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행 首鼠之謀(수서지모) & 당랑포선 황작재후
近違鄰好頻行首鼠之謀外信
국편위 번역: 이웃나라와의 우호를 어기고 자주 이쪽 저쪽으로 붙으려 하면서, 겉으로는 …을 믿는 척하니 …
하지만 이러한 국편위의 번역은 “頻行”과 “首鼠之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 못한 부족함이 있다.
추홍희 해석: 이웃나라와의 선린우호 관계를 조금이라도 해치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단호한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처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는 외교 정책의 유연성의 지혜를 병행하였다. (선린우호 수서지모 당랑포선 황작재후 외유내강의 외교 정책의 기조하에) 외국에는 신임을 얻고 그들을 안심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왜 수서양단의 외교정책을 필요한가?
近違鄰好
결자 부분의 내용은 전후 문맥상, “(不忍坐視)近違鄰好”로 메꾸어 볼 수 있다.
鄰好(인호)는 이웃나라와 선린우호(善鄰友好)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不忍坐視(불인좌시)는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린우호관계를 위반하는-違 일을 근처에도 허용하지 않겠다 즉 요즈음의 제로-톨레랑스 정책처럼 조금이라도 위반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단호한 정책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근처에도 못가게 하는 不近違(불근위)의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호한 정책도 뒤에 나오는 구절처럼 처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는 외교 정책 유연성의 지혜를 병행한다는 말하고 있다.
頻行(빈행)은 병행(竝行)한다는 뜻의 단어이다. “百嘉備舍 群神頻行” (國語, 楚語下). 무엇을 병행한다는 말인가? 바로 수서지모를 병행하면서 선린우호 정책을 기조로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선린우호 관계를 상대방이 먼저 깨뜨리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또 외교라는 것은 상대방의 태도와 반응에 따라서 달라지는 상대성의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상황에 대한 판단을 경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수시로 외교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유연성의 외교 정책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결자된 부분의 외교 정책 내용은 아마도 外柔內剛(외유내강)의 정책 그리고 어떤 움직임의 배후를 중요시하게 취급하는 螳螂捕蟬 黃雀在後(당랑포선 황작재후)의 외교와 군사전략을 서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성동격서 전격전을 보더라도 모든 군사 상황은 어떤 배후 없이 움직이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 군사작전은 손자병법이 말하듯이 상대방 적을 속이는 일이 기본인데, 이런 측면에서 바로 눈 앞에 전개되는 일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의도와 음모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螳螂捕蟬 黃雀在后 당랑포선 황작재후
나무 위의 매미 한 마리가 울고 있는데, 그 바로 뒤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덮쳐 물려고 하고 있고, 그런데 이 순간 사마귀 뒤에는 꾀꼬리 한 마리가 호시탐탐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 때 사냥꾼이 이 새를 잡으려고 활을 쏘아 맞추자 새가 떨어졌고, 그래서 새를 주우려다 사냥꾼은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당랑(螳螂)은 사마귀, 포(捕)는 사로잡다, 선(蟬)은 매미를 뜻한다. 즉 사마귀가 눈앞의 매미를 잡는 데 온 정신이 팔려 뒤에서 참새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우화적 경계문이다.
먹이사슬 고리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배후가 누가 있는지를 알아 차려 위험을 피할 수가 있다. 매미는 사마귀에게 먹힐 것 같지만 사마귀는 새에 잡아 먹힐 것 같지만 새를 잡았다고 좋아할 것 같지만 뜻하지 않는 함정에 걸릴 수가 있어 의도하는 바를 성취하지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이해타산의 계산을 재빠르게 잘할 지 모르지만 이익과 손해의 계산을 어느 시점에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바로 자기 이익이 될 것으로 알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빼앗고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 것이라 해도 남에게 빼앗기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항상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는 경구가 아니겠는가? 사람의 눈은 뒤를 쳐다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잡아 먹히지 않을까? 사람 눈이 뒷통수에 달려 있다면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수시로 뒤돌아보는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장자(莊子)의 山木(산목)편에 나오는 당랑포선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보자. “睹一蟬 方得美蔭而忘其身 螳螂執翳而搏之 見得而忘其形 異鵲從而利之 見利而忘其眞 … 噫 物固相累 二類召也”.
그 때 매미 한 마리가 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자기의 몸조차 잊고 있었다. 그런데 또 사마귀 한 마리가 숨어서 매미를 잡으려고 하는 생각에 그 자신의 형체를 잊고 있었다. 거기에 까치 한 마리도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으니, 그 역시 자신의 참모습을 잊고 있지 않은가. 장자는 이들을 보고서 놀라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다, 우주만물은 본디 서로 맞물려 있고, 이익과 손해는 서로를 불러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랑포선 황작재후
밤중에 몰래 습격하려다 적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자폭하는 실수는 없어야 하고, 사마귀가 매미를 막 잡아 먹으려다, 그 뒤에서 노려보고 있던 참새에게 덮쳐서 잡아 먹히고 마는 약육강식의 세상 무서움을 꼭 기억해야 한다. 螳螂捕蟬黃雀在後 (당랑포선황작재후)의 의미는 오월춘추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 전략책은 힘의 원리가 작동하는 외교와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서는 三國史記도 기재해 놓고 있다.[1]
“持彈而往 暗於枯井之危[2] 捕蟬而前 不知黃雀之難”, “활을 당겨 나아가면서 발 앞의 마른 우물에 빠질 줄을 모르고[3]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나아가면서 참새가 자기를 노리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4]과 같습니다.
首鼠之謀(수서지모)
首鼠
수서는 수시(首施)라는 단어와 같은 뜻이다. 쥐의 속성이 무엇인가? 쥐는 민첩성이 빠르고 유연성이 높은 매우 영리한 동물이다. 쥐새끼라는 부정적 뉘앙스는 동양의 전통적 문화 인식과는 달리 후대에 생겨났다. 자축인묘 간지의 맨처음 띠가 아들 子(자) 공자 자 글자의 쥐이지 않는가? 쥐는 꾀가 많고 영리하다고 알려져 있고, 그래서 실험실의 모르모트 심리학 연구에 단골손님으로 대우받고 있지 않는가? 쥐는 쥐구멍을 들어오고 나갈 때도 주위를 항상 살피고 경계한다. 이쪽저쪽 이리불쑥 저리불쑥 이리갈까 저리갈까 들어갈까 말까 단번에 결정해서 드나들지 않고 수시로 좌우를 살피고 행동을 결정한다. 수서양단(首鼠兩端).
이런 쥐의 속성에 따라 首鼠(수서)는 주저(躊躇)하다의 뜻, 성급히 결정하지 않고 지연하여 다시 생각해 보는, 그렇게 좌시하고 관망(觀望)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표현인 緩則首鼠 急則狼顧(완칙수서 급칙랑고), 후한서의 二虜首施(이로수시) 등이 그 예이다.
수서지모란 그런 쥐의 속성처럼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좌시하고 관망하는 지혜 즉 좌고우면하고 지연 정책을 쓴다는 뜻이다. 이런 수시로 변하는 주변상황을 체크하고 상황에 맞게끔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유연성의 정책은 정책의 근본적 기조는 아니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단호한 대처의 정책이 주된 정책 기조이고 하지만 인간세상은 쥐구멍이 많듯이 수시로 변하는 것이 상정이므로 상황에 맞게 유연성있게 대처하는 탄력적 자세가 부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므로 이런 수서지모를 병행한다고 말한 것이다.
유신의 애강남부에서도 이런 수서지모의 지혜를 설파하고 있다. 해당 구절은, “但坐觀於時變 本無情於急難”. 시대 상황의 변화에 급히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앉아 좌시하고 바라보고, 갑자기 일어나는 재난상황에는 놀라서 허둥지둥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라-無情(무정).
외교정책은 상대방의 숨어 있는 의도를 알아차리기 전에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아니된다. 당랑포선 황작재후의 경구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말이다. 적의 숨은 의도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또 세상 정세는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국내 내부를 확실히 챙기고 외부의 상황에는 유연하게 대하는 외유내강의 노자철학이 지극히 타당하고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外信 安之
外信(외신) 다음의 결자 부분의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후 문맥상 어느 정도 유추해석은 가능하다.
선린우호, 수서지모, 당랑포선 황작재후, 외유내강의 외교 정책의 기조하에서 당연히 외국에게 신임을 얻고 안심시키는 外信安之(외신안지)의 정책을 펼칠 것임은 분명하다. “守信”(수신), 신용의 중요성,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자, 소크라테스에서부터 수많은 사상가들이 강조한 주제이다.[5] 우방은 우방답게 신뢰를 지속시켜 나가는 외교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들 5개국이 각기 나라들이 위치한 지리적 상황은 서로 지구의 반대 끝이지만 왜 같은 나라처럼 서로 신뢰하고 국내외 안보 정보까지 상호 교류하는 신뢰체계를 형성 유지하고 있겠는가?
상대적인 관계는 유연성을 지녀야 성공한다. 외유내강은 개인 처세의 득도술만이 아니라 剛中柔外(강중유외), 외유내강 외교정책의 기본으로 작동시켜야 함이 옳다.
17행
近違鄰好- (不忍坐視) 近違鄰好 |
이웃나라와의 선린우호 관계를 조금이라도 해치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단호한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
頻行 首鼠之謀 | 처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는 외교 정책의 유연성의 지혜를 병행하였다. |
外信 - 外信(安之) |
(선린우호 수서지모 당랑포선 황작재후 외유내강의 외교 정책의 기조하에) 외국에는 신임을 얻고 그들을 안심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
[1] 삼국사기, “亦由持彈而徃, 暗於枯井之危, 捕蟬而前, 不知黄雀之難. 此王之不知量也”.
[2] 徐鉉, 《稽神錄》.
[3] 《稽神錄》의 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江夏(중국 湖北省)에 사는 林主簿의 딸이 닭먹기를 좋아하였는데 하루는 잡으려던 닭이 우물에 들어가자 그것을 잡으려고 따라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였다고 한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다가오는 재앙을 알지 못함을 가리킨다. (국편위의 번역 주해).
[4] 《說苑》 正諫條에 나오는 이야기로,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이슬을 먹고 있는 매미는 자기 뒤에 螳螂(버마재비)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그 螳螂은 그 곁에서 黃雀이 자기를 노리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黃雀은 사람이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으로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화가 미치는 것을 알지 못함을 풍자하는 말이다. (국편위의 번역 주해).
[5] “移木表信”, 상군서; 史記,‧商君列傳, “恐民之不信 已乃立三丈之木於國都市南門 募民有能徙置北門者予十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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