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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주해서

살인죄의 고의 입증과 정신이상의 항변 사유

by 문무대왕 2025. 5. 27.

 10.   살인죄의 고의 입증과 정신이상의 항변 사유

 

 아담스 살인 사건 재판 경과 과정

 

1841 9월 뉴욕 시내 빌딩에서 아담스가 콜트에게 피살된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콜트는 다음해인 1842 1 17일 살인죄로 기소되었고 이에 재판이 뉴욕주 중범죄 형사 법원 the Oyer and Terminer 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 중범죄 법정에서는 판사 이외에 뉴욕시 의원 2-(이들 배석판사를엘더맨(alderman)”이라고 부른다. 연방법이 아닌 주법에서는 3권분립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바틀비 스토리에서 elderly man”으로 표현한 것은 발음이 같고 사회적으로 통상 지도층-사법부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 판사인 “Justice of Peace”와 구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이 배석한 3명의 법관이 재판을 주재하였다. 

 

희생자 아담스는 인쇄업자 즉 언론계에 종사하였고, 범인 콜트는 사업가이었고 또 그의 동생은 총기 특허를 가지고 총기 제조업을 영위하여 큰 돈을 번 사업가이었다.  이러한 사건당사자들의 배경 또한 살인 사건의 화제거리를 더했다.  대배심원단을 구성하기 위해서 3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차출되었고, 주요 신문들이 주요 기사로 크게 다루었다.  미국은 영미법의 전통대로 법정 재판 중심 주의를 따르고 있는데 이와 같은 큰 사건은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된다.  콜트는 자신의 집안 배경으로 인해 유명한 변호사로 변론단을 구성하고 살인죄가 아니라 과실치사, 정당 방위, 정신 이상에 의한 정상 참작의 변론을 펼쳤다. 

 

검찰은 처음에는 살인 도구가 권총이라고 주장했다가 사망자의 두개골 검시 결과 총상이 사망원인이 아니라는 변호인의 반대심문에 직면하고 기소장을 변경했다.  당시 여론은 백만장자의 가정 문제를 화제삼고 범인을 도덕 파탄자로 몰고 갔다.  소수 신문만이불운한 우발적 사건(misfortunate accident)”으로 보도했을 뿐이었다.  살인범의 증언 이외에 결정적인 물증이 제시되지 못한 가운데 배심원에 의해서 살인죄로 평결났고 이에 사형이 선고되었다. 

 

콜트는 상고했지만 기각되었다.  1842 11 11, 뉴욕주지사에 의한 최종적인 재심이 열렸지만 법원의 판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법원 판결 대로 1842 11 18일 교수형이 집행되기 직전 범인 콜트는 누군가 건네준 흉기로 자살했다. (People v. Colt, 3 Hill 432 (1842).

 

1843년 최초로 확립된 영국의 믹노텐 원칙이 그보다 1년 전에 열렸던 콜트재판에서 인정되었다면 콜트는 정신이상을 이유로 최소한 사형만은 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신이상의 항변 사유-“믹노텐 원칙

 

살인범 콜트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1842년 바로 다음 해에 영국에선 정신이상자에게 살인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역사상 새로운 형사법 원칙이 탄생되었다.  새로운 원칙이 탄생되는 최초의 사건은 앞으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정치 사회 법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다.  역사적으로 오랜 가치를 두고 익혀온 작품을고전문학, 고전 음악을클래식이라고 말하는데 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 첫 케이스를고전적(the classic test)” 케이스라고 말한다.

 

1843년 믹노텐(M'Naghten)은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필 Peel이 자신을 죽이려고한다고 믿은 환청 상태에서 필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으나 대신 수상이 아닌 수상의 비서인 드럼몬드가 그 총알을 맞고 사망했다.  이 사건에서 범인 믹노텐은싸이코정신병자라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 결과가 증거로 채택되고 이에 따라 범인은 정신이상을 이유로 살인범이 아니라는(not guilty by reason of insanity) 판결이 내려졌다.  국가 최고 지도자를 저격하려고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살인죄가 아니라는 새로운 선례적 판결이 나오자 영국의 정치 사회는 떠들썩해졌다.  영국 국회(상원)는 대법원에 정신이상에 따른 무죄 판결(criminal insanity)에 대한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결의를 채택했다. 

 

대법원은믹노텐 원칙(M'Naghten rule)”으로 잘 알려진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 판결(criminal insanity)을 다음과 같이 개념 정의했다.  범죄자가 범죄 행위시에 정신병으로 인한 이성의 흠결이 작동된 상태이었고 그리하여 자신이 하는 행위의 내용과 성격을 인식하지 못했을 경우 또는 자신의 일으킨 행위가 잘못된 것인지를 분간하지 못했을 경우에만 살인죄에 대한 항변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1]

 

오늘날까지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차이를 분간해 내지 못하는 정신 이상(cognitive insanity) 상태 아래 일어난 사건에서는 무죄 가능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또 더 나아가 선악의 구분을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특수한 상태 즉 인간의 자유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자유 의사 결정 능력의 상실(volitional insanity)의 경우에까지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 가능성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형평법 법원은 대개 판사의재량적 판단(discretion)에 달려 있다.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 항변사유는 판사의 재량적 판단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정신이상의 경우 무조건 무죄방면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 특수한 사건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사건을 맡은 판사 각자에 따라 각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판사의 재량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법은 때로는 사회의 선호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사는 사회 공동체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재량권(discretion)은 자의성이라고도 번역되는데 재량과 자의는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법에서 ‘discretion’의 개념과 의미는 매우 어려운 부분에 속한다.  형평법 법원에서 법관이 내리는 기준은 discretion이다.  ‘discretion(재량권)’의 개념을 한 마디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자.  무죄와 유죄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법관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법관은 살인자를 무죄 방면할 수는 없다.  유죄인지 무죄인지 여부는 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재판관의 재량에 달려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살인범이라고 해도 그에 대해 양형 처벌 양형을 정하는 것 즉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지 선고형량을 선택하는 것은 법관의 재량에 속한다.  그러므로 어떤 법관이 무기징역의 선고를 내렸다고 해서 그 법관의 판단에 대해 법적 시비를 논하기는 어렵다.  법의 영역인지, 재량의 영역에 속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런 간단한 비유로는 쉽게 설명되기 어렵고 힘든 영역이다.



[1] “insanity was a defense to criminal charges only if at the time of the committing of the act, the party accused was labouring under such a defect of reason, from a disease of the mind, as not to know the nature and quality of the act he was doing; or, if he did know it, that he did not know he was doing what was wrong. (Queen v. M'Naghten, 8 Eng. Rep. 718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