-停, 척후병-候은 그만두니-罷, 罷(파)는 파업, 파직에서와 같이 그만두다(stop) 해제의 뜻이므로 앞의 停자의 뜻과 같다. 候(후)는 기후의 뜻으로 기상과 분위기를 살피다 즉 군대에서의 정찰병을 이른다. 봉화불은 적이 나타날 때 위급을 알리는 신호체계로 작동하였으니 이런 것이 멈춘다면 그 때는 평화의 시기이리라. 停烽罷候(정봉파후)는 봉화불은 멈추고 척후병은 그만 돌아갔다의 뜻이다.
萬里澄氛
澄(징)은 수정처럼 맑고 깨끗함을 뜻하고, 氛(분)은 기분, 기상, 정세, 분위기를 뜻하는 단어이므로, 萬里澄氛(만리징분)은 맑고 깨끗한 평화의 기운이 저 멀리 만리까지 불어서의 뜻이다.
克勤開□
克勤(극근)은 근로에 극진하게 매진하다의 뜻이므로, 克勤開□의 문장 내용은 사람들은 농업 등 오로지 자기 맡은 바 일에만 힘쓰게 되었고, 그리하여 나라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었다는 뜻이 된다.
克勤開□ 다음의 결자 부분은, 克勤의 단어가 등장하는 상서(尚書) 대우모(大禹謨)의 “克勤于邦 克儉于家”를 바탕으로 이를 추측해 보면, 克勤開□의 결자는 나라 방(邦) 또는 농업(農業) 등 자기 하는 일을 뜻하는 업(業), 그리고 이를 확대하면 개강척토(開疆拓土)의 단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뜻은 ‘사람들이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대신 농업 등 오로지 자기 맡은 바 일에만 힘쓰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나라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었다.’
7행 번역 요약
(文武)大王 | 문무대왕은 |
思術深長 |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는 방법이 매우 깊고 넓었으며 멀리까지 내다보았다. |
風姿英拔 | 그의 풍채와 자태는 모란꽃 장미꽃 봉오리같이 출중하게 뛰어났다. |
量同江海 | 사람됨의 그릇 크기는 양자강과 동해만큼 크고 넓었다. |
威若雷霆 | 그의 권위와 위엄은 마치 천지를 진동하는 우뢰와 벼락 천둥 소리같이 크고 엄해 보였다. |
(黄)地(暗化) | 피 흘리는 것을 멎게 하고, 소리 없이 낫게 하는 치유의 권능을 가졌다. |
(八)方卷蹟 | 천리만방의 검은 먹구름도 일거에 쓸어 버릴 만큼 큰 파워를 가졌다. |
停烽罷候 | 봉화불은 멈추고 척후병은 그만 돌아가니 |
萬里澄氛 | 맑고 깨끗한 평화의 기운이 저 멀리 만리까지 불어서 |
克勤開(邦/業) | 사람들은 농업 등 오로지 자기 맡은 바 일에만 힘쓰게 되었고, 그리하여 나라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었다. |
□□□□□□ |
'문무대왕릉비 연구-제1권-비문 앞면 해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문 앞면 9행 해석-승의자 승덕자 (0) | 2025.03.28 |
---|---|
비문 앞면 8행-후손들에게 남긴 값진 유산 (0) | 2025.03.28 |
비문 앞면 6행 해석-성한왕은 누구인가 (0) | 2025.03.28 |
비문 앞면 5행 해석-투후제천지윤 (0) | 2025.03.28 |
비문 앞면 4행 해석-훈초삼황 (0) | 2025.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