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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주해서

통합적 법률해석(Synthesis)이란 무엇인가

by 문무대왕 2025. 5. 27.

 8.   통합적 법률해석(Synthesis)이란 무엇인가?

 

 

변호사는 무엇이 법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판결문을 읽고서 어떤 면에서 항소를 할 수 있는지 판결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기술을 습득하여야 한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가 케이스를 고객으로부터 맡아서 판사의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어떻게 처리해 나가는지-이를 변호사로서 생각하기(thinking like a lawyer)”라고 말한다-를 몸소 체득해 나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케이스 수업은 표면적으로는 판사의 판결문을 배우지만 그 심층구조에는 변호사처럼 사고하는 방식과 그 실무 (thinking like a lawyer and acting like a lawyer)”를 배우는 것이다. 

 

유능한 법조인은 다른 사람에 비해 판결문을 읽고서 핵심 내용을 빨리 이해해내는 전문가 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법조인의 전문가 능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지기 어렵다.[1]  유능한 법조인의 기술은 물이 서서히 스며드는 삼투압 과정처럼, 다른 법조인이 하는 바를 보고 따라서 배우면서, 수많은 사례들을 꼼꼼히 읽고, 법리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축적된다.[2]

 

법관과 의회입법자는 다른 위치에 있으면서 다른 방향으로 바라본다. 법관은 과거를 바라보고, 입법자는 미래를 바라본다.”-롤즈(Rawls)의 이 표현이 시사하듯, 법원과 의회는 범죄의 처벌과 예방의 목적에서는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법을 적용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자의 차이가 존재한다.

 

판례법에서 법원칙을 발견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다른 판례들과 비교하고 대조하는 작업-즉 구별(distinguish)할 수 있는 변별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법리를 적용한다(application of the rule)”는 것은 이전의 사례에서 적용한 법원칙을 유사한 다른 사례에서도 똑같이 적용한 것을 말한다.  여러 판례들의 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지 (distinguished or explained) 여부는 구별능력에서 찾아질 것이다.

 

미국법원의 형사사건에서 판사가 평결에 임하는 배심원들에게 주지시키는 권고문 훈시는 다음과 같다.

 

합리적인 의심이란 피고인의 유죄에 대하여 타당한 불확실성이 드는 것을 말합니다.  일말의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들지 않도록 하는 입증기준(beyond reasonable doubt)”이란 배심원 여러분이 피고인의 유죄를 분명하게 확신하게 만드는 입증기준을 말합니다.  이 세상에 사람의 지식이란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형사 사건에서 법은 모든 가능한 의심까지 전부를 뛰어넘는 입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출된 증거를 고려하여 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기소된 범죄에 대해서 유죄라는 분명한 확신이 든다면, 피고인을 유죄로 평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제출된 증거에 의해서나 또는 증거가 부족하여 피고인이 유죄라는 것에 대해 일말의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면, 그러한 의심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하고 피고인은 유죄가 아니라고 평결해야 합니다.”[3]

 

법을 분석하고 적용하는 기술은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에 필요한 지식을 익혀야 한다.  ‘mens rea’ 같은 법률용어를 익히고, 법조문에 관한 법률지식이 있어야 하고, 민사법정과 형사법정의 차이, 사실심리와 법률심의 차이, 원심과 항소심 등의 차이점 등 그에 관련된 법 규칙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지식은 단순히 알고 있는 사실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해력(comprehension)은 단순한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존의 알고 있는 지식을 새로운 해석하는 인지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법원칙을 알고, 판례를 알고, 판결 이유를 알고, 또 어떤 개념을 주어진 다른 사건과 관련해서 설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가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이해하기 힘든 경우를 생각해 보라.  우리들이 이해될 때까지 읽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참조해 보라.  이 사건에서 actus rea는 무엇인가요?”, “공식적으로 법률이 효력을 발생하기까지의 절차와 과정은?” 이런 질문 등으로 지식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죠?”, “두 개념을 비교 설명해 주세요?”와 같은 질문 등으로 이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수나 엔지니어 같은 장인의 직업은 장인들의 행동 동작을 지켜 보고 따라서 모방하면서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와 같이 인지적인 도제 과정을 통하는 전문가의 경우 기본적인 기술 습득은 암기하고 인식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러한 인지적 과정은 외부적 행동을 통해서 모방하기란 쉽지 않다.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 속은 열어 젖혀서 꺼내 볼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인지적 작용을 하는 사람의 머리 속은 단지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외부적으로 표현되고, 지켜볼 수 있고, 모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가르치는 사람도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학생들의 이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이 하는 말을 듣고서 틀린 부분이나 미흡할 부분을 수정해줄 수가 있는 것이다.  법 공부에도 이렇게 주고 받는 상호작용의 환경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지 학습 과정의 법률 공부는 강단에서 강의하는 식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이루어지길 힘들다.

 

제정법률과 법원의 선례와 실제 사건을 종합하고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Synthesis’라고 말한다.

 

판례법 국가에서 법원은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the last bastion the Court as the last bastion of liberty, to protect against overweening government)”라고 인식된다.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결사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의 측면에서도 기본권의 침해 가능성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서는 살기 어렵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이상의 관련되는 공모죄(complicity)의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공모죄는 정부가 국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봉사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이런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배 관리하에 전혀 놓여 있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사람 이상이 공모하여 어떤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 씌운 전례가 적지 않았음을 볼 때 무고의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O.J. 심슨 사건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경찰관들이 자신들의 싫어하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끔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R v. Grey 사건에서와 같이 마약사건 재판에서 법정 증거는 오로지 경찰관들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함정수사 또는 누군가가 마약을 몰래 숨겨 놓았다거나 하는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경우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법원의 입장은 검찰의 입장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법원의 사법 재판은 행정부 편의 차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다.  또 판례법이라고 해서 제정법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 규정과 법원의 선례들을 통합해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낸다.

 

법관이 당해 사건에서 판결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론적 논리 과정을 법적 추론(legal reasoning)’이라고 한다.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건이 실제로 법원 사건으로 법률적으로 다루어질 때 제정된 법률의 규정과 그 법률을 해석할 때 종합적 분석을 하게 된다.  예컨대 마약 중범죄의 경우 마약 운반책까지 엄중 처벌하는 실정법률 규정의 형사정책상의 관점을 고려할 것이다.  법률 해석의 Synthesis 단계는 애매모호하거나 탄력적인 법률 조문을 해석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때 추상성을 가진 법 개념과 의미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응용해서 실제 사건에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작업에 해당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터스가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없다 (You cannot step into the same river twice)”고 말했는데, 해와 달이 뜨는 자연 사실과는 달리 인간 세상에서 사람의 일은 앞서서 일어난 사건과 사실관계가 100% 같은 경우는 존재하기 어렵다.  또 시대와 환경이 달라져서 법적 쟁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  법의 해석이란 고정불변의 고체가 아니라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변화하는 액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현재 계류된 구체적인 사건을 해결해내기 위해서 이전의 사례를 살펴 보는데 이전의 판례와는 다른 새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현재의 사건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적용하여 해결할 것인지의 판단능력 즉 그러한 통합 능력이 현재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법적 추론(legal mind)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Maule J, “Classroom dynamics and learning culture”, at 92.

[2]Sullivan W., “Educating Lawyers: Preparation for the Profession of Law”, Carnegie Foundation, 2007, at 47.

[3] 미국 모범 형법 중 “jury instru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