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2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변호사님, 이 머리카락을 보세요! 저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변호사님, 나른한 오후에 얼룩 한 두 점이 나온다고 해서 이렇게 머리가 희끈희끈해진 사람을 심하게 문책할 정도는 아닙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설령 문서 한쪽 전체를 얼룩지게 할지라도- 존중받을만 합니다. 존경하는, 변호사님, 우리 둘 다 같이 늙어가고 있어요.” 이렇게 동료 의식[1]이라는 감정에 호소하게 되면 내가 이에 저항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가 일찍 퇴근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그가 그대로 남아 있도록 내버려 두기로 생각을 굳혔고,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후 시간에는 덜 중요한 서류를 다루게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내..
2025. 5. 9.