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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 심판

1958년 진보당 해산 사건

by 문무대왕 2025. 4. 30.

7. 1958년 진보당 해산 사건

 

 

7.1. 정당의 강령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1958년 “진보당 사건”[1]

 

1956 11월 창당된 진보당은 1958 225일 미군정명령 제55호를 근거로 행정처분으로 등록 취소되었으나 이에 대한 사법 판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1958년 당시 진보당의 등록 취소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진보당은 대한민국과 유엔의 입장을 무시하고 북한 괴뢰집단과 소련 및 중공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체코, 파란 및 인도 등 적성국가를 주로 하여 구성되는 감시단 감시하에 남북 통일 선거를 실시할 것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동당 간부들은 북한 괴뢰집단이 밀파한 간첩 파괴공작대들과 항상 접선하여 동당이 북한공산당에 접선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당은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정당으로서 인정받을 자격이 없다. 동당은 목적달성의 전제단계로써 공산당 비밀당원과 공산당 동조자들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그들을 통해 대한민국을 음해 제거하려 기도해 왔다. 지금으로부터 진보당의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여하한 활동도 이는 불법으로 인정될 것이며 의법처단을 받을 것이다.[2]

 

당시 진보당의 정강은 ① 책임 있는 혁신정치 ② 수탈 없는 계획경제 체제 ③ 민주적 평화통일이었고, 민주적 평화통일론이 당시 이승만 정권의 국시였던 북진통일론에 배치되었다.

 

진보당의 강령 (1956.11.10)은 다음과 같았다.

1. 우리는 원자력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시대의 출현에 대응하여 사상과 제도의 선구적 창도로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의 달성을 기한다. 2. 우리는 공산독재는 물론 자본가와 부패분자의 독재도 이를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여 책임있는 혁신정치의 실현을 기한다. 3. 우리는 생산분배의 합리적 계획으로 민족자본의 육성과 농민 노동자 모든 문화인 및 봉급생활자의 생활권을 확보하여 조국의 부흥번영을 기한다. 4. 우리는 안으로 민족세력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고 밖으로 민주우방과 긴밀히 제휴하여 민주세력이 결정적 승리를 얻을 수 있는 평화적 방식에 의한 조국통일을 기한다. 5. 우리는 교육체제를 혁신하여 점진적으로 국가보장제를 수립하고 민족적 새 문화의 창조로서 세계문화에 기여를 한다.[3]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은 1956년 결성된 진보당 관련자의 1959년 사형판결에 대한 재심을 결정하고 사후적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인하면서,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법리 판단을 분명하게 결론내렸다.  이 대법원의 판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심판에서 나타난 주요 핵심 쟁점을 해결하는 선례를 형성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진보당 사건 당시에도 원심법원은 “진보당의 강령정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도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판단했.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위와 같다면, 진보당이 지양하고자 하는 소위 ‘낡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낡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자본주의’ 등이라고 함은 소위 자유방임적 자본주의(laissez-faire capitalism)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진보당의 경제정책은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님이 분명하고, 진보당의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구 대한민국 헌법() 및 현행 헌법의 각 전문 및 경제조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 및 경제질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또 대법원은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은 그 경제정책이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고 하였을 뿐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니고,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였을 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없어 그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을] 위반한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7.2. 1958년 “진보당 사건”- 대법원 1959. 2. 27. 선고 4291형상559 판결

 

7.2.1 사실 관계

 

조봉암은 “일제강점기하에서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였고, 광복 이후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여 제헌국회의 국회의원, 2대 국회의원과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1952년과 1956년 제2, 3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농지개혁의 기틀을 마련하여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었다.[4]

 

조봉암은 진보당 창당과 관련하여, 1958113일 진보당의 정강정책, 특히 평화통일론의 이적성에 대한 내사를 벌인 서울시경찰국에 의하여 진보당 간부들과 함께 구속되었다. 그는 195828일부터 48일까지 3회에 걸쳐 검사에 의해서 국가보안법상 내란죄와 형법상 간첩죄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서울지방법원에 재판 회부되었다.

 

7.2.2. 정부의 공소 제기와 법적 쟁점

 

정부는 불법결사 결성과 관련하여 조봉암이 1956 11 80여 명과 회합하여 북한정권의 주장과 같은 평화통일을 정강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을 창당하였고,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공동의 목적을 가진 2인 이상 특정 다수인의 임의적인 계속적 또는 일시적 결합체”를 구성함과 동시에 당수에 취임하였고, 4회에 걸쳐 진보당이 목적하는 실행사항을 협의하여 국가보안법[5]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주요 법적 쟁점은 내란 공모죄에서 결사 또는 집단의 의미 및 그 주관적 요건인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 유무의 판단 기준,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이내란 공모죄 위반의 불법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형법[6]간첩의 의미 및 간첩이 이미 탐지·수집하여 지득하고 있는 사항을 타인에게 보고·누설하는 행위가 간첩행위인지 여부 등이었다.

 

7.2.3. 재판 경과 과정

 

195872일 서울지방법원은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상 간첩죄 위반 혐의에 대해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여 징역 5년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조봉암과 정부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19581025일 서울고등법원은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와 형법상 간첩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고, 또 형법상 간첩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여 사형을 선고하였다.

 

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조봉암이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1959227일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 중 조봉암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직접판결[7]을 하기로 하여, 내란 공모죄와 간첩죄 위반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195955일 조봉암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었고, 검사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수사에 관여한 육군특무부대 수사관들의 공동피고인 1에 대한 불법감금, 독직가혹행위 등으로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8]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대법원은 1959730일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재심 청구가 기각된 다음날 조봉암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

 

7.2.4. 판결 주문

 

(1) (내란공모죄) 진보당의 강령정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도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 자명하나, 피고인은 [간첩죄에 대한] 공소사실과 같이 진보당을 결당할 당시는 물론 그 결당을 추진하던 도중에 북한 괴뢰집단의 지령을 받고 북한 괴뢰집단과 합작하여 평화통일의 구호 아래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진보당을 구성하여 그 수괴인 중앙위원장에 취임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구 국가보안법 제1조 위반죄에 해당한다...

(3) (간첩죄) 공동피고인 1의 검찰, 1심 공판정에서의 진술이 임의로 된 것임은 기록상 명백하고, 달리 위 공동피고인 1이 불법감금, 협박, 회유, 유도 및 기망 등으로 허위 자백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간첩죄 (형법 제98)는 유죄로 인정된다.

 

 

8. “진보당 사건” 대법원 재심 판결[9]

 

8.1. 사실 개요

 

2011 120일 대법원은 1959년 내란공모죄, 무기소지죄, 간첩죄로 사형이 집행된 조봉암의 자녀가 청구한 1959년 대법원 선고 판결에 대한 재심을 열고, 고등법원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각 파기하고 직접판결[10]을 하면서 제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된 진보당 관련 내란공모죄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간첩죄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1959년 판결 당시에도 북한정권의 주장과 같은 평화통일을 정강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의 강령정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도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 자명”하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진보당은 국헌에 위배되거나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결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이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선전·선동하고 있는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그 평화통일론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 우리 사회의 주도적인 통일론이었던 북진통일론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들어 곧바로 진보당의 통일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또는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주창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8.2. 법적 쟁점

 

주요 법적 쟁점은 내란 공모죄에서 결사 또는 집단의 의미 및 그 주관적 요건인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 유무의 판단 기준,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이내란 공모죄 위반의 불법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형법상 간첩의 의미 및 간첩이 이미 탐지·수집하여 지득하고 있는 사항을 타인에게 보고·누설하는 행위가 간첩행위인지 여부이었다.[11]

 

8.3. 법원의 판단

 

8.3.1 내란 목적의 입증 방법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된 결사나 집단의 공동목적으로서 정부를 “합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정부를 조직하여 진정한 정부인 것처럼 사칭”하거나[12] 또 그에 부수하여 “정부를 전복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목적”, 즉 주관적 요건 mens rea[13]을 갖추어야 한다.  그와 같은 ‘목적 intent’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그 결사나 집단의 강령이나 규약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표방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구애되지 않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이 ‘실제로 추구하는 목적 actual intent’이 무엇인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하며, 어느 구성원 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 perceived intent를 가지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의 공동 목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8.3.2. 불법 결사 단체 결성 금지 위반 여부

 

“조봉암이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은 그 경제정책이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고 하였을 뿐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니고,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였을 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없어 그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을 위반한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8.3.3.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beyond reasonable doubt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가 인정된다. 합리적인 의심을 충족시킬만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를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 한다.

 

8.3.4. 대법원의 판결이유

 

대법원의 판결이유 관련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14]

 

범죄의 구성요건

 

“구 국가보안법 제1, 3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된 결사나 집단의 공동목적으로서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 즉 주관적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그 결사나 집단의 강령이나 규약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보통이나, 외부적으로 표방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구애되지 않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이 실제로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며, 어느 구성원 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를 가지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의 공동목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은 국헌에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는 북한괴뢰집단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우리는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광범한 근로대중(피해 대중)을 대표로 하는 주체적, 선진적 정치적 집결체이며, 변혁적, 주체적 세력의 적극적 실천에 의하여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착취 없는 복지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혁신정치의 실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폐기 지양하고, 주요 산업과 대기업의 국유 내지 국영을 위시로 급속한 경제건설, 사회적 생산력의 제고 및 사회적 생산물의 공정분배를 완수하기 위하여 계획과 통제의 제 원칙을 실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수탈 없는 경제체제의 확립,

 

‘우리는 남북한에서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요소를 견제하고 진보당세력의 주도권 장악하에 피 흘리지 않는 평화적 방식으로 조국의 통일을 실현한다’는 취지의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을 조직하는 동시에

 

그 수괴인 중앙당위원장에 취임하고,

 

또한 공동피고인 3으로부터 ‘실천적 제 문제’라는 문서를 받아 진보당 노선의 자료로 검토하고,

당세를 확장하기 위하여 근민당의 재남 잔류자인 김성숙 등과 회합하여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중앙정치 10월호에 ‘평화통일에의 길, 진보당의 주장을 만천하에 천명한다’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공동피고인 4로부터 ‘북한 당국의 평화공세에 대한 진보당의 선언문’이라는 제목으로 기안된 통일방안을 제출받아 진보당의 노선으로 검토하는 등

 

4회에 걸쳐 진보당의 목적한 사항의 실천을 협의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나아가 진보당은 폭력적 혁명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평화적 민주적 선거의 방법으로 그 강령정책을 실천하려는 결사이므로 구 국가보안법 제1조 소정의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위 법조항의 규정은 결사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법이 폭력적 혁명의 방법이든 평화적 민주적 선거의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 다음, 피고인을 구 국가보안법 제1, 3조 위반죄로 처단하였다.

 

.  (1) 먼저,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 및 제1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진보당의 강령은

1. 우리는 원자력 혁명이 재래할 새로운 시대의 출현에 대응하여 사상과 제도의 선구적 창도로써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의 달성을 기한다. 2. 우리는 공산 독재는 물론 자본가와 부패분자의 독재도 이를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여 책임 있는 혁신정치의 실현을 기한다. 3. 우리는 생산 분배의 합리적 계획으로 민족자본의 육성과 농민·노동자 모든 문화인 및 봉급생활자의 생활권을 확보하여 조국의 부흥 번영을 기한다. 4. 우리는 안으로 민주 세력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고 밖으로 민주 우방과 긴밀히 제휴하여 민주 세력이 결정적 승리를 얻을 수 있는 평화적 방식에 의한 조국 통일의 실현을 기한다. 5. 우리는 교육 체계를 혁신하여 점진적으로 국가보장제를 수립하고 민주적 새 문화의 창조로써 세계 문화에의 기여를 기한다.”는 것이고,

 

그 정책은 ‘무능 부패한 낡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와 이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로서의 볼셰비즘(Bolshevism)을 다 같이 지양할 수 있고

또 지양하게 될 사회민주주의만이 우리 민족을 자유와 진보와 행복으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 아래,

 

① 남한의 소위 무력통일론은 이미 불가능하고 또 불필요하며, 평화적 통일에의 길은 오직 하나 남북한에 있어서 평화통일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를 견제하고 민주주의적 진보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통일정책으로, ② 낡은 ‘자유민주주의 = 자유자본주의적’ 방식은 무력하고 무효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유해하므로, 폭력적 독재적인 볼셰비즘적 방식과 더불어 이를 단호히 거부·배격하는 동시에 대중적이고 과학적인 ‘사회적 민주주의 = 계획적 민주주의’의 방식과 원칙에 의거하는 것을 경제정책으로, ③ 일인 독재에 기울어지기 쉽고 따라서 대의제도와 법질서가 유린되기 쉬운 현 대통령중심제 정부형태를 반대하고, 진실로 법이 준수되고 만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며 집권자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에 대해서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를 확립할 것을 정치형태로 채택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위와 같다면, 진보당이 지양하고자 하는 소위 ‘낡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낡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자본주의’ 등이라고 함은 소위 자유방임적 자본주의(laissez-faire capitalism)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진보당의 경제정책은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님이 분명하고,

진보당의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구 대한민국헌법(1954. 11. 29. 헌법 제3호로 일부 개정된 것, 이하 ‘구 대한민국헌법’이라 한다) 및 현행 헌법의 각 전문 및 경제조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 및 경제질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다음으로,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에서 들고 있는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이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선전·선동하고 있는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그 평화통일론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 우리 사회의 주도적인 통일론이었던 북진통일론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들어 곧바로 진보당의 통일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또는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주창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재심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 2 등과 함께 창당한 진보당은 그 강령정책에 비추어 국헌에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는 북한괴뢰집단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결사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제2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고 진보당의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 역시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어 그 조직에 참가하여 간부 기타 요직에 취임하고 정치활동을 한 원심 공동피고인들은 죄가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진보당은 피고인이 주동·발의하여 추진·결당된 것이며 그 결당 목적이 북한괴뢰집단과 밀통 야합하여 그 지령하에 대한민국을 변란하려 함에 있음이 명백한 이상 피고인은 그 결사를 구성한 죄책을 면할 수 없고 그에 의하여 조직된 진보당 역시 자체의 성격에 불구하고 불법단체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구 국가보안법 제1, 3조에 규정된 불법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결사의 공동목적이 국가변란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결사를 주동·발의하거나 또는 그에 참가한 구성원 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와 결사의 목적을 동일시하여 구성원별로 그 해당 여부를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위 재심대상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재심대상판결은 뒤에서 보는 공동피고인 1 관련 간첩죄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됨을 전제로 피고인이 북한괴뢰집단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진보당을 창당하고 그 통일정책으로 평화통일론을 내세운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동피고인 1 관련 간첩죄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이 그릇된 것인 이상 재심대상판결의 그와 같은 판단 또한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거나 자유민주주주의를 폐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이 사건 제2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증거재판주의에 위반하였고 또한 구 대한민국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와 경제질서 및 구 국가보안법 제1조에 규정된 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4) 무릇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1568 판결,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494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공동피고인 1의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법정에서의 진술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그 전후 사정에 비추어 신빙하기 어렵고, 그 밖의 다른 증거들은 이 사건 공소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아니하거나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부족하므로, 결국 이 사건 제4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기록상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위 공소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사소송법 제307, 308조에 규정한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에 위반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1] “진보당사건”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인 대법원 1959. 2. 27.선고 4291형상559 판결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이 집행되었는데, 피고인의 자녀가 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바, 대법원은 2010년 재심을 결정하고 2011년 판결에서 무죄를 확인하였다.(대법원 2010.10.29.선고 2008재도11, 대법원 2011.1.20.선고 2008재도11).

[2] 박규환, 정당해산 심판기준에 관한 연구, 헌법학연구 제14권 제4(2008), 479-508, 485, 선관위, “대한민국 정당사” 제1 1989, 234쪽 재인용.

[3]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조봉암 사건).

[4]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조봉암 사건).

[5] 구 국가보안법(1958. 12. 26. 법률 제500호로 폐지 제정되기 전의 것) 1, 3조는 ‘국헌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한 자로서 수괴와 간부는 무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고, 그 목적으로서 그 목적한 사항의 실행을 협의 선동 또는 선전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6] 형법 제98조 제1.

[7]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대법원 상고 사건에서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을 다시 재심한 것을 말한다.  판례법의 Certiorari명령과 비슷하다.

[8]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7.

[9]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10] 이 사건은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에 의하여 이 법원이 직접 판결하기로 한다.

[11]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간첩의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득한 관련 문건 등을 보고·누설한 행위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서 형법 제98조 제1항에 규정된 간첩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2]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위법한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범죄 행위의 존재가 입증되어야 한다. 외부로 표시되어 나타난 즉 저질러진 “범죄 행위”를 라틴어로 “Actus Reus, 영어로 “guilty act, wrongful act, criminal act” 등으로 표현한다.

[13] 라틴어 “Mens Rea, 영어로 “evil intent, guilty mind, criminal thought”등으로 번역된다.

[14] 문단 구분은 독자의 편의를 위하여 저자가 임의로 조정하였고 굵은 선 강조 부분은 저자가 강조를 표시하였거나 삽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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