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정당 해산 심판과 적법 절차 원칙
14.1. 소적격성 standing
우리나라 헌법 제8조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 해산 심판은 국가가 원고인 국가원고사건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재판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적격 standing성을 갖출 정도로 정부가 보호받을 이익이 존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기할 필요도 없이 국가소송이 가능하다. 정부가 국가 안보 security를 청구 이유로 내세웠기 때문에 정부의 해산 심판 청구의 명분은 분명하다. 정부는 국민과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므로 이론적으로는 모든 소송의 주체로서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소송 권리를 가졌다고 해서 권리를 항상 행사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가 안보의 범위와 기준이 법정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검토될지는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 심판의 성격을 어디에 강조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국가의 소적격성이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 경우에라도 국가행위의 ‘금반언 estoppel 원칙’상 원고 소적격성의 여부를 다툴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정당 해산 심판은 국가 원고 소송이기에 금반언 원칙이 일반적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소의 적격성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적법절차의 요건하고는 별개의 문제이나 법실무적으로는 정부의 심판 청구 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에서의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다투어질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비록 법적 쟁점의 하나로 추가하기는 하였으나, 적법절차 위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 같다.
14.2. 실체적 적법 절차
헌법 제8조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소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정부가 소의 청구 자격이 있다는 소적격성 이상의 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제소’하기 전에 지켜야 할 ‘적법 절차’의 위반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은 분명하다.
절차적 정의 procedural due process의 조건을 충족시켰느냐의 문제에서 다루어질 쟁점들은 다음 열거하는 사항들을 포함한다. 정부가 피고 정당에 편견 bias을 가졌는지 또는 악의적인 대응 bad faith 또는 wrongful purpose 여부, 형평성 proportionality을 고려하였는지 여부, 제소에 앞서 대응 기회 the opportunity to be heard를 제공했는지 여부 등 적법성과 형평성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절차적 정의의 조건은 급박한 위협의 존재 여부를 다투는 국가 안보라는 사실 판단의 영역에서는 법률적 쟁점으로써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 안보 위기에 대한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수행하였는지 여부 즉 정부의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실체적 사실의 판단 과정과 그 기준이 정부가 절차적인 대응 과정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쟁점에 속할 것이다.
또 피고 정당에 대한 국가 정보 기관이나 또는 검찰의 수사 개입 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부 기관의 불법적 활동에 대한 최종적 통제 기능을 행사하는 최고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절차적 정의의 충족 기준을 따질 필요성이 크다.[1] 독일의 NPD 정당 해산 심판 사례나 호주의 공산당 해산 사례가 말해주듯이 정당해산 심판은 정부의 치안 상황과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 기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사실 확인과 그리고 사법적인 잣대를 대고 따질 영역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당의 “목적”에 주안점을 둔 우리나라와 스페인의 판결에서는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이 큰 법률쟁점으로 대두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에 대한 쟁점을 삼았으나 정부의 대응 과정에 있어서 잘못이 없었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 적법성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① 대통령이 직무상 해외 순방 중인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으므로,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서 제출안이 의결되었다고 하여 그 의결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② 국무회의에 제출되는 의안은 긴급한 의안이 아닌 한 차관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나, 의안의 긴급성에 관한 판단은 정부의 재량이므로,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등이 관련된 내란 관련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제출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대한 의안이 긴급한 의안에 해당한다고 본 정부의 판단에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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