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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릉비 연구-제2권-비문 뒷면 해석

비문 뒷면 18행 해석-대왕이 친히 정벌에 나서다

by 문무대왕 2025. 4. 2.

18茫茫沮穢망망저예

 

  九伐親命三軍▨▨▨威恩赫奕 茫茫沮穢 聿來充役        

 

국편위 해석: “아홉 번 정벌하고, 친히 삼군을 통솔하시어위엄과 은혜는 혁혁히 빛나, 저 아득히 먼 옥저(沃沮)와 예()까지 찾아와 역()을 청하였네. 잠동하던 …”          국편위는茫茫沮穢 聿來充役저 아득히 먼 옥저沃沮까지 찾아와 역 청하였네라고 번역하였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번역이다.

  

  九伐(구벌)은 어떤 의미인가?

九伐(구벌)은 征伐(정벌)을 뜻한다. 천자가 제후의 죄악을 묻고 흐트러진 국가를 바로잡는 아홉가지 경우를 열거한 법을 말하고, 이 아홉가지 경우를 예기 대사마-법관조에서 규율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以九伐之法正邦國馮弱犯寡則眚之賊賢害民則伐之暴內陵外則壇之野荒民散則削之負固不服則侵之賊殺其親則正之其君則殘之犯令陵政則杜之外內亂 鳥獸行則滅之”.

 

① 제후국 가운데 약소국의 이익을 침탈하는 경우 조공을 더 받치게 하거나 경제적 제약을 가한다.

② 지식인층과 백성을 해치는 제후는 토벌한다.

③ 폭정을 휘두르고 이웃나라를 능멸하는 제후는 내치고서 새 임금을 내세운다.

④ 전답이 황폐화되어 인민들이 떠나게 만든 제후는 봉지를 삭감 조치한다.

⑤ 험난한 지형을 믿고서 복종하지 않는 제후는 군사를 동원해서 침공한다.

⑥ 일가친족을 내치는 제후는 잡아 불러 들여서 정죄한다.

⑦ 나라 임금을 추방하거나 시해하는 경우 잡아다가 가두거나 처형한다.

⑧ 왕명을 어기거나 나라의 법을 무시하는 제후는 상호교류를 막고 단절시킨다.

⑨ 반란을 일으키거나 금수처럼 행동하는 제후는 즉시 처형한다.

 

그리고 구벌에 해당한다고 해도 천자가 직접 정벌을 단행하기 전에, 양나라 유협의 문심조룡 檄移(격이)편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와 같이, 즉 무력을 동원하기 이전에 우선 먼저 군사행동을 단행하는 그 이유를 상대방이 알아듣게끔 문서로써 제후의 죄악상을 미리 고하는-奉辭伐罪(봉사벌죄) 절차를 진행하는데, 그것을 격문(檄文) 또는 露布(로포)-布告文(포고문)이라고도 부른다. 무력 동원 이전의 이 격문 절차를九伐先話”(구벌선화)라고 표현한다. 

격문의 목적은 상대방의 기를 사전에 미리 꺾고 제압하려는 것에 있다. 전투는 정신력의 싸움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6.25 한국동란처럼 사전에 격문을 띄우지 않고 일요일 새벽에 전격전을 전개하는 사례에서도 알다시피 모든 전쟁은 사전에 미리 계획되고 준비한 상태에서 일어난다. 전쟁사를 살펴볼 때 사전에 준비되지 않는 전쟁은 없음으로 전쟁의 포성을 울리기 전에 우선 상대방의 기를 꺾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한바 그런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상대방 적에 대한 포고문 그 토벌문의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九伐 결자부분은 구벌을 단행하는데 있어 국가의 법에 따라서 해외 원정을 단행한다는 뜻의 王略九伐(왕략구별)이란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王略(왕략)王法(왕법), 國法(국법)을 뜻하는 말이다. 좌전(左傳) 성공(成公)조에兄弟甥舅 侵敗王略 王命伐之 告事而已이 말이 쓰였다. 또는 정벌을 단행하는 죄악상을 미리 고하는 격문 절차의 중요성을 감안해서九伐先話先話九伐”(선화구벌)이라는 말로 메꾸어 볼 수 있다. 노자가 강조하다시피, 무력 동원은 최후의 수단이다. 도덕경 제30장의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31夫佳兵者 不祥之器의 경구를 상기하라.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도덕경 제31장 가운데).

마왕퇴의 한묘백서 노자본에는글자가 없고, 당나라 비본에는글자 대신자가 쓰여 있고, 또 제31장 문장 속에 똑같은兵者 不祥之器이라는 표현이 반복되고 있음을 참조하여, “글자는 단독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는데, 굳이 한다면 아름다울 ()이니夫佳兵의 뜻은무릇 무기란 것은 제 아무리 아름답게 꾸미고 장식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물건이 아니다는 불상지기의 뜻이 되겠다. 무기란 좋은 도구가 아니며 멀리하고 경계해야 할 물건이다. 그러므로 도를 추구하는 수도자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는 법이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도덕경 제30장 가운데).

도가의 사람으로부터 보좌받고 있는 군주라면, 병력을 증강하고 무력 침공으로 천하를 장악하려는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무기를 쓰게 되면 꼭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군대가 주둔한 곳에는 가시나무가 자라난다. (즉 곤란이 따른다). 큰 전쟁이 벌어진 후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

 

親命三軍

()은 친척 친속(親屬)의 뜻이 있는 글자이고 또 자기 본인 직접-(本身)의 뜻을 갖고 있는 낱말이다. 三軍(삼군)은 오늘날의 육해공군의 삼군은 아닐테고, 예전에는 주로 육군이었고 군대 편제는 上軍(상군) 中軍(중군) 下軍(하군)으로 이루어진 삼군 편제가 기본이었다. 전투 행군에 있어서 전 후방 군대는 주력 부대인 중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주력부대를 지휘하는 중군 장군이 최상위 지휘자에 속했다.

 

親命三軍(친명삼군)천자가 친히 직접 나서서 정벌에 나서 전군(全軍)을 직접 지휘했다는 뜻이다.

이릉(李陵)과 소무(蘇武)는 유자산의 애강남부에서도 언급된 인물이다. 이릉의 답소무서(答蘇武書)義勇冠三軍”(의용관삼군)의 표현이 나온다. 

 

躬擐甲(궁환갑주)의 성어가 출전한 춘추좌전의 “文公躬擐甲胄 跋履山川 逾越險阻 征東之諸侯” 의미가 친명삼군의 내용과 연결된다. 

 

威恩赫奕

威恩(위은)은 위력(威力)과 은혜(恩惠)의 결합어로써 그 비유하는 의미는 인정(仁政) 주로 하는 한편 필요할 시 형벌(刑治) 규율 체제를 집행하여 국가가 바르게 서게 만드는 국정 원칙을 말한다. 이런 국정철학은 관중에게서 나타났는데, 병행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恩威”(은위병행)이라고 말하면 좀 더 쉽게 다가올 용어이다. 삼국지 오서(吳書)賞善罰惡 恩威行”의 구절이 나오는데 이 표현이 위은의 국정철학을 잘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恩威 쓰인 예는 위서 황후전에 朝政疏緩 恩威不立 天下牧守 所在貪惏구절에서 보인다. 

 

赫奕(혁혁) 크게 빛나는 光輝炫耀(광휘현요) 이른다.  진림의 무군부에 光赫奕以燭夜의 표현이 보인다. 또 현장의 大唐西域記(대당서역기) 遠見宮中光明赫奕 疑有火災의 표현이 있다.  赫奕(혁혁) 현저(顯著)하게 크게 빛나다의 뜻으로 우리말의 혁혁한 공을 세우다는 표현에서 그 뜻이 잘 나타난다.

 

이백의 명당부에 赫弈(혁혁)이란 단어가 등장하는데 혁혁은 훤하게 빛나는 모습을 이른다. 이선은 “赫弈 光顯昭明也, 혁혁은 밝게 빛나는 것을 뜻한다고 주석했다. 

威恩赫奕(위은혁혁) 뛰어나고 착한 사람은 상을 주고 악한 자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의 바른 정책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뜻이 된다.

 

茫茫沮穢 망망저예

습지, 황무지를 뜻하는 글자이고, “聿役은 움직이는 모습을 뜻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茫茫沮穢 망망대해, 망망우주와 비슷한 뜻이 된다. 茫茫沮穢(망망저예)끝없이 펼쳐진 물가 습지나 멀고 먼 황무지이어도 이를 단숨에 달려와 충분하게 대처하였다는 의미이다.

茫茫(망망) 끝없이 펼쳐진 큰 바다, 한없이 넓고 넓어 아득하게 보이는 일망무제의 바다를 뜻하는 茫茫大海(망망대해)라는 표현이 우리 귀에 익숙하다. 비슷한 말로 밤하늘의 별을 쳐다볼 때 느껴지는 감인 茫茫宇宙(망망우주)라는 표현 또한 익숙하다. 

() 저지阻止하다의 뜻이 있고 또 저지대 습지 低濕地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습지의 의미로 쓰인 예는 시경 위풍(魏風) 言采其莫표현이 보인다. 이에 대한 공영달의 설명은 “ 潤澤之處”이니 비 온 뒤 윤기가 나는 곳처럼 물이 풍부한 지역 운몽지택의 동정호수 같은 곳을 말한다.  (저여장) 중국의 대륙이 황해와 만나는 곳에 가까운 동해안가 습지 지방을 이르는 말이다. 

 

() 더럽고 지저분하고 불결하다는 뜻의 낱말로 이런 뜻에 穢濁(예탁) 있다. 淨無穢(청정무예)의 단어가 익숙하다. ()는 밭 가운데 잡초(雜草) 우거진 것 즉 황무지(荒蕪)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沮穢(저예)() 저지대 습지, () 황무지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곳은 평소 훈련으로 단련된 군인들이라고 해도 뚫고 나가기 힘든 지역에 속한다. 습지를 전진하기에는 애로가 많고 악어나 뱀 등 예기치 않는 저항물이 많다. 군사 행동에서 한번 습지에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지 않는가? 잡초로 쌓인 황무지 또한 군사행동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에 속한다. 이런 군사 작전의 제약 요건이 많은 저지대나 황무지 벌판이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아득하게 멀다 해도, 聿來充役(율래충역)-단숨에 뛰어와서 필요한 임무를 신속하게 처리해 버린다.

국편위는 茫茫沮穢 聿來充役저 아득히 먼 옥저 沃沮까지 찾아와 역 청하였네라고 번역하였는데, 역사적 국가 이름인 옥저와 동예를 끌어 와서 마치 역사성을 높인 듯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해석은 황당무계하고 크게 잘못되었다. 국편위는  자로 판독하였는데 고대엔 글자와 동의어로 쓰였다.

 

聿來充役 율래충역

聿役”은 움직이는 모습-動貌 뜻하는 단어이다.  송기(宋祁) 싯구절에暗浮蟲聿役 閑立鷺毰毸”의 표현이 보인다. 충은 蟲蝦, 충하는 魚蝦어하 즉 큰 어류를 이른다. 로는 해오라기, 백로를 뜻하고, 毰毸(배시)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구절의 뜻은물밑에선 큰 물고기가 움직이고, 습에는 해오라기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네’. 

율은 고대에서 글 쓰는 붓- 뜻한 말이었고, ()은 사역하다, 서비스를 담당하다의 뜻이다.  따라서 聿役하면붓을 놀리다의 의미를 가지니, 붓 가는 대로 호방한 필체를 자랑할 때 용이 솟아 오르듯이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이런 유려하게 붓글씨를 쓰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聿役(율력)을 날쌔게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는 말로 쓴다.

聿役율력

()은 붓이 춤추는듯이 말을 탄 무사가 빨리 달리는 모습을 표현한다. 聿追(율추)는 앞서간 선인의 덕업을 추술하는 것을 말한다.

徭役(요역)은 예비군을 동원해서 훼손된 도로나 제방을 고칠 때 무상근로를 시킬 때처럼 국가가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북한의 강제노동체제처럼, 스탈린의 강제노동수용소처럼, 무상으로 노력 동원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군복무 자체가 요역에 해당한다. 군대에서 사병들이 딱히 할 일 없으면 잡일-잡역(雜役)을 시키는데 그 때 사역(使役)시킨다는 말을 쓴다. 사역은 공짜로 부려먹는 것을 뜻하니, 사역은 노역(奴役), 仆役(부역)과 같은 말이다. 또 역()戰役(전역)이라고 쓸 때의 전역은 전쟁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군복무를 兵役(병역)이라고도 쓰는데 이 때의 역()은 감옥에 갇히는 복역(服役)과도 같다. 젊은 사내들 정장들 가운데 고관대작 자식들이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병을 핑계로 이리저리 빠져나가거나 또는 돈없고 빽없는 하층민들이라면, 구시대 천주교의 면죄부가 흥행했던 것처럼, 돈을 주고서라도 양반 명부를 사들여서 군대복무 병역를 피하려는 이유가 이런 병역의 성격에 들어 있다.

 

充役충역의 보충하다, 만족시키다, 마땅히 채우다, 담당하다의 뜻이고, ()은 군복무를 하다, 종군(從軍)하다, 전쟁에 참가하다, 복무하다, 노력봉사하다의 뜻이니, 충역(充役)은 병역이나 사역이나 부역이나 요역이나 노역(勞役)이나 고역(苦役)이어도 그 맡은 바 임무를 서비스 해내는 것을 말한다. 군대 안가고 후방 지역에서 병역을 대신하는 사람을 보충역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충역(充役)의 의미가 들어있는 말이다. 

따라서 聿來充役(율래충역)와 달라고 부르면 그대로 달려와서 요구받은 일을 가뿐히 처리해 내다의 뜻이 된다. 茫茫沮穢 聿來充役끝없이 펼쳐진 물가 습지나 멀고 먼 황무지이어도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단숨에 달려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처리해 냈다는 뜻이다. 임무를 부여 받으면 망망대해라고 마다하지 않고 달려 와서 맡은 바 일을 가뿐히 완수해 냈다.

 

蠢   

()은 어리석음 愚笨 뜻하는 낱말이고, 蠢事(준사)는 어리석고 미련한 짓을 뜻하는 단어이고, 蠢蠢(준준)蠢動(준동)하는 모습 蠢蠢而動(준준이동)의 뜻이다. “蠢蠢欲動”(준준욕동)이라는 우리말 숙어 표현이 익숙하다. 따라서 ▨▨▨ 결자 부분에 들어갈 표현으로는蠢蠢欲動 蝨蠢蠡(준준욕동 슬준려두) 이런 뜻의 구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준준욕동은 적이 침범하려고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 불만있는 불순분자가 남몰래 난을 일으킬 음모와 획책을 하는 모습을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습에 비유하여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표현이다.

남북조시대 유경숙의 異苑(이원)蠢蠢而動의 표현이 나오고, 왕우칭의 싯구에蠢蠢戢戢如雞豬”이 보이고, 당 노조린의 五悲(오비)蠢蠢翾翾 受苦受樂 可悲可憐의 표현이 나온다. 翾翾(현현)은 참새가 나는 모습을 이른다. 

오서에 준준욕동하는 왜구라는 뜻의 蠢蠢妖寇”(준준요구)의 표현이 나온다. 蠻夷(만이)를 뜻하는 蠢茲卉服(준자훼복)의 표현이 있다. 

따라서 聿來充役 蠢蠢欲動이라는 구절은적이 침범하려고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포착되면 망망대해처럼 멀고 힘든 길일지라도 단숨에 뛰어가서 쳐부수고 박살내 버렸다는 결연한 국토방위 전사의 전투태세를 표현한 내용이다.


18행 요약 정리

  ▨▨九伐-
(先話九伐)
정벌을 단행하는 이유와 적의 죄악상을 밝히는 격문을 밝히고 선전포고했으며
親命三軍 대왕이 친히 정벌에 나서 전군을 직접 지휘했다.
▨▨▨▨ ▨▨▨▨
威恩赫奕          뛰어나고 착한 사람은 상을 주고 악한 자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의 정책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茫茫沮穢 끝없이 펼쳐진 물가 습지나 멀고 먼 황무지이어도,
聿來充役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단숨에 달려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완수해 냈다. 
▨▨▨-
(蠢蠢欲動)
(蠢蠢妖寇)
적이 침범하려고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포착되면 (단숨에 뛰어가서 쳐부수고 박살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