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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국가를 정치하라

행복학의 최신 연구에서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것

by 문무대왕 2025. 4. 29.

 

 

 

 

 

 

 

 

 

행복학의 최신 연구에서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것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화두는행복이다. 개인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웰빙”, 사회적 행복 추구 복지welfare 국가 건설, 개인과 사회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 미국 독립선언서에서는 이렇게 천명했다.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인간의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권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속한다. 이러한 최고 권리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정부를 조직했고, 따라서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 것이다. 이런 이상이 과연 실현되고 있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GDP 2007 2 1,695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 2만 달러 대에 진입함으로써 국가 전체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렇다면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은 실현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 국민 대다수가 건강하고 안전하고 부유하고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삶을 영위하거나 그런 기회가 많다고 여기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와는 반대인 것 같다. 삶의 질, 건강, 교육, 정치적 환경, 경제적 역동성 등 주요 지표를 따라 나라별 순위를 매겨본다면 우리나라는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게 한참 뒤처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은 2007년 세계가치조사 World Value Survey에서 97개국 중 58위에 랭크되었다. 경제성장을 이루고 나면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헛된 꿈이었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은 높아져도 오히려 국민들의 생활은 억압되고 있다고 조사된다. 경쟁사회의 결과 증가된 소비는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늘어가고 복지 향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소비를 부추기고 빚에 허덕이는 직장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힘든 일상을 반복하고 압박감 속에서 불안해하고 마음과 몸의 평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추종해오고 있는 미국의 본모습은 어떠한가? 시장경제의 강력한 힘으로 풍요와 발전을 이루면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행복을 느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그러한 약속과는 달리 불안과 고통이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급기야 2008년 금융 위기로 시장의 실패는 회복불능의 사태로 전개됐고, 결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국내총생산량GDP이 세계 최고의 나라이지만 국민은 복지수준 지표에서 다른 국가들에게 뒤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국방력을 갖춘 슈퍼파워 국가이지만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나라이다. 최고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의료보험이 없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도 빈곤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주주이익우선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숭배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화된 결과 그 폐해를 막대하게 겪고 있다. 미국은 과거 30년 간, 금융감독과 규제를 업계 자율 규제 체제로 전환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극단적으로 자유시장경쟁체제를 추진한 결과,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는 총체적인 난맥상을 노출하였다. 노조활동은 약화되었고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환경은 크게 변화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프랑스 법률가 토크빌은 미국을 여행하면서 미국이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문했다. 토크빌은 그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 중왜 미국인들은 번영 속에서도 그렇게 불안을 느끼는가?”라는 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은 자유롭고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이나 심각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들이 아직도 소유하지 못한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 종종 묘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자살하는 사람은 드문 대신 정신병자가 다른 어느 곳보다 흔하다고 한다. 향락에 대한 전반적인 추구가 정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 정도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다.”

GDP가 가장 높은 나라인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느끼는 행복이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기존 통념으로는 심각하게 직면한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러나 행복을 주는 정치에 대한 글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시기에 데릭 보크 하버드대학 교수는 여든의 노구에 오랜 연구와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행복 정치학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작을 출간했다. 정치학자이자 법률가인 보크 교수는 1968년에서 1971년까지 하버드대학 로스쿨 학장을 역임했고, 1971년에서 1991년까지 20년 이상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인 중에 한 사람이다. 이 학교 역사상 최장기 총장을 지내면서 세계 최고의 대학을 발전시킨 공로는 달리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행복학의 최신 연구로부터 정부가 배워야 할 것이란 원서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정치학 행정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인접 학문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고 미국의 정치·경제·법 현실을 감안하여 국민의 행복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크 교수가 이 책에서 강조하듯이 사람들은 행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행복학 연구들이 밝혀준 바와 같이 우리가 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우리의 기대에 크게 밑돈다. 돈이 좀 더 있으면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기에 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좋아진 기분이나 소득이나 소비 효과가 기대한 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사람들은 지속되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변화에 대한 초기 반응에 지나치게 집중해서, 새 차를 사거나 봉급이 인상되거나 따뜻한 도시로 이사했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빨리 식어버리고 그 이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는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불행의 경우에도 초기의 충격이 사라지고 나면 대부분의 불행에 매우 빨리 적응해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본문 355]

우리는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과도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저자가 인용하는 광범위한 연구논문에서 확인되듯이, 소득이 어느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절대소득의 증가는 행복과 별로 연관이 없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금전적 성공을 통해서만 인생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삶의 만족을 찾는다.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돈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행복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다른 사람과의 유대와 신뢰 그리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행복의 원천은 가족이나 친구 등 보다 친밀한 유대 관계나 지역사회를 돕는 사회 봉사활동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사실은 돈이 더 많았으면 하는 기대 자체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전적 성공의 지나친 강조가 사람들을 오히려 불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물량적 국민소득으로 측정되는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성장제일주의 정책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미국적 개인이기주의와 자유시장경쟁 체제에서 비롯되는 폐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개인자본주의 체제를 유럽식의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혁명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을 감안하여,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역할을 재강조하고 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서 국민행복 증진의 제도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역설하는 국민 행복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혁이 필요한 주요 공공정책 포인트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안전한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제도의 개선보편적 국민의료보험 실시실업의 고통 완화. 특히 실업안전망 확대와 실질적 취업 지원정신질환, 수면 장애, 만성통증 등 국민 정신건강 치료 강화적극적 여가 활동 참여 장려결혼 장려와 가정생활의 안정성 제고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 취학전 유치원 교육 지원유아 자녀의 탁아 서비스 지원 제공전인교육에 목표를 둔 공교육 강화정부기관의 책임성과 품격 높은 서비스 역할 제고 이러한 정부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행복학의 최신 연구 자료들을 인용하여 설득력 있게 강조하고 있다.  

성장제일주의 사고에 함몰된 우리나라에서는 보크 교수가 미국인들의 경향을 지적하는 것과 같이좀 더 많은 돈이 있다면 나의 삶은 좀 더 행복할 텐데!”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학교, 대학, 직장에서 효율성과 경쟁 논리가 무비판적으로 강요되어 많은 사람들이 참다운 삶을 추구할 기회가 봉쇄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약 1만 달러에서 2010년 약 2 만 달러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두 배로 뛰었다고 해서 한국 국민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우리는 경제가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전반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현대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소득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라고 믿고서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은 자동적으로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여 성장제일주의를 외쳐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성장해 왔어도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비율은 정체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74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국가별 비교연구를 통해경제 성장과 행복 수준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기존 통념에 도전했다. 이와 같이 한 국가의 소득수준의 증가가 국민의 행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스털린 역설 Easterlin Paradox이라고 부른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도 지난 2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대한 만족도는 정체하고 있어 이스털린 역설이 적용되고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스털린 역설이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즉 국민소득이 1 5천 달러 수준을 넘는 시기가 되면 경제성장 제일주의 정책 운영에서 탈피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할 것이다. <뉴욕타임즈><뉴욕 타임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책은 혁명론적인 탁상공론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점진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정책결정 실무자, 정치인, 학생 모두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미국의 법 제도와 현실을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사람에게는 현실적 제도 개혁 제시에 대한 이해가 조금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계 최고 명문대학의 수장으로 20 년간을 봉직한 지성인이 치밀한 연구자료 분석과 오랜 행정경험을 통해 사람의 참된 행복을 주는 국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메시지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성인의 값진 조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심리학, 의학, 법률 등 관련 용어는 가능한 한국에서 사용되는 학술용어 또는 일반적으로 정립된 용어로 통일하여 번역하였다. 그리고 행복학 연구와 미국의 법 제도에 대해서 조금 생소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필요한 부분은 번역자의 주석을 별도로 달아 두었다. 정치 및 법 제도와 문화 차이가 많은 미국과 한국의 사정을 감안하여 별도의 참고자료 없이도 독자가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힘썼다. 관련 연구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많은 참고문헌은 책 말미에 그대로 수록하였다.

한국의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길 바란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은 현재 가장 막강한 슈퍼파워 국가다. 좋든 싫든 간에 미국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가 스승善惡皆吾師이라는 말처럼 앞서간 미국의 현실을 제대로 알 때 정치·경제·사회·교육 전반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좀 더 나은 사회를 이루는 데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추홍희

행복국가를_정치하��홍보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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