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무대왕릉비 연구-제2권-비문 뒷면 해석

비문 뒷면 21행 해석-천장지구

by 문무대왕 2025. 4. 3.

비문 뒷면 제 21

 

□□□□□□□□□□□□□鴻名與天長兮地久

 

크나큰 이름, 하늘과 더불어 길고 땅과 더불어 오래리 …”(국편위 번역)

 

(岡而久照)
/金玉葉 永保)鴻名 與天長兮地久
사랑과 형제애는 황금처럼 영원히 닳지 않고 단단하여라.
문무대왕 그 큰 이름 영원히 빛나리라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와 한없이 오래된 지구와 같이!

 

통일 왕국을 건설한 위대한 영웅적 인물 문무왕의 이름이 무궁토록 전해진다는 것은 국가가 존속되어야 하는 조건을 담보한다. 그러므로 이런 측면에서 국가가 계속 안정되고 계속 번창해 나가기를 기원하는 말인 金甌라는 단어를 생각해 낼 수 있다. 

()는 작은 컵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金甌(금구)金屬酒器 뜻하는 단어이고 또 비유적인 의미로는 국토, 國土完整 국토완정의 뜻이 있는 단어이다. 남사 朱異(주이)전에 양무제가 한 말 我國家猶若金甌 無一傷缺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여기의 금구는 국토가 견고하고 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강석처럼 단단하게 국가가 영원히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전하고 있는 말이다. 甌甌永固(구구영고)는 컵이 줄줄이 늘어선 모양처럼 영원하다는 뜻이다. 묘지 속에 금구를 넣어둔 것은 구구영고의 믿음과 소망의 뜻이 들어 있다.

신라 당시는 봉건 시대였으니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형제간의 형제애 직계와 방계간의 결속 일가의 단합이 중요시되었다. 인류 보편적인 부자간의 사랑과 형제간의 우애는 오늘날까지 인간 사회의 행복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보루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 내용을 金枝玉葉(금지옥엽)의 뜻으로 보충할 수 있다.  ()()맥의 뜻으로 새길 수가 있기 때문에 (금강)은 금지(金枝)로 새길 수 있다.  는 같은 뜻으로 쓰인다. 청나라 진몽뢰의 싯구에 玉葉宗支貴이 나오는데 이를 참조하면 그렇다.  玉葉(옥엽)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① 아름다운 나뭇잎을 표현하는 말 ② 양간문제의 《詠云玉葉散秋影에 나오듯이 운채(云彩)를 은유하는 말 ③ 玉牒(옥첩)과 같은 말로써 황족(皇家譜系) ④ 당나라 소방의 《享太廟樂章金枝繁茂 玉葉延長구절이 등장하는데, “玉葉宗支貴의 표현의 예처럼 황가자손을 ⑤ 당 원진의 싯구 解拈玉葉排新句에서와 같은 뛰어난 재질의 종이 優質箋紙를 ⑥ 명당(明堂)의 처마 당첨(堂檐)을 ⑦ 從臣觀玉葉 方愿紀靈符구절에서와 같은 궁전을 뜻한다. 玉葉(옥엽)은 이들 뜻에 더해서 ⑧ 당 낙빈왕의 忘筌玉葉開싯구에서와 같은 의미인 형제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것 友誼深篤의 뜻을 갖는 말이다. 금지옥엽(金枝玉葉)은 오늘날까지 귀한 자식이나 또는 왕족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이 금지옥엽의 뜻을 살핀다면, 새로이 세운 나라가 영원무궁토록 강고하게 존속되고 또 자손들이 번창하게 뻗어나가서 형제애로써 더욱 결속하여 나라가 더욱 단단해질 것을 염원하는 소망을 담은 표현으로써, 비문 제20행의 끝과 제 21행 시작 구절 사이의 □□□의 내용을 보충하는 말로써 金枝玉葉(금지옥엽)을 쓸 수 있다.  

 

岡而久照

무궁토록 빛나라의 의미에 어울리는 시구절을 찾아보면, 당나라 흘간유의 시海日照三神山賦(以耀輝相燭 珠庭燦然)”에 나오는岡而久照”(강이구조)의 의미가 여기에 어울린다.

 

 

  鴻名

 

鴻名(홍명)은 큰 이름 큰 명성 큰 명예를 뜻하는 말로 大名, 高名이라는 비슷한 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 사마상여전에永保鴻名”(영보홍명) 표현이 나오는데, “前聖之所以永保鴻名而常稱首者用此”-‘이전의 성군이 머무르는 곳이 영원토록 큰 명성을 보전하고 언제나 최고 인물로 일컬어지게 됨은 이로 인해서이다’-이라는 이 구절의 의미를 따라서□□□□□□□□     鴻名의 결자 부분을千秋萬代 永保鴻名”(천추만대영보홍명)으로 메꾸어 볼 수 있다. 

永保鴻名-문무대왕 그 큰 이름 영원토록 남으리라.  天長地久-하늘과 땅은 유구하고 또 영원하리라!

 

與天長兮地久

 

天長地久”(천장지구)는 세월은 가도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는 뜻으로 노자도덕경 제7장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이 진리의 말씀이 너무 진부해져서인지 오늘날에는 오히려 그 심오한 뜻이 가려지고 만다는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山高水長”(산고수장)의 깊은 의미가 있는 말도,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듯이, 또 보통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콩나물값은 조금 깎으려고 하지만 600조가 넘어가는 나랏돈 일년 예산의 쓰임새에는 별로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또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의 이해에는 머리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은 유구하고 영원하다 우주 천지가 영원할 수 있는 까닭은 자기 혼자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래서 영원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1]

 

노자의 분석과 같이, 성인은 자기 혼자 살려는-자생(自生) 이기심이 없는 무사(無私)함으로써 불로장생할 수 있다. 우주만물은 서로 주고 받고 맞물려 돌아 가기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 하늘은 높고 땅은 넓다!

 

님은 가고 하늘도 침묵하지만,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라고 말하며 재회의 약속을 믿는 까닭은 꽃이 피고지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도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칠월 칠석날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덕흥리 고분 벽화에서도 확인되듯이 우리 민족의 종교 사상의 기초인 것 그 까닭의 배경은 재회부활의 믿음에 있다.

 



()는 문장 연결조사이고 감탄사로 쓰인다. 혜의 표현법은 초사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아마도 사람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초사체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이 혜()라는 낱말의 쓰임새가 들어가는 것에 있다. 

 

()자에는 더불어라는 뜻이 들어 있지 않다.  국편위는 兮地久땅과 더불어 오래리으로 번역했는데 이것은 잘못된 틀린 번역이다. 이 문장에서 여()자와 혜()자는 문장을 끝내면서 천장지구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능을 하는 문언조사, 감탄조사에 해당한다. 

 

천장지구라는 말이 묘지명에도 흔히 쓰이는 상투어구에 가깝다 보니까 문언조사를 넣어서 새롭게 가다듬은 것이고 또 그와 같이 문미에 쓰여서 감탄사 기능의 조사를 첨가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천장지구는 하늘과 땅은 유구하고 영원하다는 의미로써 高山流水(고산유수)와 같은 표현이다. 하늘과 땅은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했기에 그 얼마나 유구한 존재이며 또 그와 같이 앞으로 얼마나 몇 백만 년을 더 갈 것인지 그 누가 산술계산이나 할 수 있을텐가? 그만큼 영원한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우린 기껏해야 백년도 못 사는 한갖 미물임이랴!  하늘과 땅 앞에서 할 말이 없지 않는가?  다만 엎드려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할 수밖에!

 

항우가 천하쟁패에 실패하여 영벽의 절벽에서 생의 마지막을 절감하면서 읊은 垓下歌”(해하가)의 외침 한 마디에도 그 표현이 들어 있다. “虞兮虞兮奈若何”: 고민되네, 고민되네, 내 어찌할꺼나? 여기서 ()憂慮(우려), 고민, 걱정된다는 뜻의 낱말이다. 항우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결단의 순간에서 머뭇거리며 읊었던 “To be or not be”,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에 대한 사생결단의 순간에서 주저없이 살아남은 후손들을 위해서 자기 희생의 결단을 내렸다. 왜 항우는 권토중래를 위해서 도강을 하지 않았을까? 충분히 강을 건넜을 수도 있었으면서도.

 

사마천은 항우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고 평가했는데, "글은 사람 이름을 쓸 수 있는 정도면 된다-“書足以記名姓而已”-고 여기고서 천하를 무력으로 정복하려던-“欲以力征 經營天下”- 자기 인식의 부족함을 깨달아서였을까? 왜냐하면 항우는권토중래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의 방법론을 두고서 직면한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자결을 택했기 때문이다. 항우의 자기 희생의 결과 항우의 나머지 집안 식구들은 유방의 한나라 황실로 편입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항우는 패자로서 자기 희생의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천하 쟁패의 실패에 대한 스스로의 잘못 人事(인사)의 책임을 진 것은 물론이고. 

 

천의인가? 인사인가?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To be or not to be”의 결단을 요구 받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

 



여는 더불어, and, 和,同의 뜻이 있고, 이런 예에 生死與共 있다. 한편 ()()와 같은 글자 의미로써 문미(文尾)에 쓰여 의문, 반문, 감탄을 나타내는 어기조사(語氣助詞)로 쓰이기도 한다. 논어 학이편에 이런 예문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살펴보자.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溫 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공자는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면 으레껏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공자께서 요구해서 그런 겁니까? 아니면 거기 사람들이 먼저 알아서 여쭙어 본 것입니까?- 求之與 抑與之與- 공자가 자애롭고, 선량하고, 공손하고, 검소하고, 겸양에서 그런 정치에 관한 일을 들은 거겠지요. 공자께서 그것을 먼저 요구했다 해도 아마도 다른 사람이 요구한 것과는 달랐지 않았겠어요?- 其諸異乎人之求之與-. 


이 문장에서의 억압하다는 뜻이 아니라 혹은, 그렇지 않으면이라는 문장 접속사로 쓰였다. “求之歟 抑與之歟?”- 요구한 것인가요? 아니면 (그쪽에서) 먼저 준 것인가요? 이와 같은 예문과 같이, 여기서 and, , 더불어의 뜻으로 쓰인 말이 아니라 () 뜻으로 의문을 나타내는 표시의문 어기조사語氣助詞 쓰였다.

 

21행 요약 정리


與天長兮地久”(여천장혜지구) 이 말을 국편위는 하늘과 더불어 길고 땅과 더불어 오래리라고 번역 해석했는데, 이건 문장연결조사 감탄조사로써의 의미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어색한 번역에 해당된다. 자에는 더불어라는 뜻이 들어 있지 않고, 이 문장에서 여자와자는 문장을 끝내면서 천장지구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능으로써 문언조사, 감탄조사에 해당한다. 천장지구는 하늘과 땅은 유구하고 영원하다는 뜻으로 그 단순한 낱말 의미를 넘어서서 노자 정치종교철학의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노자도덕경 제7장에서의 천장지구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고 새기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永保)鴻名-문무대왕 그 큰 이름 영원토록 (천추만대까지) 남으리라. 與天長兮地久-하늘과 땅은 유구히 존재했고 또 언제까지나 영원하리라!

 

21

 

  ▨▨鴻名-
(千秋萬代 永保)鴻名
문무대왕 그 큰 이름 영원토록 (천추만대까지) 남으리라
與天長兮地久 하늘과 땅은 유구히 존재해왔고 또 언제까지나 영원하리라!

 

 



[1] 이 도덕경 제7장 구절의 영어 번역을 옮기면, The universe is long lasting.  The reason that it lasts for long is because it doesn't live for it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