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미국의 법과 정치: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와 대법원간의 역학관계
사상의 자유시장론The marketplaceof ideas theory
*미국의 헌법 재판 케이스 분석
(*미국 대법원 판결문 번역 해설)
III.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와 대법원간의 역학관계: 사상의 자유시장론 케이스로 살펴 본
1. 왜 미국 헌법은 정당 해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조건
정당 해산 제도는 민주주의 체제의 개방성과 정치적 정통성에 대해서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고 또 필연적으로 자유로운 정치 활동의 기본적 권리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의 사이에 긴장관계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사실 미국 영국 등 판례법 국가들에서는 헌법상 정당 해산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들은 헌법에 정당 해산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정당을 강제로 해산시키고자 할 경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특별 법률을 제정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당 금지에 대한 특별 법률을 제정한다고 해도 최고 대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정당 금지, 해산, 또는 이에 관련된 모든 법률 문제는 궁극적으로 최고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달려 있다.
국민의 자기 결정권과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하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형성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기본적인 가치로 여기고 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가진 국민이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서 결정하는 정부의 구성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미리 앞서서 어느 한 정치 세력을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강제로 축출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 것일까? 만약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이것은 서로 어긋난다는 생각이 바로 들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 도전한다고 해서 그것을 금지한다면 그것은 민주적인가? 어떤 정당이 민주주의를 반대한다고 해서 정당을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 봉쇄한다면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합치하느냐의 문제 즉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 반민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딜레마의 상황에 해당한다. 자기결정권을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입법부가 다수결로 정한 행위에 대해서 비선출된unelected 제3부인 사법부가 다시 판단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정통성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다수의 독재 tyranny of the majority 를 방어한다는 목적에서 국민 다수의 의사 the will of people를 위반할 수 있느냐 문제를 낳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는 정치적 의견의 표현과 정치적 결사의 자유가 국민 기본권으로써 보장되고 또 국민주권의 원칙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여 다수결의 투표로써 정권을 탄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모든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적 현실은 선거일 이전에 정당을 조직하고 정당을 통해서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민주 정치의 이론과 현실에서 정당의 설립과 또 정당 활동이 제약을 받아서는 아니된다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토마스 제퍼슨을 비롯한 미국 헌법 기초자들은 민주주의 다양성과 개방성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고 따라서 정당의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아마도 이러한 사상에 기초하여 미국의 헌법 기초자들은 정당 조항을 헌법 조문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18세기 미국의 독립 당시부터 미국의 유권자들은 정치적으로 양진영으로 나뉘어져 서로 대결적인 상황을 보여주었다.
민주적인 다수의 참여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연방주의자들은 대립하는 조직을 필요악이라고 인식하였고, 반면 민주 국가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진영은 대립하는 집단의 존재는 정치의 기본적인 단위라고 인식하여 보다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개방성은 공익을 추구하는데 선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 토마스 제퍼슨의 견해가 이를 대표하였다: “만약 미합중국의 해체를 원하거나 공화국 체제를 바꾸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타당한 이유들이 자유롭게 경합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같은 잘못된 의견도 관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안전의 기념비로써 그들이 방해 받지 않도록 합시다.”[1]
또 정당에 대한 태도를 정치이념적으로 굳이 구분한다면 개인을 우선시할 것이냐 아니면 집단을 우선시할 것이냐의 차이로 좁혀질 수 있다. 개인의 자유 측면을 강조하는 미국 헌법 기초자들은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신성시하여 수정헌법 1조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그것을 보호받게 만들었다. 수정헌법 1조의 중요성을 재강조하는 의미에서 조문을 인용한다: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2]
위임의 법적 성격과 현명한 판단의 조건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에서 의원의 개념을 보면 의원은 자신을 선출해준 선거구민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의원 자신의 독자적인 현명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양심적인 존재로써 인식된다. 다시 말해 의원은 공익을 위해서 “성숙한 판단 mature judgment”[3]을 내려야 한다고 인식된다. 여기에서 의원은 자신의 양심에 따른 독자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라고 말하는데 의원의 “성숙한 판단”은 어떻게 내려지는 것일까? 의원이 독자적으로 현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원천은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과 완전한 ‘토론’에 달려있다. 다수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다수의 지혜”는 타인으로부터 정보와 의견을 얻음으로써 생겨나는 과실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일은 나무 가지에서 열리므로 과일을 맛보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와 그 뿌리가 존재해야 한다.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이유와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인 전제조건이 여기에서 나온다.[4]
의원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영미국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재판과정에 참가하는 배심원 제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판례법 국가에서는 12명의 배심원들이 한 자리에 함께 모여서 “심의 deliberation”[5]의 과정을 통해서 나타난 배심원 Jury 제도가 정치와 법 제도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배심원 제도란 의사결정권자(판사) 한 명의 판단 보다는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심의의 과정을 통해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배심원제도는 “다수의 지혜 wisdom of the mulitide”를 존중하는 법적 장치인 것이다. 다수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심의의 과정이 거의 필수적으로 개입된다. “심의 deliberation”는 각자 반대 의견을 가진 다수가 함께 모여서 토론하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일치된 결론으로 이끌어내지는 과정을 말한다.[6] 인간 공동체 사회에서는 반대의견들이 언제나 존재하는 경향 때문에 교황선출제도와 같이 한 방에 몰아넣고 거기서 하나의 일치된 결론이 얻어지기까지 생각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수렴해 가게 만드는 것이다. 심의의 과정에는 완전한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일치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 한 방 room에 들어가 토론한다는 것은 들어가기 전에 이미 반대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써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대의견이 존재하므로 토론의 자유가 큰 의미를 갖는다. 다수의 배심원들이 토의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일치된 결론에 도달하는 배심원 제도에서의 심의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완전한 토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말해 다수의 지혜는 타인과의 자유로운 정보와 의견의 교환을 통해서 얻어지는 ‘열매’에 해당한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의 다른 각자가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고 심의의 과정에서 자유롭게 토론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는 이러한 공동체 의사 결정 구조는 민주 정치 제도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정당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정당은 개별 당원들이 모여서 구성되지만 당원 각자 개인들과는 별개인 독립적인 단체이다. 정당은 개인 구성원과는 별개의 그 무엇이고 또 개인으로부터 독립된 단체라면 정당의 의도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정당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에는 정당 운영을 책임지는 정당 지도부의 의도를 찾아내 그것을 정당의 의도로 간주하는 연계적 이음 방법[7]이 있다. 이 방법은 정당 대표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정당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당은 정당 운영에 관한 내부 규율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므로 정당 지도부의 활동과 행동을 정당의 의도로 동일시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다시 말해 각자 사람의 인격과는 별개의 그 무엇 thing인 정당은 사람의 뇌 같은 의사를 정당 스스로 가질 수는 없다고 해도 각각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정당인 사실에 비추어 정당을 움직이는 지도부의 행위들을 마치 상수도관의 연결 작업과 같이 서로 이어진다고 보면 그들의 의사가 곧 정당의 의사로 간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즉 정당을 움직이는 지도부의 행위들을 통해서 정당의 행위를 판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에 의하면, 한 정당의 의도 intent는 정당 지도부 각자에게서 발견되는 구체적인 행위를 채널적 방법으로 서로 이어보면 파악될 수 있다.
한편 정당의 지도부가 인격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존재한다. 모든 국민은 각자 태어날 때부터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정당의 활동은 정당의 지도부를 통해서 나타난다고 볼 때 정당을 강제적으로 금지하거나 해산하게 된다면, 이들 구성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약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은 개인과는 별개의 단체이므로 강제적으로 정당 해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을 구성하는 당원은 별개의 각자 개인 인격체이므로 각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과 충돌될 가능성이 나타나게 된다.
정당 활동은 정당을 구성하는 당원의 인격적인 개인의 활동을 통하여 나타나므로 단체인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거나 제약시키는 경우 당원 또는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기본권과의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1950-60년대 미국 사회를 강타했던 반공산주의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일어난 사례들에서 잘 설명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미국연방대법원은 어떠한 판결을 내렸는지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다음 장에서 설명한다.
[1] “If there be any among us who wish to dissolve this union, or to change its republican form, let them stand undisturbed, as monuments of the safety with which error of opinion may be tolerated where reason is left free to combat it."
[2]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은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를 표현한다.
[3] 성숙한 판단은 모든 측면에서 모든 쟁점을 검토하고 심사숙고한 뒤 내린 판단 considered judgment을 말한다.
[4] Dryzek의 “Deliberative democracy and beyond”을 참조하라, 하버마스 Habermas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1981년 독일, 1984년 영역본 출간)가 주장하는 “토론 민주주의 discursive democracy”의 개념을 참조하라.
[5] 이 책에서 심의審議는 숙의熟議와 동의어로 쓴다. 배심원 제도의 특성을 좀더 강조하는 별도의 어휘가 찾을 수가 없어서 심의 또는 심의라는 단어를 쓴다. 대륙법제도에서의 재판 심리 구조는 배심원 제도하고는 차이가 크게 난다. 배심원 제도는 판결에 영향을 받는 공동체의 다수 관계자들로부터 서로 다른 반대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면서 일치된 하나의 의견에 합의하게 되는 의사결정 제도다. 반면에 “심판”은 결정권자 단독으로 한 방에서 들어가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쳐 진실을 찾아내는 단독적인(이해관계자들의 반대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는 행위가 없이) 행위의 과정을 뜻하는 것 같다. 배심원 제도는 모든 쟁점을 낱낱이 살핀다는 측면은 대륙법의 심판구조와 동일하나 배심원제도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심의 민주주의 deliberative democracy”는 자기 결정권을 가진 자유 시민이 동등한 지위에서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 토론을 통해서 합의에 이르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가르킨다. 유럽대륙국가들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을 경험한 뼈아픈 역사가 있다. 유럽대륙에서의 전제 국가 authoritarian state의 역사의 흔적이 크게 남은 이유는 다수가 자유토론을 통해서 합의에 이르는 ‘심의 민주주의’ 전통이 부족한 것에 그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6] “Deliberation is participating in the process of reasoning about public action.” Ferejohn & Pasquino, “Constitutional Courts as Deliberative Institutions: Towards and Institutional Theory of Constitutional Justice”, In Constitutional Justice, East and West, edited by Wojciech Sadurski. Kluwer Law International, 2002.
[7] 배관 파이프 conduit를 연결하는 것에 비유된다. 회사 같은 집단 의사 결정 이론의 모형에서 “참가자의 계약 관계에 의존한다 nexus for contracting relationships”는 젠센 Jensen의 이론을 반박하는 이론들이 최근 들어 점증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stakeholder 이론 또는 Constitutional Corporation 이론을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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