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직업과 이름, 외연과 내포, 의미 작용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 등장인물의 이름에 내포된 상징적 의미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질문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질문은 자신의 개성(personality)과 정체성(identity)을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던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대개의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을 타인과의 관계성에서 찾는 것 같다. 사람의 이름은 타인과의 관계(relationship)에서 붙여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싯구절이 암시해 주듯이, 사람은 이름을 통해서 나의 “존재”는 남에 의해서 “변화”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역설적으로 “너는 누구인가?”의 질문하고 같아지는 것 같다.
“바틀비 스토리”에서 화자(the narrator)인 변호사를 포함하여 사무소 직원들, 마부, 빌딩 주인, 임차인, 감옥의 교도관과 간수 등 모든 등장인물들은 끝까지 익명으로 남는다. 바틀비 이름도 그것이 성씨인지 이름자인지 정확하지 않다. 이름을 붙이고 있는 변호사 사무소 직원들인 터키, 니퍼즈, 진저넛 이들의 이름은 모두 별명 alias이지 그들의 본명은 아니다. 중요한 등장인물이 아니면서 이름 일부를 나타내 주고 있는 사람은 “Mr. B—”와 “Mr. Cutlets” 두 사람이다.
주인공에 해당하는 중요한 두 명은 바틀비 그리고 화자인 변호사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하는 것에 어떤 규칙을 부여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그 이름들에서 상징성을 부여하여 각자의 역할을 암시적으로 제시해 보이기도 하는데, 직원들인 바틀비, 터키, 니퍼즈, 진저넛이라는 이름 속에서 “주인과 머슴” 관계와 거기에 결부된 “상호 신뢰(duty ofmutual trust and confidence)”의묵시적 의무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바틀비- Bart-(le)-bee, Battle-bee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변호사와 바틀비 양자간의 대립 갈등 담판 구조가 전개되므로 결국 양자간의 ‘결투’의 대결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양자간의 대립과 갈등의 구조는 화자인 변호사와 바틀비 사이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거의 전부를 관통하고 있다. 터키와 니퍼즈의 발작증은 번갈아 가며 on-off 나타난다. “이들의 발작은 경비병의 근무 교대처럼 서로 번갈아 이어졌다. 니퍼즈의 발작이 시작되면 터키의 발작이 그쳤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의 이야기 전개 구조는 형식적으로 이분법적 구도이나 내용적으로는 통합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I 나와 너 You,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자유와 복종, 동의와 폭력, 자유 의지와 필연성, 선과 악, 설득과 명령, 타협과 거부, 침묵과 고함, 주인과 종, 고용인과 피고용인, 부자와 빈자, 저축과 자선, 정사각형과 원형, 보존과 변형 변화와 전통, 개인과 전체, 규칙과 재량, 전쟁과 평화, 발전과 후퇴, 진보와 보수, 보통법과 형평법, 방종과 자기 절제, 급함과 느림, 단정과 신중함, 낮과 밤, 오전과 오후, 빛과 어둠, 같음과 다름, 차이와 반복, 대화와 독백[1]….
바틀비 Bartle-by
투키디데스의 “역사”에서 흥미롭게 묘사되듯이, 인간 역사는 전쟁과 싸움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힘으로 생사의 승부를 겨루는 “결투”는 영어로 “trial by battle”으로 말한다. 인류가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본능을 말하는 다윈의 “생존 투쟁”의 개념은 영어로 “struggle for life” 또는 “battle for life”라고도 표현한다 “Bartle-by 바틀-비”는 발음상으로 “바틀-비 battle-by” 즉 “투쟁”의 의미를 갖는다. 영어 ‘a’의 영국식 발음은 미국식 발음과는 약간 다르게 ‘애’가 아닌 ‘아’에 가깝다. 야구방망이를 영어로 bat ‘뱃트’라고 읽는데 영국식 발음은 ‘밧트’에 가깝다.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발음의 차이점을 나타내는데 흔히 사용되는 예로 “tomato”를 영국인은 “토마토”라고 발음하고 미국인은 “토메이토”라고 발음한다. 따라서 바틀-비는 전쟁이나 싸움이 수반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유추할 수 있다.
바틀-비의 접미어 “–by”는 “위대한 갯츠비(Gatsby)”, Catesby, Ingleby, Digby 등의 성씨가 보여주듯이 영미인의 가족이름에 “-by”이 붙는 성씨는 흔하다. (격렬한 스포츠인 “럭비(Rug-by)” 축구는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의 버밍엄에서 시작되었다.)
또 다른 의미에 대한 유추는 다음과 같다. 멜빌의 성씨 Melville은 음절이 mel-vil-le 으로써 끝의 le는 꼭 없어도 되는 묵음으로써 불필요한 장식 철자에 해당한다. 바틀비의 “le”는 묵음과도 같다고 보면 Bartleby의 음절은 “Bart-bee”가 되겠다. “Bart”는“귀족”“bee”는 “벌”이니 “귀족 되기 위해서는 벌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유추해 볼 수도 있다. 끊임없는 자본 축적과 신분 상승의 욕구는 인간 본성에 해당한다면 보면 “바틀비”에서 느껴지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또 “Bee”는 “꿀벌”이 서로 도와서 일을 하는 것에서 파생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bee”는 공동체 사회에서 서로 함께 도우며 일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참고로 단어 철자법 맞추기 대회를 “spelling bee”라고 부른다.
바틀비의 직업은 “필경사(scrivener)”로서 그가 하는 일은 텍스트를 그대로 자기 손으로 손수 “모방(copy)”하는 작업이다. 모방은 창조적인 일과는 대조 대비된다. 사람들은 창조적인 일은 진짜이고, 모방은 가짜라고 여긴다. 따라서 남을 단순하게 그대로 모방하는 “따라쟁이”를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왜 “키케로”를 모방하려고 골방에 처박혀서 암기하는데 죽을 힘을 다해 쓰는가? 모방과 창조적인 과정을 설명하면서 벌꿀의 비유를 흔히 든다. 에라스무스가 키케로를 단순 모방하려는 키케로 추종자들을 비판하면서 들었던 벌의 비유를 보자. 에라스무스는 키케로를 모방하려는 사람들을 “키케로의 원숭이(Apes of Cicero)”라고 비판하였다. 사실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특수한 어떤 기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설령 그런 기교나 지식이 있다고 해도 자원과 시간의 제약을 가진 인간인 이상 “완벽한 정치인(perfect orator)”의 능력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완전한 변화 없이 단순한 복제로써는 새로운 창조성(originality)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는가? 살아 움직이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립 구조 가운데 새로운 통합을 일구어 내는 과정-(헤겔의 정-반-합 these–antithese–synthese)이 필요한 것 같다.
“자연계에서 한 예를 들어 보자. 벌은 벌집에 꿀을 모이기 위해서 하나의 수풀에서 재료를 모와 오는가? 그게 아니라 벌은 온갖 종류의 꽃, 잡목, 수풀 모두를 정말 열심히 날아다니지 않는가? 또 벌이 모아온 것 그것이 바로 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벌은 그들이 모아온 재료를 자신의 기관을 이용하여 액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얼마 후에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이전의 꽃이나 수풀이 가졌던 향기나 맛은 가려낼 수도 없을 정도로 모든 재료들이 적당한 비율로 서로 혼합된 것인데 벌은 이렇게 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양은 한 가지 풀로 뜯어 먹고서 우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암소는 온갖 가지 풀을 뜯어 먹고 또 풀에서 즙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그 즙에서 변화된 우유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Erasumus, Ciceronianus (The Ciceronian), at 82.)
터키 Turkey-“텅 빈 사람들 The Hollow Men”
터키(Turkey)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에 특식 요리로 등장하는 칠면조를 말한다. 터키는 동양(아시아)과 서양(유럽)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슬람 국가 명칭이기도 하다. 터키는 이런 뜻 이외에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a person who does something thoughtless or annoying”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 터키가 하는 업무 수행 행태를 보면 상호 연관성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또 작가가 “터키” 이름을 가져온 온 소재는 앞에서 설명한 “가이 팍스 사건”에 연관시켜서 이해할 수 있는 힌트가 있다.
가이팍스 인형은 지푸라기로 만든 허수아비이고 이를 밤에 태우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19세기 전반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흑인 만담 극 민요 가운데 “건초더미 속의 터키 (Turkey in the Straw)"라는 노래가 있었다고 한다. 건초더미 속을 헤비는 칠면조의 장면을 보면 무언가를 속(의도)을 파헤치는 장면이 연상되는데, 터키는 이 노래가사에서와 같이 지푸라기하고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푸라기 허수아비는 가이 팍스의 허수아비를 연상할 수 있다. 허수아비(scare-crow)는 가짜지만 “겁을 주어서(scare)” 참새(crow)를 쫓아내는 기능을 맡고 있다는데, 지푸라기로 만들어져 있어 속은 텅 비어 있다. 허수아비는 인형극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되는 인형과 같고, 또 겉과 속이 다른 존재를 나타난다.
TS 엘리어트는 “텅 빈 사람들”의 시에서 인간 문명의 허망성의 위기를 한탄했는데 문학비평가들은 엘리어트의 이 시는 1605년의 가이 팍스 사건 등을 연상(allusion)시킨다고 말한다. “머릿속은 짚으로 꽉 찼다 (Headpiece filled with straw)” 이라는 싯구절이 나타난 1연을 읽어보면 가이 팍스 사건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시 구절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텅 빈 사람들 / 우리는 박제된 인간들 / 함께 기대고 있으며, / 머릿속은 짚으로 꽉 찼다. / 아아, 우리의 메마른 목소리는 / 우리가 함께 속삭일 때 / 소리 없고, 의미도 없다. / 마른 풀잎을 스치는 바람처럼, / 우리의 메마른 지하실의 깨진 유리 위의 쥐들의 발처럼.” (T.S. 엘리어트, “텅 빈 사람들 The Hollow Men”)
니퍼즈(Nippers)–은밀한 행각
니퍼(nipper)는 전선이나 철사를 절단하는 데 쓰이는 공구를 말한다. 니퍼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일 때는 어린 아이를 지칭한다. 또 니퍼는 삥땅 뜯거나 날치기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음식과 관계된 터키, 진저넛과 관련해 보면 ‘니퍼즈’는 바다 게 발톱(lobster claws)을 뜻한다. 이런 부정적인 의미에서 화자가 니퍼즈를 찾아오는 니퍼즈의 고객들에 대한 묘사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법원 주변에 맴도는 건달인 듯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한 것은 니퍼의 뜻과 연상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니퍼즈와 터키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데, “Nippers”와 “Turkey” 이름에서 “nip and tuck”라는 말이 연상된다. “nip and tuck”는 막상막하, 용호상박의 뜻을 가진 관용어구이다. 단어가 별개로 있을 때는 의미가 없지만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저넛(Ginger Nut)–어린아이에 대한 보살핌
진저넛(Ginger Nut)은 12살 어린 소년이다. 그가 장래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그의 아버지 (그의 직업은 마차를 모는 마부이다)의 원대한 꿈에 따라서 변호사 사무실 심부름꾼으로 일하면서 법학도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진저는 우리말로 생강을 뜻하며 생강의 생김새나 그 역할이 인간들에게 활기 넘치게 하는 향기 좋은 양념에이듯이 진저를 사람에게 쓰면 생기 발랄한 어린 사람을 지칭한다. 영어 단어 ginger에는 생강이란 뜻 이외에 “살아 있는, 활력 넘치는”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진저(ginger)에 부사형 –ly가 붙으면 gingerly는 매우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뜻을 갖는다. 어른은 아이들을 부모-자식 관계처럼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조심해서 다루고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가 각각 있는 다른 세 직원들과는다르게 어린 학생 진저넛은 새로운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너트는 과일의 핵심 열매를 말한다. 진저넛이 법학도의 꿈을 키우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열매 씨앗이 새 생명을 잉태하듯이 아이는 어른의 세대를 이어받는 존재를 암시하는 것 같다. 생강은 향기가 좋다. 생강빵은 생강이 들어간 빵이나 비스킷을 말한다. 어린아이들이 즐겨 먹는 맛 좋은 비스킷이다. 생강빵 아저씨(Gingerbread man)는 어린이 동요나 우화에 흔히 등장한다. “생강빵 아저씨(gingerbread man)”라는 영미인의 동요에 잘 묘사되고 있는 것과 같이 생강빵은 영미인의 문화에 깊숙이 젖어 들어 있다.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생강빵에는 사람 모습이 그려져 있다. 생강빵에 그려진 사람 모습은 뛰어난 인물을 상징하는데 엘리자베드 1세 때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영국의 문화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에서는 변호사 사무소에서 어린 학생이 뛰어난 위인을 닮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하는 것 같다.
Mr. B—Bee-윙윙거리는 꿀벌의 우화
“Mr. B—”는 바틀비가 사무실을 점거하고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화자인 변호사인에게 알려준 등장인물이다. “B—“는 ‘Bee”라고 발음되어 ‘벌’을 쉽게 연상시킨다. 벌은 침입자가 벌집을 침범하려고 하면 그 위를 윙윙거리며 달려든다. 요사이 “드론”이 최고의 핫한 물건이 되었는데 ‘드론’의 의미는 이것이다. ‘숫벌(Drone)’이 윙윙거리며 경고하면서 자기 벌집을 지킨다. 벌에 대한 문학적 비유는 영미국인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바틀비 Bart-le-by’에서 마지막 ‘-by’ 또한 발음상 ‘bee’를 연상할 수 있다.
Mr. Cutlets-키케로와 그의 정적 카틸리나
“Mr. Cutlets”는 “Mr B—“식으로 표현하면 “C—“라고 나타내어 발음상 ‘바다(sea)’를 연상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멜빌은 바다에 대한 선호와 애착이무척 강했다. ‘Cutlets(카트리트)’는 주방 도구를 뜻한다. 사식업자와 쉽게 연관되는 단어이다. 또 키케로와 마리우스 등 로마 역사를 거론하고 있음에 비추어 카트리트는 키케로에 대항해 반란음모를 꾸몄다가 전멸한 카틸리나(Catilina) 영어로는 Catiline(캐털라인)가 연상된다. 비록 카틸리나(Catilina)의 이름을 쓰지는 않았지만 “Cutlets”의 카트리트 발음상 (영어로 catiline 카틸라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라틴 발음으로는 카틸리나) 유사한 명칭은 마리우스-키케로-카탈리나 로마 시대 역사를 통해 보면 의미가 연결되는 것 같다. 키케로의 정적이었던 카틸리나 Catilina (BC 108–BC 62)는 키케로에 의해서 반란 음모가 사전에 발각되고, 카틸리나 반란군은 전원 몰살당했다. 카틸리나의 반란군은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BC 62) 협공 당해 도저히 이길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나 항복 대신 적진 깊숙이 정면 돌파하려다 전멸했다.카틸리나는 지배귀족층을 대변했던 키케로에 대항했고 빈민층의 지지를 받았다.
요한 야곱 아스토르(Astor)
이름과 가족성씨까지 그것도 두 세 번이나 거론하면서 강조한 인물은요한 야곱 아스토르 Astor(1763-1848)이다. 아스토르는 당대 미국 재계 서열 18위에 오를 정도로 대부호이었다. 오늘날 국가 정상들이 머무는 세계 최고급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뉴욕의 Waldorf Astor(아스토리아 호텔) 또한 그의 가족 이름에서 유래한다. 뉴욕 땅 부자 아스토르 가문이 아스토리아 호텔을 처음 지었다.
astro의 어원은‘별’의 뜻을 가졌고, 이민자, 항해자, 북극성 이런 단어와 연결된다. (별 중에서 북극성은 항상 제 자리에 서 있어 움직이지 않는 별이지만 모든 항해하는 선박이나 여행자들에게 등대처럼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동’하는 ‘이민(immigration)’의 뜻을 공유하고 있다.) 구약의 “에스더(esther)” 또한 별의 뜻을 가진 이름이고, 따라서 아스토르와 에스더의 이야기는 같은 이민자로서 연결되는 것 같다. 부활절의 ‘이스터(easter)’ 단어 또한 어원적으로 별과 연결됨을 유추할 수 있다.
독일 출신 이민자 아스토르는 모피 산업의 호황 붐을 타고 미국 모피 산업을 독점하며 급성장하여 당시 미국에서 18번째에 가는 백만장자로 성장하였다. 모든 산업에는 흥망성쇠의 사이클이 있다고 말한다. 모피산업 또한 그 예외가 아니었다. 그가 1808년 세운 “미국 모피 회사(American Fur Co)”는 모피 산업이 쇠락기로 들어 들면서 마침내 1847년 파산하였다. 하지만 아스토르는 모피산업이 쇠락할 것이라는 감을 미리 잡고서 그보다 약 10년 전인 1834년에 회사 지분을 팔고 미리 빠져 나온 바람에 자신의 부와 재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 1840년대부터는 모피 대신 비단 옷감이 패션산업의 총아로 떠올랐고, 그로 인해 모피산업은 급격히 쇠퇴하였다.
아스토르는 거금 2천만달러의 거액의 유산을 남겼는데 그의 유산 일부는 뉴욕도서관이 세워지는데 쓰여졌다. 아스트로가 모피의 재료인 비버를 포획하는 사업 (비버를 포획하는 사람들을 트래퍼 trappers라고 불렀다)을 확장하기 위해서 로키 산맥의 오레건 주 콜럼비아 강 유역에 1810년 세운 변방의 개척 도시 “아스토리아 Fort Astoria”는 미국 서부 지역을 개척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1847년 미국 연방 우체국이 이곳 아스토리아에 설치되었다. 전쟁과 독점을 통해서 미국의 거대 부자로 성장한 아스토르의 사례는 신생독립국 미국이 제국으로 성장 발전하는 과정과 그 사례를 발 보여준다. 당시 미국의 유명한 작가 워싱턴 어빙은 아스토르의 후원하에 아스토르의 모피 산업을 다룬 소설 “Astoria, or Anecdotes of an Enterprize Beyond the Rocky Mountains”을 1836년에 출간하였다. 아스토르는 문학가 워싱턴 어빙을 자신의 아스토리아 (로키산맥에 위치한 아스토리아는 도시 개척자 아스토르의 이름을 딴 도시명) 호텔에 묶게 하고 자신의 모피 산업업계를 소개할 취지로 모피 산업의 성장을 다룬 자전적 소설을 쓰게 했다.
아스토르는 은퇴 이후에는 진화론에 연계되는 조류학을 지원하였으며 그가 남긴 유산은 뉴욕 도서관을 설립하는데 기여하였다. 아스토르는 지식의 전파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업가이었고 자선가이었다. 진화론에 심취했고 교육과 자선가(카네기 멜론 대학교, 카네기 재단)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철강왕 카네기(1835-1919)의 출현이 예고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카네기는 아담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영국의 스코틀란드 출신이었다.
'필경사 바틀비 주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 부호를 이용한 표현 기법 (1) | 2025.05.27 |
---|---|
Scrivener 직업에 대하여 (2) | 2025.05.27 |
살인죄의 고의 입증과 정신이상의 항변 사유 (1) | 2025.05.27 |
통합적 법률해석(Synthesis)이란 무엇인가 (0) | 2025.05.27 |
불법행위 책임론 + 구두 증거 배제 원칙 (2) | 2025.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